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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모르는 미국, 스몰 타운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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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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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원 / 논설위원

   
 

미국에서 가족과 옐로스톤 국립공원을 렌터카로 다녀오면서 길을 잘못 들었다. 대낮에 30분이 지나도록 사람은 물론 지나가는 자동차 하나 보지 못했다. 운전대를 잡은 손에서 식은땀이 날 무렵 작은 마을이 나타났다. 2층짜리 상점 몇 채가 중심지에 있는 시골 마을이었다. 식당, 카페 앞을 지나는 주민들이 여유롭게 소일하는 모습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다. 그곳을 벗어나자마자 금세 인적을 보기 어려운 산과 강이 나타났다.

▶동북부·서부·남부·중서부로 나뉘는 미국에서 스몰 타운 분위기가 강한 곳이 중서부(Midwest)다. 대도시를 제외하면 문도 잠그지 않고 산다. 집집마다 총기를 보유하는 것이 보통이다. 노동자들은 야외서 강한 자외선에 목이 붉게 타 ‘레드 넥(red neck)’이라는 멸칭으로 불린다. 외국인, 유색 인종이 동·서부에 비해 많지 않다 보니 ‘미국 우선주의자들’이 많다. 트럼프의 절대적인 지지 기반이기도 하다. 뉴욕, LA등 대도시만 주로 다녀본 한국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미국의 모습이 이 스몰 타운 속에 있다.

▶미국에서 스몰 타운 주민들의 정서를 대변해주는 노래가 컨트리 음악이다. 20세기 초부터 애팔래치아 산맥 주변으로 옮겨 온 이민자들이 주로 유럽 음악을 바탕으로 발전시켰다. 청바지에 가죽 조끼를 입은 백인이 부르는 음악으로 인식돼 미국의 상징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컨트리 음악은 80년대 초까지 돌리 파튼, 케니 로저스 등에 의해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후 마이클 잭슨, 신디 로퍼 등의 팝 음악에 밀려났다.

▶미 빌보드의 주간 ‘핫 100′에서 1~3위를 모두 컨트리 음악이 차지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1958년 이후 처음으로 컨트리 음악이 상위 3위를 모두 장악했다. 1위 곡은 ‘스몰 타운에서 그런 짓 한번 해봐(Try That in a Small Town)’다. ‘경찰에게 막말하고 얼굴에 침을 뱉어봐. 작은 마을에서 그렇게 해봐. 얼마나 가나 한번 봐’가 주요 내용이다. 할아버지가 선물해 준 총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소위 진보의 PC(정치적 올바름) 주의에 대항하는 다분히 정치적인 노래라는 평가도 받는다.

▶'인종차별’로 비판받던 이 노래는 재선을 꿈꾸는 트럼프가 응원하면서 음반이 팔리고 방송 횟수가 크게 늘었다. 보수·진보 문화 전쟁 와중에 컨트리 음악도 정치화되는 분위기다. 존 덴버는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드’에서 자연을 예찬하고 목가(牧歌)적인 삶을 노래했는데, 그런 미국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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