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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위험한 집단사고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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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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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미국이 심하게 분열됐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심각한 양극화로 제대로 된 정책을 기대하기 힘들고, 정치권의 내부 갈등으로 대외적으로도 강력하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외교 문제에 대해서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워싱턴 정가에는 중국에 관한 광범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위험한 집단사고의 전형적인 본보기다.

얼마 전 열린 연방하원특별위원회의 중국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1950년대로 되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양당의 특위 위원들은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경쟁적으로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을 미국에 대한 실존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마약에서 코로나19와 실업에 이르기까지 국내 문제의 모든 책임을 베이징 탓으로 돌렸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합리적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불과 몇 주 전에 발생한 사건을 생각해보라. 미국의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민간 기상관측기구일 가능성이 높은 세 개의 풍선을 격추시키라고 명령했다. 중국의 정찰 풍선이라는 야단스러운 호들갑 속에서 취해진 조치였다. 하지만 이들과 유사한 수 백 개의 풍선이 지금도 세계 곳곳의 하늘에 떠있다. 물론 그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 기상관측기구다. 기상관측 동호회와 기후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이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이런 풍선의 가격은 개당 최저 12달러다. 반면 이들을 격추시키기 위해 발사한 미사일의 대당 가격은 40만 달러를 웃돈다. 물론 풍선은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격추됐다. 그러니 그 누구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물렁하다고 주장하지 못할 것이다.

중국은 만만치 않은 전략적 경쟁자이자 지난 수 십 년 동안 미국에 강력히 맞선 가장 중요한 도전자다. 바로 이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틀짓는 외교정책은 더욱 신중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편집증과 신경질적 발작, 그리고 무엇보다 베이징에 단호하지 못하다는 비난에 대한 두려움이 대중국 정책의 바탕이 될 수는 없다. 베트남과 이라크에서 보듯 이렇게 결정된 정책은 필연코 잘못된 결과를 가져온다. 지난 2003년 상원 소수당 대표였던 톰 대슐 의원(민주당)이 이라크와의 전쟁에 돌입하기 전 추가적인 외교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공화)은 대슐 의원이 적에게 도움을 주려 한다고 몰아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전인 6년 전, 미·중 관계가 껄끄럽고 어렵긴 해도 양국 최고위급 사이의 정기적인 대화로 관리가 가능했다. 당시 워싱턴이 통화 조작과 산업스파이 같은 이슈를 정면으로 제기하자 베이징은 나름대로 시정 노력을 기울였다.

오늘날 미·중 관계는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중국은 계속 미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취하고 있지만 양국 사이의 대화는 전혀 없는 상태다. 베이징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를 경제적·외교적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의 지원이 군사적 측면으로 확대될 경우 러시아는 거의 무제한의 무기를 공급 받고, 전쟁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민주)의 대만 방문은 중국 인민해방군에게 수일에 걸쳐 대만 해상봉쇄 훈련에 나설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만약 케빈 매카시 현 하원의장(공화)이 대만을 방문한다면, 중국 인민해방군은 이를 빌미로 더욱 길고 복잡한 해상봉쇄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베이징의 결정에 따라 대만은 언제건 고립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려 들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점은 중국이 핵 전력 현대화 프로그램에 착수했다는 사실이다. 베이징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200여기 남짓한 핵탄두만으로도 적절한 핵 억제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현재 400기로 추정되는 핵탄두를 세배로 늘리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의 핵무기폐기협정을 사실상 파기했다. 지금 우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한 3개국 가운데 2개국이 손을 맞잡고 그들의 미사일로 미국을 겨냥하는 새로운 핵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오늘날의 미국은 중국을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초당파적 시각을 갖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중국의 정권변화만이 지금의 난제를 풀어낼 유일한 해법이다. 그러나 이처럼 안이한 초당파적 교감이 미국인에게 지금보다 안전한 세계를 만들어줄까. 혹시 우리는 장기적인 군비경쟁과 연이은 위기, 심지어 전쟁으로 이어질 위험한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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