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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봉쇄와 하이난의 시진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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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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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 / 중국연구소장

랑셴핑(郎咸平)은 중국의 유명 경제학자다. 차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후보로 손꼽힐 정도다. 한국에도 『국가는 왜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가』 『자본전쟁』 등 그의 여러 저작이 번역돼 나와 있다. 그런 그도 코로나 19로 인한 상하이 봉쇄의 비극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지난 11일 그는 중국판 트위터인 자신의 웨이보(微博) 계정에 모친의 슬픈 사망 소식을 알렸다. 신장 질환이 있던 98세 노모가 상하이 고급 병원인 산쟈(三甲)의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코로나 검사 결과가 나와야 진료가 가능하다는 규정에 막혀 네 시간 동안 검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다 끝내 사망했다는 것이다.

   
▲ 중국 상하이는 지난달 28일부터 전면 봉쇄와 부분 봉쇄를 거듭하는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여느 때와 같이 의사의 주사 한 방이면 해결될 문제였지만 융통성 없는 병원의 조치 탓에 “엄마가 영원히 내 곁을 떠났다”고 그는 애통해했다. 그 자신은 사정사정 끝에 봉쇄된 집에서 나올 수 있는 허락을 받았지만 이번엔 상하이 전체가 봉쇄돼 있는 탓에 병원으로 가는 택시를 잡을 수 없어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고 한다. 12일엔 상하이의 또 다른 죽음이 중국에 충격을 안겼다. 상하이 훙커우(虹口)구 위생건강위원회 정보센터 주임인 첸원슝(錢文雄)이 업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인터넷 공간엔 부인도 남편의 뒤를 따랐다는 소문이 퍼지며 상하이의 민심이 흉흉해졌다. 그러자 환구시보(環球時報) 전 편집인 후시진(胡錫進)이 나서 부인 사망은 사실이 아니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 중국 상하이의 신국제전람센터가 병상 4만 개의 임시 격리시설로 탈바꿈했다. [신화=연합뉴스]

상하이에선 최근 하루 평균 2만여 명 이상의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한다. 누적 확진자는 20만 명을 넘어섰지만, 중증 환자는 열 명 남짓이고 사망자는 두 명 정도다. 한데 2500만 상하이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전체 봉쇄와 부분 봉쇄를 거듭하면서 코로나로 인한 사망이 아닌 애꿎은 이유로 숨지는 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경직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빚는 비극이건만 중국 당국은 요지부동이다. 관영 매체와 전문가를 동원해 제로 코로나 정책 유지가 1) 중국 공산당의 집권 이념에 부합한다. 2) 중국의 현실 국정(國情)에 부합한다. 3) 수많은 생명이 죽는 걸 막을 수 있다는 3대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중국 상하이의 한 도로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된 봉쇄 정책의 영향으로 텅 비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중국 당국의 3대 선전과는 달리 상하이의 현실에선 3대 붕괴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상하이 의료체계의 붕괴이고 두 번째는 물자공급 부족으로 인한 상하이 시민의 심리붕괴다. 이는 코로나가 발생해 봉쇄 정책이 펼쳐질 때마다 생기는 오래된 문제다. 한데 여기에 최근엔 언론 붕괴가 더해졌다. 코로나 방역의 성과만 보도하는 정규 매체의 보도가 전혀 신뢰를 얻지 못하는 가운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개개인이 발신하는 메시지가 상하이 시민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중국 인터넷 공간에선 봉변을 당하는 리창(李强) 상하이 당서기의 시찰 모습이 화제가 됐다.

   
▲ 리창 중국 상하이 당서기는 최근 봉쇄 지역 시찰에 나섰다가 “당신은 국가에 죄를 짓고 있다”는 비난을 들었다. [둬웨이망 캡처]

봉쇄 구역으로 민정 시찰을 나선 리창이 물자공급 상황을 점검하고 방역 전선의 간부와 자원봉사자, 그리고 일부 주민을 격려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그가 정해진 구역에서 벗어나 이웃 단지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벌어졌다. 휠체어에 앉은 노부인이 리창을 향해 “보름 동안의 봉쇄 기간 당근 2개와 감자 2개, 양파 2개를 받은 게 전부”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옆에 있던 또 다른 여인은 “당신들은 국가에 죄를 짓고 있다. 선열에 부끄럽고 하늘과 땅에 부끄러운 줄 알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앞서 리창이 방문한 곳은 물자공급이 비교적 괜찮고 또 주민들에겐 200위안(약 3만 8000원)씩을 줘 지도자 방문에 미리 대비했던 지역이다.

중국 언론이 리창의 격려 모습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반면 SNS에선 리창의 봉변 영상이 빠르게 퍼지다 단속에 걸려 삭제되고 있는 게 중국의 현실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상하이 당국은 당초 둥팡(東方)위성TV를 통해 성공적인 방역을 자랑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내보내려다 연기했다. 상하이 노동자들이 10여일 넘게 배를 곯고 있는데 이들 월급의 200년 또는 1000년에 해당할 부(富)를 축적한 스타가 나와 노래를 부르는 게 무슨 위안이 되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에선 성역에 해당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지방 시찰에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나와 눈길을 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1일 하이난다오 시찰에 나서 전통복장을 한 주민들로부터 환대를 받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홍콩 명보(明報)엔 지난 14일 ‘시진핑 하이난(海南) 행보의 진정한 목적’이라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세 번째 하이난다오 시찰에 나서 싼야(三亞)의 종자실험실과 중국해양대학 등을 방문했는데 지난 2018년 두 번째 방문 때와 일정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 열대우림공원이나 마을 시찰도 2013년 첫 번째 시찰 코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시진핑이 하이난다오를 찾은 이유는 뭔가. 하이난다오는 아열대 기후로 중국의 대표적 휴양지다. 2015년엔 전 국가주석 장쩌민(江澤民)의 일가 3대가 함께 이곳을 찾아 화제가 됐다. 장쩌민은 “이번 여행이 헛되지 않다(不虛此行)”는 감탄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1일 하이난다오 시찰에서 제로 코로나 유지를 위해 요행 심리나 느슨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한데 시진핑이 이곳을 찾은 게 모두 4월이다. 4월의 베이징은 날씨가 따뜻해졌다 추워지기를 반복하고 황사에 이어 꽃가루가 날려 호흡기 질환을 가진 이들이 질색하는 달이다. 4월은 또 중국의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3월에 끝나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없기도 하다. 따라서 시진핑의 하이난다오 시찰은 휴식의 성격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칼럼의 요지다. 중국의 경제 수도인 상하이가 봉쇄를 거듭하며 2500만 시민의 삶이 엉망이 됐는데 최고 지도자는 바람 쐬러 휴양지를 찾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곳에서 제로 코로나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투쟁하기 싫어하는 정서, 요행 심리, 느슨한 마음가짐을 가져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참으로 잔인한 중국의 4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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