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3.10.2 월 14:09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칼럼
재외동포청에 거는 기대
김삼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3.04.05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김삼오 /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국립호주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재외동포청(이하 청 廳)이 6월초에 설립된다고 한다. 기구가 커지고 예산이 늘어나면 실질적인 성과가 크게 달라질까? 그간 고국의 재외동포정책의 사례를 생각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아래는 호주에서 현장을 오래 지켜 봐 왔고 다른 해외지역도 가 본 한 사람으로서의 비판적 기술이며 몇 가지 구체적 방향 제시다.

   
 

한국인들은 어떤 공익사업(프로젝트, 프로그램)을 발기할 때는 대체적으로 먼저 그 뼈대가 될 정관과 기구와 건물 또는 사무실 마련은 잘한다. 그 자체에 잘못은 없다. 그러나 과연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명실상부한 사업과 기구가 될까에 대하여는 그다지 고심하지 않는다. 외모와 형식은 근사해도 실질 또는 내용은 허술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드웨어는 좋아도 실제 작업을 의미하는 소프트웨어는 아닌 셈이다.

해외 주요 한인 거주 지역에 예외 없이 조직된 그 많은 한인회가 한가지 좋은 사례다. 한인회관은 크고 작고 간 어디나 잘 되어 있고 한인회장을 할 지도급 인사가 많아 그게 공석인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런데 매년 하는 실질적 기능을 보면 회장 선거, 대외관계 연락 업무, 고국 정부 파견 대사와 총영사, 그리고 다른 기관장들, 현지 자율 단체라지만 고국의 연장선에 있는 평화통일협의회와 비슷한 모임과 단체장들이 주로 참석하는 3.1절, 광복절, 개천절 행사, 그 보다는 일반 교민이 더 많이 참여한다지만 역시 같은 행사인 한인의 날’등을 준비하고 장소를 제공하는 것 말고는 언필칭 커뮤니티의 대표 기관이나 구심점으로서 장기적이고 실질적 발전을 이끄는 역할을 잘 하는 걸 못 본다.

면과 같거나 못한 동포사회의 영향력

이에 대하여 나는 어느 특정인을 탓할 생각은 없다. 구성원들, 말하자면 필자를 포함한 구성원들의 자치 능력이 문제다. 개혁 방안은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청 관련 본보 <세계한인신문>에 실린 기고나 동포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인 미국 동포의 반응 또한 같다. 모두 단일 기구로서의 청의 규모와 권한과 위치 자체에 먼저 관심을 갖지 이게 생기면 기존의 재외동포정책에 비하여 실질적으로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 오랜 경험이나 리서치(Research)를 바탕으로 지적하고 건의하는 류는 없다.

원래 여기에 리서치가 없거나 취약한 것은 말과는 달리 해외 한인사회란 고국의 시각으로는 작고 미약하며 당장 고국 정치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군(郡)은 말할 것 없고 아마도 미국과 일본을 빼고는 면(面)만도 못하거나 같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오래 살면서 나는 많은 인문 분야 한인 유학생들이 한인 밀집 지역에서 동포들을 상대로 한 면접조사(Field research)로 학위를 받은 걸 잘 알고 있다. 그 자체에 잘못은 없다.

문제는 고국에 돌아가 대학에 자리를 잡으면 해외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고 하지 동포사회에 신세를 졌다고 말 안한다. 왜인가는 위에서 시사한대로다. 그러니 해외 한인사회에 대한 지식은 언제나 언론 보도의 겉핥기 수준인 건 당연하다.

본론으로 들어가 그럼 청이 생겨 어떻게 하면 기존의 재외동포정책을 탈피할 수 있을까? 위임 받은 보고서도 아니어서 길고 자세하게 쓸 수 없고, 문제의 윤곽을 그려봄으로써 해답이 자명해질 수 있게 희망해 본다. 그리고 말미에 몇 가지 구체적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먼저 기존의 재외동포정책의 특징이거나 취약점을 요약해볼 필요가 있겠다. 그건 나의 과거 글에서도 지적한대로 한마디로 말해서 정책의 고객(Clients)인 동포사회보다 고국의 정권의 필요에 맞추어져 왔다. 그런 사정은 고국의 불안정한 정치세력 간 강한 권력 장악과 유지의 필요, 한반도의 분단상황, 해외 한인들도 고국의 연장으로서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정부의 중앙집권적 행정 스타일, 권력에 줄을 대려는 소수를 빼고는 무관심한 현지 일반 교포들의 태도가 만든다.

위에서 언급한 고국이 아니라 현지 사회의 필요에 대하여도 말뿐만 아니라 나는 구체적으로 생각 해놓은 게 있으니 이 글 뒤 따로 기고해볼 것이다.

중앙집권적 정책의 예는 서울을 본부로 하거나 아니더라도 세계 전 지역을 망라해서 촘촘히 엮어진 여러 분야별 재외동포 단체들과 이들 단체장들을 서울로 불러들여 하는 행사에서 잘 볼 수 있다. 세계와 각 국가와 지역 단위로 자리만 늘리는 옥상옥(屋上屋)식 총연합회들을 만들게 유도해온 것도 그렇다.

고국이 정해 놓은 재외동포정책의 두 가지 근간은 해외에 살면서도 (1)민족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2)현지 사회로의 성공적인 통합(현지 사회에 뿌리를 잘 내리는 것)을 돕는 것이다. 이 두 가지는 이론적으로는 상호보완적이기 보다 배타적이어서 말만큼 쉽지 않다. 그러나 목표로서는 타당하고 실제 운영의 묘를 살린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 실제를 보면 고려인, 조선족, 재일동포 사회와는 달리 이민 역사가 비교적 짧아 아직도 1세 주도여서 가만 두어도 잘 되거나 너무 강한 고국지향성이 오히려 골치인 서방지역 한인사회에 대하여 지나친 민족정체성 중심의 정책은 재원 낭비이며 역시 중앙집권적 행정의 좋은 사례다.

청은 꼭 서울에 있어야 하나?

청의 위치가 수도 서울이 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게 다른 건 제쳐 놓고 1차 관심이 되는 현실은 문제다. 청의 일부 전신이 될 재외동포재단은 여론조사 결과라며 서울을 꼽았고, 미국 교포사회를 대표한 미주현직한인회장협의회가 소재지를 서울이어야 한다고 건의한 건 앞서 말한대로 기구하면 내용보다 외모, 알맹이 보다 껍데기를 먼저로 하는 공직자 마인드와 중앙집권적 구습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변화를 위해서 좋은 징조는 아니다.

고국에서나 해외에서 열리는 재외동포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동포들이 실질적 의미와 내용보다 어떤 고위직자가 나와 축사를 해주는가 하는 의전에 더 관심을 갖는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코로나 팬데믹 시절 공무원 재택 근무에서 볼 수 있었던 대로 편지나 영상으로 행정이 가능하게 된 오늘 행정 기구의 위치는 과거에 비하면 크게 의미가 없게 되었다. 더욱 인맥(人脈)을 쌓기 위하여는 수시로 만나야 하는 한국의 조직사회 문화와 지방분권화의 필요를 생각할 때 기구들이 분산되는 것도 긍정적인 면이 있을 것 같다.

해외에 나와 있는 공직자들을 보면 대부분 오래 나와 있으면 손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왜인가는 바로 위에서 시사한 바다. 해외 단체장들도 인터넷 서류만 가지고는 안되고 고국 방문 때마다 청을 드나들며 만나야 하니 청이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닐까.

이점에서 나는 호주의 외무성 산하 호한재단(The Australia Korea Foundation)의 사례를 들고 싶다. 이 재단은 1차적으로 호주의 3대 수출 시장인 한국과의 문화교류 증진을 위하여 설립되었고 그런 목적에 맞는 사업을 공개적으로 신청 받아 보조금 (Grants)을 주는 사업을 한다.

신청자는 구체적인 사업 제안 설명(Project proposal)과 추천서 등 관련 서류를 인터넷으로만 보내야 한다. 심사 담당자들과의 질의와 소통도 원칙적으로 구두로는 안되고 인터넷 문자로만 하게 되어있다. 호주사회의 풍토로 봐 그 절차는 잘 지켜지라고 본다.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

청이 생긴다니까 자연히 관련 인사들의 관심이 청장과 4명의 국장과 알려진바 200여명의 직원의 인사에 쏠리는 것 같다. 특히 곧 해체될 재외동포재단의 인력이 몇이나 청으로 흡수될까, 외교부 산하이니 몇이나 거기에서 내려올까, 모두 밥그릇의 문제니 주변이 뒤숭숭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청이 그 성격상 글로벌 눈높이의 업무를 하겠다면 인사부터 먼저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존의 인사 스타일인 권력 내부에서의 자리의 안배, 정실, 편의가 아니라 누가 봐도 능력과 실적 우선이라는 평을 받게 되어야 할 것이다. 몇 가지 내가 보는 기준이다.

첫째 해외 관련 근무니만큼 기존의 해외나 재외동포정책 분야 경력이 중요할 것 같지만 그 자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1차 자격 조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1979년 호주 도착 후 3년차에 나는 이 나라에서 처음인 교포신문을 만들어 10년간 버텼고, 그 후 지금 까지 꾸준히 커뮤니티 이슈 중심의 칼럼을 써오다 보니 나와 있는 시드니 총영사와 캔버라 주재 대사, 그밖에 기관장과 관리들을 남달리 눈 여겨 볼 수 있었다.

그 가운데 단 한 사람도 제외동포정책의 입장에서 한인사회의 필요나 애로를 알려고 파고드는 걸 보지 못했다. 섞이지 않았다는 뜻은 아니다. 보통 이임 인사 때 말하듯 대과 없이 지내느라 필요하고 친여적이며 듣기 좋은 말만을 하는 인사들과만 가깝게 지내다가 떠난다. 현지 국가는 몰라도 현지 한인사회를 깊이 알아 봤자 출세에 도움이 되지 않아 그럴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오래, 그리고 여러 지역을 다녀 근무했어도 한인사회 전문가는 될 수 없다.

공관장은 대교민 업무만을 위하여 나와 있는 건 아니다. 대사는 거주국의 중앙정부, 총영사는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외교 교섭과 현지 정보 수집이란 고유 업무를 하지만 여기 글의 논의는 그들에게 동시에 주어진 동포정책 업무다.

원 스톱 민원 서비스(One-Stop Service)

둘째 내가 1차로 보는 또 다른 인원 선발 조건은 해외 한인사회에 애정과 갖고 지금부터라도 실정을 깊이 알아 보려는 열성형, 특히 리서치형 일벌레다. 비교적 현지 실정을 파악하기 위한 의견 청취와 드문 연구 자료와 신문 등을 찾아 파고드는 작업이 중요하다. 그래서 리서치형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현지 답사차 나오는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은 기껏 한인회장이나 기관장을 만나 정치 이야기나 나누고 다음 행선지로 떠난다.

절차이기 쉬운 행정 자체는 대개 대학을 나온 정도면 쉽게 익힐 수 있다. 국적과 출입국, 병무, 서류 확인 등 영사 업무는 이왕 영사관에서 틀이 잘 잡혀 잘 되어 왔으니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청이 생기면 현지에 지부가 생겨 따로 그 업무가 이관 되든가 아니면 종전대로 일지 현지에는 아무런 정보나 안내가 없다. 안내와 정보가 없기는 다른 사항도 마찬가지다.

역마살이 낀 사람이어서인가. 나는 한국에서 언론사에 가기 전 짧지만 여러 직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거기에서와 신문사 생활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 가운데는 똑똑하고 남달리 이권에 밝고 기회주의적이며 정치적으로 뛰어나는 인재들이 꼭 있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공직사회가 부패하거나 복지부동이 되어온 것은 사실이다. 청이 이런 류의 사람들로 채워진다면 새로 기대할 건 없을 것이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종로19(르메이에르 종로타운) B동 1118호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아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 | 편집인 : 이구홍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혜민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