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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골퍼 김주형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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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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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 논설위원

   
 

호주 멜버른에 살던 일곱 살 김주형은 골프 티칭 프로인 아버지 손에 이끌려 타이거 우즈가 출전하는 대회를 보러 갔다. 그날 이후 “나도 우즈처럼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 꿈이 큰 사람은 사소한 어려움 앞에 담대해진다. 소년 김주형도 그랬다. 열여섯 살에 자기만의 클럽이 생길 때까지 여기저기서 얻은 클럽을 들고 대회에 나갔다. 온 가족이 중국·필리핀·태국 등 다섯 나라를 전전하며 윤택하지 않은 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래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했다.

김주형은 ‘스포츠 스타는 실력만으로 관객을 매료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선수다. 지난 8월 윈덤 챔피언십 첫 홀(파4)을 이른바 ‘양파’(쿼드러플 보기)로 출발했을 때, 그의 우승을 예견한 이는 없었다. 세계적 선수조차 비슷한 상황에서 포기하고 가방을 싸곤 한다. 김주형의 경기를 지켜본 이들은 끝까지 도전하는 그에게 반했다. 다른 선수들도 자극을 받았다. 올해 투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로리 맥길로이는 첫날 트리플 보기를 했지만 김주형을 떠올리며 “나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 다짐했다고 한다.

PGA 첫 우승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김주형은 불과 두 달 만에 또다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타이거 우즈 이후 처음으로 21세 이전 PGA 투어 2승을 거뒀다. 2승 달성 당시 나이가 우즈는 20세 9개월인데, 김주형은 20세 3개월로 더 빠르다. 소셜미디어엔 ‘스타 탄생’이란 갈채가 쏟아진다. PGA 82승을 올린 ‘골프 황제’ 우즈와 비교하는 분석들도 쏟아지고 있다.

김주형은 쇼맨십에도 능하다. 지난달 미국과 세계연합팀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18번 홀에서 3m 내리막 버디 퍼트에 성공한 뒤 타이거 우즈처럼 포효했다. 모자를 내던지고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는 그에게 ‘최고 활력 책임자’(CEO·Chief Energy Officer)란 별명이 붙었다.

고대 그리스 비극(悲劇)은 명칭과 달리 슬픈 이야기가 아니다. 그리스 비극에서 영웅은 승자가 아니라 고난과 맞서 싸우며 삶의 숭엄함을 증명하는 이다. 세계 무대를 뛰는 우리 청년들은 그런 의미에서 현대의 영웅들이라 할 수 있다. 하루 15시간 건반을 두드려 반 클라이번 콩쿠르 정상에 선 피아니스트 임윤찬, 피나는 연습으로 숨조차 흐트러지지 않는 칼 군무의 경지에 오른 K팝 스타들이 그들이다. “무슨 일이든 잘할 때까지 좋은 습관을 반복해 몸에 배면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며 필드에 서는 20세 김주형도 땀의 위대한 가치를 곱씹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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