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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한령’으로 한국 괴롭히지 마라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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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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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 베이징 특파원

최근 네이버 차단, 韓연예인 출연 정지 이어져
한중 관계 복잡성 감안해도 ‘한한령’은 큰 실수

   
 

중국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은 현상이 분명한데 실체가 없다. 2016년 한국 정부가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을 결정하자 중국은 자신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드라마 영화 게임 여행 등 전방위 영역에서 보복을 가했다. 모든 교류가 일시에 줄어들고 일부는 아예 끊겼다. 이후 지금까지 7년째 그대로다. 일부 개선 기미가 보이면서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이 중국에 소개될 때마다 ‘한한령 해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한한령 해제’라고 볼 만한 움직임은 없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한한령은 없다, 모른다’는 입장이다. 2016년 11월 21일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당시 겅솽 대변인은 “‘한한령’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최근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역시 “총체적으로 보면 한한령이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한한령은 없다’는 중국 당국자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중국 민간 영역에서 한한령은 강력하게 작용한다. 정부가 공식 지시를 내리지 않더라도 업계가 눈치껏 한한령을 시행하는 구조다. 중국의 한류 콘텐츠 수입업자들은 지금도 상당히 많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 판권을 구매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조치다. 하지만 TV 방영이나 극장 상영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한 콘텐츠 수입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하고 명시적인 해제 조치가 있기 전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마치 귀신처럼 실체는 없지만 두려운 ‘한한령’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지난달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중국에서 한국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일부 서비스 접속이 차단됐다. 한국 등이 참석한 G7 정상회의가 중국을 겨냥한 데 따른 보복으로 해석됐다. 중국에서 네이버 접속은 지금까지도 원활하지 않다. 중국은 2018년 10월부터 네이버 카페·블로그 등의 접속을 차단했으나 검색과 메일, 사전 서비스 이용에는 문제가 없었다.

한국 연예인들에 대한 출연 제한과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연예인 정용화 씨는 중국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중국을 찾았지만 돌연 출연이 취소됐다. 정 씨 출연이 정부의 허가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부 중국 연예인들이 한국 걸그룹 블랙핑크 콘서트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매국노’라는 악플도 달리고 있다. 또 블랙핑크가 마카오 공연을 마치고 마카오 팬들에게 ‘마카오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비난도 이어졌다. 마카오는 중국인데 마카오인과 중국인을 구분하려 했다는 이유다. 납득이 잘되지 않는 이런 이유들 뒤에 한한령의 그림자가 엿보인다.

한중 관계는 복잡하다. 남북문제는 기본이고 미중, 북-미, 북-중 관계 등이 모두 연관돼 있다.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요인들이 많다. 하지만 여러 복잡한 사안들을 다 감안하더라도 한중 관계의 가장 큰 패착은 중국이 발동한 한한령이다.

실체 없는 한한령으로 한국을 괴롭히는 것은 비겁한 행위다. ‘한한령’ 카드를 손에 쥔 중국은 지금 당장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가면 한중 관계의 미래는 없다. 중국은 한중 수교 30주년(2022년)을 기념해 2021∼2022년을 ‘한중 문화 교류의 해’로 지정한 바 있다. 그래 놓고도 다시 ‘한한령’이 꿈틀댄다. 최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현재 한중 관계의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고 했다. ‘한한령’부터 없애고 이 얘기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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