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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개선, 밥 한 끼부터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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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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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경 / 도쿄특파원

   
▲ 3월 11일 윤석열 당선인과 기시다 일본총리가 전화통화를 했다. 기시다 총리와 웃으며 통화하는 윤석열 당선인(왼쪽)과 이날 기자들에게 통화내용을 브리핑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교도 / AP 연합뉴스]

3월 11일 윤석열 당선인과 기시다 일본총리가 전화통화를 했다. 기시다 총리와 웃으며 통화하는 윤석열 당선인(왼쪽)과 이날 기자들에게 통화내용을 브리핑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교도 / AP 연합뉴스

한국의 대선 결과는 일본에서도 큰 뉴스다. 한동안 러시아의 무력 침공 소식에 한국도 북한도 ‘뒷전’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만들겠다”는 일성을 일본의 모든 매체가 일제히 주요 뉴스로 전했다. 최대 관심사는 역시 한일 관계의 향방이다. 정권 교체를 계기로 ‘전후 최악’이라는 한일 관계 해결 여부를 전망하는 기사가 쏟아진다.

   
 

한국에선 ‘극우파’로 낙인찍힌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부지사도 어느 민영 방송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참에 양국 관계 개선을 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징용·위안부 피해자 배상 문제 등을) 완전히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서로 다른 역사 인식으로 부딪치면서도 ‘우리는 서로 다르구나’ 이야기하면서 마지막엔 술 아니면 밥이라도 먹을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현안에서 부딪치더라도 소통조차 포기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말에 공감했다.

한일 관계는 2018년 강제징용 피해자 대법원 판결, 이듬해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후엔 일본이 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면서, 양국은 대화 물꼬조차 트기 어려워졌다. 양국 관계가 최악의 수준에서 몇 년째 고여있자, 사람들도 점차 무감해지고 있다. 굳이 관계 개선을 해야 하느냐는 반문도 나온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라의 안전과 평화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감하는 시기다. 대만에 대한 야욕을 숨기지 않는 중국의 이웃국으로 한국도 일본도 손잡을 땐 잡아야 한다. 하시모토 전 지사의 표현을 다시 빌리자면 “중국·러시아·북한을 이웃에 두고 한국과 안보 협력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에 계속 ‘네가 틀렸다’ 욕지거리를 퍼부어대는 관계는 좋을 게 없다”.

올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20주년이 되는 해다. 마침 한일 관계 개선에 의욕적인 대통령이 한국에서 탄생했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10월 자민당 내에선 비둘기파로 통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취임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11일 기시다 총리와 통화하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협력하자고 했다. 일본은 윤 당선인이 미국 다음으로 일본 정상과 통화하고, 3·11 동일본 대지진을 위로하는 말도 건넨 점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얽히고설킨 한·일 간 현안에 갑자기 완벽한 해결책이 솟아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백 점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십 점, 오십 점이라도 일단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는 데 의미가 있다. 모처럼 찾아온 변화 시기에 한일 양국 정상이 밥 한 끼 정도 함께할 수 있는 작은 관계 회복부터 시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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