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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도 대통령도, 다 경제에 달렸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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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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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철 / 콘텐츠본부장

인플레 뒤, 더 강력한 침체 가능성
글로벌 환경 비춰 전례없는 위기 가능
'비상상황' 인식해 경제 올인해야

   
▲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열린 제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경제가 대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는 기업이 제일 잘 안다. 전망이 밝으면 산간 오지라도 기꺼이 투자하지만, 어두우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곳이 기업이다. 확실하다면 좌파 정부에서라도 기꺼이 투자하고, 반대로 불확실성이 자욱하다면 우파 정부가 와도 투자하지 않는다. 기업의 감각은 동물적이고, 판단은 현실적이다.

최근 국내외 대기업들이 굵직한 투자계획을 중단하고 있는 건, 짙은 어둠이 몰려오고 있다는 방증이다.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장 증설 보류 결정을 한번 생각해보자. 반도체가 신냉전의 핵심 무기가 됐고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동맹을 안보동맹 수준으로까지 격상시킨 마당인데, 국내적으로도 새 정부가 '반도체 전사 15만 양병' 계획까지 내놓으며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데, 웬만하면 부담스러워서라도 투자를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SK는 끝내 투자를 유보했다. 그만큼 시장 수요를 비관적으로 봤다는 뜻이다.

개인들은 당장의 인플레 때문에 아우성이지만, 기업들은 인플레 다음을 걱정한다. 고물가가 꺾이면, 그 뒤에 '더 큰 놈', 지난 수십 년간 경험해보지 못한 길고 깊은 침체가 기다리고 있을 걸로 보고 있다. 혹자는 다가올 위기가 IMF나 리먼 사태 때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IMF 사태 당시 한국 경제는 무너졌어도 세계 경제는 호조였고 미국의 리더십은 강력했다. 때문에 IMF를 앞세운 미국의 전폭적 지원과 수출 드라이브를 발판으로 우리는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리먼 사태 때는 반대로 선진국들이 부도 위기에 몰렸지만, G7 G20 등 글로벌 공조가 작동하면서 재앙을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경제상황은 그 때와 전혀 다르다. 우선 세계가 동반 인플레, 동반 침체를 겪고 있다. 여전히 수출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 경제로선 회복 모멘텀이 없는 셈이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20년 전에 비해 빈부격차와 저출산-고령화가 심해져 내부 역동성이 크게 마모됐다. 둘째, 세계 경제의 견인차가 사라졌다. 중국은 2분기 성장률이 0%대로 곤두박질쳤고, 최근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개도국은 연쇄 도산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셋째, 세계 경제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해왔던 미국엔 더 이상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미-중 대결이 미-중러 대결로 확대되면서, 어떤 위기가 와도 글로벌 공조는 불가능해졌다. 평화와 번영의 자유투자무역 시대는 끝나고, 자원무기화 밸류체인 붕괴 등 거친 보호주의 시대로 진입했다. 이렇듯 경제환경 자체가 악화했기 때문에, 전 세계가 아주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침체 터널로 빠져들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경제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을까 싶다. 휘발윳값 얼마 낮추고, 전깃값 동결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주기적으로 호불황이 반복되는 통상적 경기패턴이라면 내년까지 좀 고생하다가, 그 뒤론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겠지만, 지금 진행되는 흐름은 전혀 그런 차원이 아니다.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은 지금 국정지지율이 최악이라도, 내년 하반기 정도부터 경제가 반등하면 지지율도 올라갈 테고, 그러면 2년 뒤 총선도 얼마든지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르겠는데, 과연 경제가 이 낙관적 계산법대로 진행되어 줄까 싶다.

모든 걸 쏟아부어도 될까 말까 할 경제위기다. 대통령실에 비상경제상황실을 가동하고, 매주 대통령이 비상경제회의를 직접 주재해야 한다. 대통령과 장관들은 기업인, 자영업자, 노조원까지 만나 애로도 듣고 설득도 해야 한다. 국민들에게 엄혹한 경제 현실과 함께 정부 혼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솔직히 고백하고, 야당에도 초당적 협조를 구해야 한다. 지지율은, 그렇게 하면 저절로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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