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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없는데 40만명 운집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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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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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 문화평론가

10주년에 외국인만 12만명 / 멤버들이 참석안했는데도
서울행사장에 40만명 모여 / 이정도 영향력 스타 있을까?
우리역사에 기적같은 존재

   
 

지난 주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을 기념하는 'BTS 10주년 애니버서리 페스타'(BTS 10th Anniversary FESTA) 행사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렸다. 경찰은 사전에 30만명 인파를 예측했는데 40만명이 모였다. 그중 12만명은 외국인이었다. 가까운 나라에서만 온 것도 아니다. 남북 아메리카나 유럽 같은 먼 곳에서도 방탄소년단 1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여기까지만 해도 충분히 놀라운 사건인데 더 충격적인 건 행사장에 방탄소년단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지금 멤버에 따라 군복무 중이거나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그날 한강공원엔 리더인 RM만 나와 3천석 규모 장소에서 짧은 대화의 시간만 가졌다. 보통 팬들이 집결하는 건 스타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다. 방탄소년단이 10주년 공연을 해서 40만명이 모였어도 대단하다고 했을 텐데, 아예 방탄소년단이 나타나지 않는데도 그냥 대군중이 모였다는 것이다.

이런 정도 영향력의 스타가 지금 지구상에 또 있을까? 나타나지 않고도 국제적으로 40만명을 모이게 할 수 있는 건 방탄소년단이 유일할 것이다. 그날 별다른 이벤트가 없는 가운데 그나마 눈길을 끈 행사가 저녁 때 진행된 불꽃놀이였는데, 그걸 인터넷을 통해 153만명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고 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사건이다.

이런 정도의 국제 스타가 한국에서 나타날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HOT 등을 통해 케이팝의 틀이 갖추어지고, 21세기 초에 보아, 동방신기 등을 통해 케이팝 국제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주로 동아시아권에서 얻은 인기였다. 그 후 중남미나 중동 정도까지 케이팝의 저변이 확대됐지만 서구 백인 세계, 특히 세계 대중문화의 심장부인 미국에선 케이팝이 관심을 받지 못했었다. 보아도, 원더걸스도, 소녀시대도 미국 진출을 시도했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미국시장은 우리에게 넘지 못할 벽이자 로망의 대상처럼 여겨졌다.

그 벽을 넘은 게 방탄소년단이다. 그들은 미국시장에 자리 잡은 수준이 아니라 아예 미국 최고의 스타가 돼버렸다. 그들의 활동을 통해 케이팝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젠 방탄소년단 후배 케이팝 스타들이 수시로 빌보드 차트에 오른다. 케이팝이 아시아의 팝을 넘어 세계의 팝이 된 것이다.

방탄소년단은 단지 인기가 많은 아이돌 가수 정도가 아니라 지구촌 청년의 아이콘, 청년의 대변자 위상에까지 올랐다. 방탄소년단이 냈던 '러브 유어셀프 토크 유어셀프' 같은 메시지에 지구촌 청년들이 공명했기 때문이다. 그런 배경에서 유엔 연설까지 했고 미국 백악관 초청도 받았다. 이런 정도의 위상이기 때문에 서구 매체들이 '21세기 비틀스'라고까지 표현하는 것이다.

이들은 문화사적 사건까지 일으켰다. 동양의 비영어권 황인 남성이 미국을 비롯한 서구 백인들에게 우상 대접을 받는 건 상상하기 어려웠는데 방탄소년단이 해낸 것이다. 이들의 활동을 통해 한국이 대대적으로 알려졌고 한국인의 위상도 올라갔다. 이번에 40만명이 운집하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한번 알렸다. 정말 우리 역사에 나타난 기적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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