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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미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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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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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는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 가해자의 발언과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의 ‘왜 미래가 짧은 (노인)분들이 똑같이 1 대 1 표결을 하느냐. 남은 수명에 비례하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은 분명 다른 경우지만 혐오와 차별의 시각에서는 비슷한 사건으로 보인다.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싫다’ ‘밉다’는 말이 혐오 표현이 되려면 ‘성별, 장애, 나이, 성적 지향, 종교, 인종 등을 이유로 어떤 개인이나 집단에 모욕, 비하, 멸시, 위협’하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외국인은 범죄 위험이 크다’ ‘동성을 좋아하는 건 비정상’이라는 부정적 고정관념을 말하는 것, 노인을 비하하는 ‘틀딱’이나 장애인을 모욕하는 ‘애자’는 대표적인 혐오 표현이다.

편견에서 시작한 혐오 표현이 사회적으로 위험한 이유는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 차별 행동으로 발전하고, 더 나아가 증오 범죄와 집단학살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홍성수, ‘말이 칼이 될 때’). 합리적 이유 없는 혐오 발언은 의도했든 안 했든 폭행, 협박, 강간, 방화, 테러 등 폭력을 선동하면서 차별을 정당화한다.

혐오 표현 연구자인 헌법학자 이승현은 국회미래연구원과 국가인권위원회가 개최한 세미나에서 “집단학살이 한순간에 어떤 사건으로 많이 죽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학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이것이 누적되면 그게 집단학살”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차별과 혐오로 트라우마가 생겨 자살한 사람들이 수백, 수천명인데 이걸 집단학살로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비록 노인 비하 발언을 사과했지만, 그의 사회적 지위나 영향력으로 보면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니다. 김 위원장은 청년들의 뜻이 잘 반영되는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지만 혐오는 부정적 고정관념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데서 시작된다. 발언자의 지위에 힘입어 이런 편견과 혐오가 사회적으로 더 확산하면 노인들은 고용이나 사회적 서비스, 교육 등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게 되고 극단적으로는 선거권 같은 정치적 권리까지 제한받게 돼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

노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실제 사회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필자의 연구 때문에 최근 10년 동안 혐오와 차별이 키워드로 들어간 학술논문 3336건(국민대 성곡도서관 온라인 데이터베이스 검색) 중 특정 대상을 언급한 논문 941건을 조사한 결과,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이 혐오와 차별에 노출된 집단은 장애인(226건), 여성(221건), 다문화이주민(141건), 노인(99건), 성소수자(43건), 비정규직 노동자(42건) 차례로 나타났다.

노인이 장애인과 여성, 다문화이주민 다음으로 많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노인들은 이중 삼중의 복합차별을 받고 있다. 예를 들면, 노인이면서 여성, 장애인, 1인가구, 성소수자, 비정규직, 이주노동자일 경우 사회적으로 더 고통스러운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된다.

게다가 기후위기 같은 미래위험이 더 가시화할 경우 노인층이 겪을 고통은 커질 것이다. 2022년 질병관리청 조사 결과, 온열질환이나 한랭질환을 겪은 대부분은 65살 이상이었다. 특히 고시원, 지하방, 옥탑방에 거주하는 노인들은 여러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는 지방자치단체 등이 무더위 쉼터를 제공하고 있지만, 독거노인이나 고령장애인의 경우 이를 잘 이용하지 못한다. 주변의 혐오적 시선 때문이다.

복합차별이 확산하면서 더 많은 누군가는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릴 것이다. 17년째 답보 상태에 놓여 있는 국회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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