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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부동(和而不同)과 동이불화(同而不和)
동북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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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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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우 / 큰숲(大林) 작은도서관 관장

   
 

한국에 들어온지 벌써 3년이 다 되간다. 그사이 세 나라에 흩어져 살던 식구가 하나 둘 모이고 이제는 서울에서 한가족으로 단란하게 살게 되었다. 모든 것이 꿈같고 가끔은 소설 속에 사는 기분이다. 잔잔한 유수 같은 세월이 아니라 장마철의 격랑같이 소용돌이치는 시대 속에 사는 우리는 누구이고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우리가 사는 이 시대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뭐라 할 수 있을까. 영국의 사회학자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은 21세기를 ‘극단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홉스봄은 1789년부터 프랑스혁명과 1848년의 산업혁명을 한데 묶어 그 시기를 혁명의 시대하고 정의했다, 그리고 세계는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를 거쳐 ‘극단의 시대’에 이르렀단 주장이다. 이런 분석은 번영을 사이에 두고 파국과 붕괴를 오고간 ‘샌드위치 역사’에 이어 극단을 오가는 현대에 대한 일종의 성찰이었다.

혹자는 21세기를 가리켜 ‘누군가가 정해 놓은 프레임 속에 갇혀 너무나도 쉽게 속고 속이는 가운데 인간성을 일어가는 상실의 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것은 미디어에 대한 고찰에서 나온 정의다. 현대인은 미디어를 통해 대부분의 정보를 얻는데, 미디어는 마음만 먹으면 정보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작가인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는 1932년 ‘멋진 신세계’란 작품을 통해 국가 권력이 시민들의 정신을 너무나 완벽하고 효율적으로 장악하는 바람에 착취와 성취의 경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모호해지는 세계를 그렸다. 거의 100년 전 작품이지만 오늘날 읽어도 낡은 느낌이 거의 없다.

여러 학자나 예술가, 비평가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오늘날을 어떤 시대로 정의하곤 한다. 그렇다면 한국에 사는 우리에게 오늘날은 어떤 시대일까. 중국고전 논어에 등장한 표현을 빌리면 오늘날은 ‘同而不和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섞이지만 합하지 못하는 시대를 표현한 말이다.

한국은 바야흐로 다문화사회로 가고 있다. 우리 가정만 보아도 아들은 영어권에서 6년을 유학하고 돌아와 이제 한국어를 열공중이다. 그리고 아내는 좀 더 중국적 사고 , 나는 좀 더 한국적 사고의 틀을 가지고 있어서 종종 대화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한다. 한가정안에서 여러 나라 여러 시대의 경험과 패러다임이 충돌하고 부딪친다. 이는 결코 한가정의 얘기가 아니다. 대림 차이나타운에 사는 조기 정착민과 후기 정착민(동포)사이에도 넘기 어려운 장벽이 있는 것 같다. 섞이긴 하지만 잘 합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섞이긴 하지만 잘 합하지 못하는 同而不和의 모습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래서 논어는 동시에 또 다른 모습을 제시한다. 즉 잘 합하면서도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和而不同의 경지를 설파한다.

우리 가정은 예기치 않게 다문화 가정이 되었다. 한국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다문화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서로 다름 때문에 섞이면서도 물과 기름같이 합하지 못하는 이 시대를 견뎌낼 힘은 결국 和而不同의 철학으로 서로의 다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다름을 풍성함의 소스로 사용하는데서 비롯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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