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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워싱턴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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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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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 워싱턴 특파원

美 반도체법 관련 기사로 뜬눈 지새
보조금 요건에 초과이익 공유제 포함
美 압박에 반도체·차·철강산업 휘청
尹 방미 조율 중… 불확실성 걷어내야

“일단 자료를 좀 살펴보고 새벽 6시에 통화하시죠.”

   
 

지난달 28일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접수 당일인 이날 오전 5시에 상무부 산하 표준기술연구소(NIST) 홈페이지를 통해 보조금 지원 요건 자료가 공개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워싱턴에서 반도체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및 업계 관계자, 그리고 관련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특파원들은 새벽에 공개되는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잠을 설쳐야 했다. 자료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알 수 없어 통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누구는 밤을 꼬박 새웠다고 했고, 누구는 잠시 눈을 붙이려 했지만 밤새 뒤척였다고 했다.

공개된 75쪽 분량의 보조금 지원 공고에는 예상치 못한 초과 이익 공유제 조항이 포함됐다. 미국에 투자해 정부로부터 일정 금액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특정 초과 이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초과 이익을 산출하려면 사실상 생산 원가와 비용, 수익 내역 등을 미 정부에 제공해야 할 판이다. 현금 흐름, 내부 수익률 및 수익성 지표를 포함한 상세한 재무 계획서를 제출하라고도 했다.

끝이 아니다. 반도체지원법은 애초 미국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이나 러시아 등 우려 국가에 10년간 투자할 수 없도록 하는 가드레일 조항을 뒀다. 미국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중국에 공장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 설비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다. 미국 상무부가 3월 중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 사항을 발표할 방침이어서 촉각을 계속 곤두세워야 한다.

지난달 23일에는 상무부 산업안보담당 차관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제공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1년 유예를 연장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기업들이 생산할 반도체 수준에 한도를 둘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업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 기업에 1년 유예 기간을 줬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미국 정부가 오는 10월, 1년 유예 종료 기간을 앞둔 어느 시점에 발표할 장비 수출 통제 세부 사항을 또 기다려야 한다.

한국산 전기차 차별 조항이 담긴 미국의 전기차법(정식 명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문제 역시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8월 발효된 전기차법이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규정을 두면서 한국산 전기차가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미 재무부는 3월 중에 전기차법 가운데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하는 하위 규정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정부는 미국이 핵심광물 비율을 인정하는 원산지에 한국 기업이 주로 광물을 조달하는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 등이 포함되도록 설득하고 있지만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철강업계도 떨고 있다. 2021년 10월 논의를 시작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지속 가능한 글로벌 철강 합의(GSSA)가 오는 10월 타결을 목표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미국과 EU가 청정 철강 기준을 정하고, 철강 생산 시 탄소배출량 등에 따라 관세율을 차등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철강 생산 탄소집약도(소비된 연료당 방출된 탄소의 양) 순위는 12위로 중국에 한 단계 앞서는 수준에 그쳐 우려가 작지 않다. 청정 철강 기준 등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지만 미국과 EU가 문을 걸어 잠그고 협상을 벌이고 있어 한국 정부와 기업으로서는 협상 결과가 나오기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중(對中) 견제를 위한 미국의 경제안보 정책으로 애꿎은 한국이 피해를 본다는 불만을 넘어 한국과 미국이 정말 동맹이 맞느냐는 근본적인 회의감이 감돈다. 한국 주력 반도체와 자동차, 철강 분야가 올해 내내 지속할 불확실성에 떨고 있다. 정부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는 올해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와 한·미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 국빈 방문 형식, 미 의회 연설 등의 형식보다 이런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성과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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