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희 / 도쿄통신원] 

▲ 학교법인 가나가와조선학교 간판. ⓒ 이강희

평소 교류가 있던 후배 A군으로 부터 어느날 연락을 받았다. 요코하마에 있는 조선학교가 개교 70주년을 맞아 학교를 일반에게 공개한다고 하는것이었다. 흔쾌히 A군의 제안을 수락하고 24일 오전 집합장소인 요코하마역으로 향하였다.

역에 도착하니 금색머리의 아름다운 B양이 반갑게 나를 맞아 주었다. 마스크로 인해 B양인지 처음에는 못 알아 보았지만 마스크를 벗고 인사를 하니 바로 B양임을 알았다. B양은 과거 민단 학생회에서 활동하였으며 현재는 일본의 국가자격을 취득하여 관련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나는 평상시 B양을 보며 차세대 재일교포사회의 지도자가 될 멋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B양이 조선학교 70주년 기념식에 참가한다는 점이 놀랍기도 하고 궁금하여 어떠한 경위로 참가하였는 지 물었다.

B양은 일본 국적을 취득하였으나 조총련 산하기관에서는 일본 국적인 그녀에게도 장학금을 주기에 학생시절 장학금을 받았다고 이야기 하였다. 다만, 이야기 속 그녀가 유학동 등 총련 산하 기관에 깊숙이 속해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였다.

이날 행사는 후배 A군이 불러주었지만 주최는 NPO법인 ‘우리 하나’라는 곳에서 외부인들을 인솔하는 듯 하였다. 역에서 약 20여분의 거리를 걸으니 학교법인 가나가와조선학교에 도착하였다.

도착하니 오랜만에 후배 C군을 만날 수 있었다. 지면에 모든 것을 적을 수는 없지만 C군은 민단 학생회장에 당선되었으나 조선학교 출신, 가족의 총련 활동 등을 이유로 학생회장에 취임하지 못하였다. 당시 민단 학생회는 1년간 공석인 회장을 대신해 부회장 D군이 활동을 하였다. (부회장 D군은 일본 국적자이며 당시 규약 상의 이유로 회장에 취임할 수 없었다.) C군은 「류학동 대표단」이라 적힌 옷을 입고 이날 행사의 로지스틱을 담당하는 듯 보였다.

민단 학생회장으로 당선되었으나 취임을 하지 못한 C군이 조총련 산하 유학동의 대표단이라는 옷을 입고 활동하는 모습에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다만 수년간 연락을 하지 않고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나와의 과거의 교류를 기억하고 반갑게 맞아주는 모습에 참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또한 나도 대표로 활동한 적이 있던 유학생연합회의 후배 회장과도 최근에 교류를 하였다며 곧 함께 볼링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하였다. 기대와 함께 걱정스런 마음도 든다.

졸업생, 학부모, 내외빈이 아닌 우리는 개교 7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체육관이 아닌 조그마한 교실로 안내를 받았다. 이 교실에 설치된 TV를 통해 행사를 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 가나가와조선학교 교실 내부 모습. ⓒ 이강희

처음 안내를 받았을 때는 TV로 보여줄 거면 뭐 하러 여기까지 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나에게는 교실에서 식에 참가하는 것이 더욱 좋은 기회였다. 바로 학교 시설을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장실로 가는 길에 교장실, 조청조고위원회 (재일본조선인청년회 조선고등학교위원회) 등을 볼 수 있었다.

과거 조선학교가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는 여러 언론을 통해 들을 수 있었지만 직접 두 눈으로 보니 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시설은 몹시 노후화 되어 있었으며 건물의 안전까지도 다소 걱정되었다.

▲ 평상시 있던 사진이 이날은 이렇게 가려져 있었다. ⓒ 이강희

다만 당일은 교실에 붙여져 있어야 할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진이 걸려있지 않았다. 외부인이 대량으로 오기에 철거를 한 것인지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경위는 알지 못했다.

행사가 시작된 이후 가나가와조선학교가 설립된 배경에 대한 동영상이 방영되었다. 해방 당시 가나가와에는 약 58,000여 명의 교포가 거주했었다고 한다. 또한 그들이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글과 말을 배우기 위한 조선학교가 설립되었으며 이후의 조련 설립, GHQ 및 일 정부 당국의 탄압에 대한 역사가 동영상을 통해 방영되었다.

그러나 동영상 속에 한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1947년 9월 재일조선인연맹 가나가와 지부에서 한덕수 의장이 "어린 것들 만이라도 우리 같은 고통을 겪지 않게 하기 위해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고 하는 부분이었다.

1947년 조총련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1949년까지 조련이 존재하였다. 또한 한덕수씨 역시 당시 조련의 최고위 지도자라 하기에는 거리가 있는 위치였다. 그렇기 때문에 동영상 속 '한덕수 의장'이라고 한 부분은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또 북한 김일성 정권에서 보낸 교육 원조비를 '생명수'라고 표현하였으며 동영상에서 이러한 부분이 나오자 박수를 치는 노인들도 있었다.

이 학교의 교장은 앞으로의 교육방침으로서 커뮤니케이션, ICT, 커리어 교육 및 진로교육이 가장 방점을 둔 세가지 교육이라고 했다. 우선 커뮤니케이션으로서는 영어와 함께 또 다른 언어를 집중적으로 교육할 것이며 다음으로 정보화 시대에 맞는 ICT교육, 마지막으로 직업체험 등을 언급하였다.

가정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가 통합하여 학생들에게 정체성을 교육하고 집단생활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마인드를 기르고 소인수 교육을 통해 개별에게 최적화된 교육을 할 것이라고 그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부족한 재정을 채우기 위해 당초 재산매각을 검토하였지만 이를 재산 매각이 아닌 현재의 부지를 유효하게 활용하겠다고 하였다. 그 예로 주차장 임대, 축구장 임대, 옥상에 통신 기지국 제공 등을 들었다.

▲ 가나가와조선학교 교가(왼쪽)와 벽보에 붙은 교육원조비와 장학금 관련 내용. ⓒ이강희

학교에는 교가가 붙여져 있었다. 다만 이 교가 역시 작사: 한덕수, 작곡: 최동욱이라 적혀 있었다. 한덕수 총련 의장에 대한 절대적 평가가 이 학교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또한 조총련의 선전물, 김일성 등 북한 정권 지도자에 대한 선전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확실히 조선학교를 다니면 우리말을 잘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구식 선진 교육 시스템 역시 도입하려는 모습도 느껴졌다. 다만 미래 내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는 과연 내 아이를 이곳에 보내려 할까. 나는 도저히 김일성을 수령님 김정일을 장군님이라 하며 곳곳에 북한의 선전물이 붙어있는 이 학교에 내 아이를 보낼 수 없을것 같다. 논리적으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으나 내 마음은 그렇다.

조선학교를 직접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초대해 준 A군, 함께 즐거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 B양, 그리고 오랜만에 얼굴을 볼 수 있었던 C군과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