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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후보생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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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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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운 / 공무원

미국에서는 노인의 연령에 대한 기준이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다.

   
 

미국은퇴자협회(AARP)는 50세 이상의 회원에게 혜택을 주고 있고, 미국의 국민건강보험이라고 할 수 있는 메디케어는 65세에 가입하고, 소셜연금은 62세부터 받을 수 있지만 67세가 되어야 전액을 받을 수 있다.

식당이나 소매점에서는 시니어들에 할인을 해 주는데, 62세부터 해주는 곳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65세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소셜연금의 전액 수령 연령을 70세 또는 그 이상으로 올리자는 논의가 있다는 신문보도를 보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노인 인구가 증가하니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가 싶다.

육신과 마음의 속도가 다르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마음은 아직도 젊어 낯선 여자가 친절을 베풀면 혹시 나에게 관심이 있나 싶어 가슴이 콩닥거리는 청춘이다. 하지만 몸과 주변에서 벌어지는 증상과 현상은 분명 나도 이제 노인의 길에 들어섰음을 보여 준다.

기억력과 인지 기능의 저하가 뚜렷하다. 두 가지 일을 하려고 마음먹고 책상 앞에 앉아 한 가지 일에 잠시 열중하다 보면 나머지는 까맣게 잊어버린다. 그래서 여기저기 메모지를 붙여 놓았다. 밤에 침대에 누워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스마트 폰으로 내게 메일을 보내거나 메시지를 보낸다.

식전 기도를 하고 얼른 수저를 들지 않으면 기도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함께 사는 조카와 밥을 먹을 때는 그 녀석이 알려주는데, 아침에 아내와 둘이 먹을 때는 기억하지 못한다. 결국 기도를 다시 한다.

시간이 빨리 간다. 전에는 성당의 미사 시간에 다소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요즘은 아쉬울 정도로 빨리 끝난다. 그렇다고 미사 시간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운동경기도 후반이 빨리 끝나고, 여행길도 돌아오는 길이 빠른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닌가 싶다. 남은 시간이 적으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빨리 흐르는 모양이다.

노인들이 나누는 말을 잘 들어보면 대화가 아니고 번갈아 가며 각자의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생각과 의견을 나누어 감성의 교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만 열심히 한다. 근데 그 이야기란 것이 지난번에도 했고, 그전에도 했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대화 같은 이야기라면 병치레와 약에 대한 이야기다. 이런 증상에는 저런 것을 먹으면 좋고, 저런 증상에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는 식이다. 비슷한 증상에 먹는 약의 이름과 용량을 비교하는 것도 자주 등장하는 화두다.

나이가 들어 좋은 것도 있다. 집안에 어른이 없으니 내게 잔소리하거나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이 없다. 아이들 걱정이 줄어든 것도 좋다. 가끔 손주들을 만나도 웃고 놀아주기만 하면 된다. 칭얼대거나 울면 얼른 제 부모에게 돌려준다.

보고 싶지 않고 듣고 싶지 않은 것은 멀리하며,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내가 이 나이에 굳이 싫은 일을 할 필요가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들에게도 싫은 소리를 하지 않으려 애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지금 간다고 해도 무섭거나 크게 아쉬울 것은 없다. 이런 걸 보면 자연이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은 우리 모두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조금씩 몸과 마음에 알려주어 준비를 시키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노인 후보생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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