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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매력국가, 한국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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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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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왈 / 예술경영가·고양문화재단 대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에서 나온 것을 종합해 보면 문화정책의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항간에서는 “새 정부 문화정책은 뭐지” 하며 궁금증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었는데, 일단 의구심을 잠재울 정도의 지향점은 파악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지난해 새 정부의 초대 문체부 장관에 취임한 박보균 장관은 ‘문화매력국가’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문화예술로 촉발된 세계적인 한류 열풍에 고무된 이 담대한 선언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각론이 뒷받침되지 않아 다소 공허해 보였는데, 이번 발표로 그 빈 공간 또한 어느 정도 메울 수 있게 됐다. 문화매력국가로 가는 전기는 마련됐다. 정책에서의 과감한 ‘발상의 전환’은 이같은 낙관적인 전망에 힘이 실리는 요소다.

우선 콘텐츠를 수출 지형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로 본 것이 매우 인상적이다. 최근의 성장 속도나 수출액 증가 추이를 보고, 콘텐츠를 미래의 효자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발상이다. 문체부가 발표한 2021년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124억5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전과 2차전지, 전기차, 디스플레이 패널 등 주요 수출 품목보다 액수가 크다. 문체부는 이번 발표에서 7900억원의 정책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문화 콘텐츠가 수출 업종의 지형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예전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둘째, 소위 순수예술을 앞으로 한류를 이끌 주요 분야로 새롭게 인식한 것도 관심거리다. 때늦은 감은 있으나 마땅히 옳은 관점이다. 20여년 전 동아시아 일대에서 드라마와 영화로 한류의 붐이 조성되기 시작한 이래, K팝 등 대중예술이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면서 흐름을 주도했다. 반면 문학과 미술, 연극, 무용, 국악, 클래식, 뮤지컬 등 순수예술 분야는 가능성을 확인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이제 이 분야를 ‘한류의 차세대 주자’로 보고 적극적인 지원으로 선회한 것은 매우 적절한 판단이다. 순수예술이 각 나라의 깊은 마음속에 내재한 높은 문화장벽을 뛰어넘어 세계인의 정신을 움직일 때 비로소 한류는 완성된다.

셋째, 문화예술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될 ‘약자 프렌들리’ 정책에 대한 기대다. 지금까지 문화예술 지원정책에서 약자는 주로 경제적 관점에서 고려대상이었다. 문화바우처사업 등 문화예술의 향유 과정에서 약점이 있는 경제적 취약계층 지원을 우선순위에 놓았고 상당한 성과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반면 장애 예술인 지원은 사각지대였는데, 이제 이들을 예술 생산의 당당한 주체로 포용하겠다고 나섰다. 이미 국립극장 등 공공극장에서는 ‘배리어 프리’라고 하여 무장애 공연 및 관람을 진행하고 있다.

넷째, 문화예술을 통한 중앙과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다. 이 분야의 대표 정책으로 ‘문화도시’ 지정사업이 꼽힌다. 사업의 의의 못지않게 지난 정권의 역점사업을 계승하고 확장하여 정책의 연결성과 지속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7개소 지정을 계획했다. 지정 지자체에 5년간 최대 100억원의 국고가 지원되는 이 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과열을 감안해 엄정한 사업관리가 중요하다. 컨설팅과 심사, 평가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조리 요인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국내에서 인정하고 세계에서 사랑받는 문화매력국가라는 거대한 담론은 우리의 힘만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다. 매력은 일종의 끌림인데, 상대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동해서 반응할 때 그 진가가 나온다.

사람의 관계도 이럴진대 하물며 국경을 넘어 우리나라의 매력을 발산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한데 얼마 전 만난 공공분야 중견 외교관이 한 말을 들어보니 ‘문화매력국가, 한국’은 이미 온 건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정말 외교하기 편해진 것 같아요. 상대에게 다가가기 전에 상대가 먼저 찾아옵니다. 이럴 때 격세지감을 느끼죠. 이미 본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얘기하고, K팝 스타의 안부를 물어요. 다 ‘한류의 힘’ 덕임을 직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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