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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안방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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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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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 베이징 특파원

   
 

한동안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뜸했지만 매년 4, 5월은 중국 지도부가 줄줄이 외국을 방문하는 시기다.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끝나면 전인대와 정협의 고위급 인사들이 양회 결과 설명차 각국 의회를 찾아 중국식 민주주의를 선전하는 게 관례처럼 이어졌기 때문이다. 5년에 한 번 가을에 열리는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 폐막 직후엔 당 중앙정치국 위원급이 사회주의 우방국을 방문해 이념적 유대를 과시하는 전통이 있었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3기 들어 이런 관행이 사라졌다. 시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한 지난해 10월 20차 당 대회 때나 집권 3기 지도부가 공식 출범한 지난달 양회 이후 고위급 인사들의 해외 방문 일정은 공개된 것이 거의 없다.

대신 20차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 겸 공산당 총서기 등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났다. 이어 독일 스페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프랑스 브라질 등 각국 정상이 연달아 중국을 찾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외국 정상급 인사를 베이징으로 불러들여 적절한 선물 보따리를 풀면서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대중 포위망을 촘촘히 하고 있는 미국을 의식한 행보이기도 하다. 베이징 소식통은 “지금처럼 중국 지도부의 해외 방문 일정이 계속 없다면 중국이 일종의 조공 외교를 지향한다는 시각이 널리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봉쇄가 풀리자마자 각국 정상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중국 외교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대외적으로 시진핑 장기집권 시대를 널리 알리고 대내적으로 중국이 고립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어서다. 특히 중국 중재로 중동의 앙숙이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외교 관계를 복원한 일은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사우디와 이란의 갈등은 집권 세력의 안위 등이 얽힌 문제라 몇 차례 회담으로 풀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반기를 든 사우디가 중국의 반미 노선에 잠시 가담한 일시적 화해라고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중국은 중동 원유 구매의 큰손이자 투자자일 수는 있어도 중동 지역의 안보를 담보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사실을 사우디와 이란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코로나 시기 논의됐던 각국의 방중 일정이 이제야 실현되는 측면이 있다. 특별한 사유 없이 상대국의 방문 초청을 거부하는 건 외교 관례에 어긋나고 양국 간 우호 친선 관계 유지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들어 유독 잦았던 유럽 국가들의 방중은 이런 외교상 관행 차원에서 진행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처럼 중국 입장에 동조하는 태도로 서방의 대중 포위 전선에 균열을 내든,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 같은 돌직구 발언으로 중국과 대립하든 중국과 서방 국가들의 교류는 필요한 일이다. 외교 원칙주의자로 꼽히는 베어보크 장관은 지난주 베이징에서 ‘늑대 외교’의 상징인 친강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을 만나 중국의 대만 압박과 인권 탄압을 공개 비판하며 설전을 벌였다.

중국은 안방 외교를 통해 시 주석의 권위를 떨치고 미국의 포위망을 뚫으려 하고 있다. 전방위적 외교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이든 중국 고립이 심화돼 스스로 국제사회와의 디커플링을 고민하게 하는 건 바람직한 상황이 아니다. 대중 압박도 중요하지만 때로는 적당한 관여도 필요하다. 그래야 중국이 러시아 북한과 더 밀착해 우크라이나 전쟁, 북핵 문제 해결이 더 멀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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