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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오 칼럼] 한국 언론, 서방 언론
김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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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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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오 /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국립호주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한 나라를 이끄는 주체는 사실상 크게 정권(또는 정부)과 국민과 언론의 3자다. 정부가 권력을 가지고 나라를 좌지우지한다고 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는 그 정권은 포풀리즘이란 말도 생겼듯이 국민의 눈치를 보며 정치를 하게 되어 있다. 그런 정부와 국민의 의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게 언론이다.

대장동, 5.18, 대통령 퇴진 운동 같은 큰 사건 등으로 요즘 해방 공간 때보다도 어쩌면 더 혼탁한 한국에 대하여 우리가 멀리 앉아서 갖게 되는 의견과 시각은 거의 전부 언론의 보도에 따르게 되는데 지금과 같은 한국의 매체환경에서는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에 대하여는 다른 기회에 미루고 이 글은 제4권부(The Fourth Estate)라고도 불리는 언론, 특히 한국 언론 이야기다.

미국 것은 똥도 좋다?

   
 

알다시피 한국인 1세대들은 한국 언론은 해방후 한동안 일본 언론의 제작 기술과 관행을 따르고 있었다. 나의 초년 기자 시절만해도 사장이나 편집국장이 헤드라인을 미다시(見出), 머리 또는 핵심 기사를 야마(山), 수습이 끝난 초년병 기자가 대개 배치 받는 경찰 출입처를 경찰서들을 두루 좇아 돌아다닌다는 뜻으로 사쓰 마아리(察廻), 기사 크기를 1단(段), 2단, 3단이라고 말하고 신문 지면의 글은 지금과 같은 횡서(橫書)가 아니고 한국의 종래식이거나 일본 신문의 종서(縱書)였다.

그러다가 대충 60년대 말부터 여기도 서서히 미국 일변도로 바뀌어나갔다. 대한민국 초대 헌법에 명시된대로 한국 언론인 모두가 이 직업의 금과옥조의 하나인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체제의 기본이며 바로 미국 수정 헌법 1조의 정신이다.

우리의 전통매체인 지금의 이른바 조중동과 한국일보와 지상파 텔레비전의 편집 제작과 기술과 관행과 포맷과 콘텐츠가 미국식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정치와 함께 언론은 외관상 서방의 아이콘인 미국의 언론(American journalism)을 모델로 삼고 있다.

미국 것은 똥도 좋다는 속된 말이 생겼듯이 한국인들 가운데는 한때 미국, 미국인, 미국 물건과 사상이면 무조건 좋아하고 숭배하는 층이 있었다. 그런 저속한 비난을 받아도 싼 노예 근성의 친미주의가 없던 것은 아니나 한국이 오늘과 같은 국가로 비약한 데는 미국식 자유주의, 합리주의, 시장경제와 그에 따른 상품과 기술과 문화를 모방했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넓은 서방의 수출시장으로의 접근이 원동력이 된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언론에서 배겨온 많은 표현 중 ‘새피(New blood)’, ‘빨강 불(Red lights)’, ‘뜨거운 감자(Hot potato)’와 같은 건 그런대로 신선미가 있어 괜찮다. 그러나 ‘스탠스(Stance, 위치, 입장)’, ‘크리버러지(Cleaverage, 간격, 쪼개진 지형)’, ‘퍼줄(Puzzle, 수수께기)’, ‘키즈(kids, 아이들)’ 등은 굳이 영어에서 빌려 쓸 필요가 있나 모르겠다.

길바닥에 앉아 기다리는 기자들

우리가 매일 읽고 보는 기자들의 취재 스타일 가운데도 그런 게 많다. 이건 굳이 미국 언론 흉내라고 말할 수도 없으나 예로 들어본다. 서울의 서초동 대법원 입구에서 심리를 마치고 나올 대어급 피의자를 기다리느라 포토라인 맨땅에 즐비하게 앉아 있는 기자와 카메라멘들 말이다. 미국과 호주와 기타 서방 국가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방과후 버스나 기차를 기다릴 때 흔하게 보는 장면이다. 내가 한국을 떠나기 전에는 그런 게 없었다.

이런 언론의 미국화, 또는 서방화를 시비하자는 게 글의 목적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이런 겉치레 모방은 잘 하면서 정말 보고 배워야 할 중요한 언론인의 정신과 내면은 완전 우리대로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나는 미국이나 여기 호주의 서방 언론사에 들어가 일해 본적이 없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영자매체에서 일하면서 찾아오는 미국과 영국 중견 기자들을 많이 만났고, 한동안 언론 훈련차 뉴욕에서 지내면서 뉴욕타임스 편집국에도 가보고 거기 기자들도 몇 사람 알고 지냈다. 그리고 그 당시 ‘죽의 장막’인 중국과 극동 아시아 보도가 특기인 영국계 주간지 <The Far Eastern Economic Review>의 서울 특파원을 한동안 하면서 본사도 몇 번 가보고 취재차 한국을 찾아오는 거기 간부와 기자들을 안내하느라 친구처럼 지내어 그들의 일상을 잘 안다.

한마디로 우리와 크게 다른 점은 그들 대부분의 1차 관심은 우수한 기사 쓰기와 닉슨 대통령을 하야시킨 워터게이트 류의 특종이다. 그렇게 이름을 날린 후에는 한국에서처럼 정권에 영입되어 가는 개인의 안위를 위한 비리나 변절은 별로 못봤다. 얼마전 한국의 모 신문사 간부가 업자로부터 수억원의 뇌물이나 호화판 여행과 향응을 즐긴 놀랄만한 언론인 비리 이야기 또한 들어보지 못했다.

과문인지 몰라도 미국에서 간판급 대기자나 여성 앵커가 감시의 대상인 정부의 입 노릇을 위하여 백악관 대변인으로 팔려가는 것도 잘 못 봤다.

내가 현장에서 보고 느낀대로지만 아이러니컬하게 언론인 촌지(寸志)와 다른 이권인 정권 영입은 정치가 엄격했다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일상이었다. 1972년 유신(維新)헌법 선포후 한국에 대하여 전 보다 더 공격적으로 바뀐 서방 언론을 무마할 목적으로 정부는 세계 주요 도시에 외교관 자격의 공보관 (The Press Officer)을 두는 제도를 신설했으나 오래가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서방 언론을 우리 식으로 주물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 공보관들은 대부분 영어를 잘하는 언론사 출신으로 내가 잘 아는 동료들이어서 해외 여행 중 몇 사람 댁에서 하루 밤 지내면서 그들이 겪고 있던 말 못할 고충을 들을 수 있었다. 현지 큰 신문의 편집인이나 기자를 전화해 점심 초대를 하면 사양하거나 자주 만나 사귀어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 것이었다. 어떤 지역에서는 공보관이 임무를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 후 그 친구는 기자 밥만 사주다 떠났다는 가십 기사를 쓸 정도였다. 과거 회고지만 이들 중 많은 이가 당뇨병과 기타로 70대 전후에 돌아가셨다. 그때 술 많이 마시고 스트레스가 심하여 그렇게 된 건지 우연의 일치인지 알 수 없다.

해외 한국문화원

이런 과거사를 무단히 말하는 게 아니다. 지금은 해외공보관 업무를 기능이 늘어난 해외한국문화원이 이어받고 있는 셈인데 영어로 Public relations officer라고 불러야 할 홍보담당자는 서방 기자와 편집국 담당자들은 외국 정부와 단체가 벌이는 큰 행사라고 해서 한국에서처럼 호락호락 기사를 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과거 시드니에서도 한국이 큰 돈을 지불하고 오페라 하우스 등 유명 장소에서 벌인 많은 행사가 주요 신문에 보도 된 적이 별로 없다.

친한파 언론인을 심어 놓으면 기사를 잘 써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런 목적을 위하여 보다 현지 매체에 잘 먹힐 수 있는 기사를 개발하는 게 국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문화원은 이런 서방 언론인의 행태적 차이를 이 분야 리서치의 과제로 본국에 올려 보는 지 궁금하다.

또 있다. 오늘과 같은 혼탁한 사회 혼란의 회오리 속에서 한국 언론은 당연히 또 한번 매를 맞고 있다. 가짜 뉴스, 기레기와 같은 욕설과 왜곡보도 비난이 그것이다 그 대안을 찾자면 과거 흔했던 정변을 거쳐 집권한 정부가 권력을 정당화기 위하여서거나 정권 퇴진을 부르짖는 세력을 무마하기 위하여 언론을 회유하는 과정에서 조성된 나쁜 언론의 전통을 연구해야 한다. 그런 접근을 해보면 언론만이 아니라 언론을 이용하느라 언론을 버려놓는 정치인과 출세지향의 똑똑한 기회주의 인재들의 책임이 컸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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