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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선족의 올바른 정의
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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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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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룡 / 다가치포럼 대표

   
 

지난 2015년 5월 필자는 서울시 외국인·다문화담당과에 서울시 관공서 대상(서울시 소속 공무원) ‘중국동포역사문화이해 강의’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이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한국사회는 정부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중국동포를 포함한 모든 외국인은 일방적으로 한국을 이해하고 따라올 것만 강요할 할 뿐 한국인은 외국인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소수자인 외국인은 마땅히 다수자인 한국인을 무조건 일방적으로 따라오라는 일방통행논리다. 내·외국인이 화합과 공존을 이뤄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려면 일방적인 통행논리로만은 곤란하다. 마땅히 상호이해가 이뤄져야 서로 오해를 풀고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할 할 수 있지 않겠느냐! 서울시 외국인·다문화담당과는 나의 신청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강의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당시 메르스 때문에 3개월 미루다가 8월에야 시행되었다.

당해 8월 28일 필자는 서울시청 청사 강의실에서 ‘조선족, 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공무원 대상으로 처음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현시대 강의는 보통 사전에 강의안을 PPT 자료로 작성해 미리 며칠 전에 주최 측에 보낸다. 강의란 강의자와 주최 측의 의도가 맞아야 진행될 수 있다. 주제와 내용상 맞지 않은 부분이 있으면 수정을 거쳐야 한다. 강의 시간 이틀 전 담당자께서 전화가 걸려왔다.
“제목을 중국동포라 하지 않고 왜 조선족이라 했느냐? 수정하라.”

지금도 그렇지만 법무부나 서울시 관공서 문서에는 조선족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전부 중국동포라 한다. 이런 상활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왜 제목을 조선족이라고 달았는지에 대해 나로서의 이유를 설명했다.
“수정 못하겠다. 만약 조선족을 중국동포로 고치면 그 집단의 역사문화 맥락을 리얼하게 전달하지 못할 것이다.
서울시는 결국 나의 주장을 받아들여 서울시 청사 스크린에 아마 처음으로 조선족이라는 문구가 떴을 것이다.

이날 시강(試講)이 패스되어 나는 그 후 수년간 서울시 산하 조선족밀집지역 구청들, 박물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서울시립대학교 등 수많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하였다.

강의를 진행하면서 가장 많이 느꼈던 것은 한국인의 입장에서 우리를 부를 때 조선족이라 해야 하나, 중국동포라 불러야 하나? 가령 조선족이라 부르면 반발하지 않을까? 라는 의구심을 보편적으로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우리를 중국동포라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조선족이라 불러도 환영한다. 조선족이라 부르는 것에 주저하지 말라.”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글을 쓰거나, 강의하거나, 포럼 발제할 때 가급적 중국동포 대신 조선족이란 호칭을 많이 사용한다. 나로서의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조선족 호칭은 중국정부가 정치적으로 사용하는 호칭이므로 우리는 마땅히 조선족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 ‘족(族)’이라는 뜻에는 소수자에 대한 소외의 뉘앙스가 내포되어 있는데 중국정부는 소수의 인종집단에게 ‘족(族)’을 붙여 주류 민족인 한족과 구분한다.”

이것은 중국사정에 대해 개뿔이 아니라 쥐뿔도 모르는 한국 일부 학자들이 얼토당토 한 말들을 쏟아낸 것이고 아울러 이런 옳지 못한 주장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조선족호칭을 불편해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던 것이다.

정확한 팩트는 조선족이란 호칭은 중국정부의 정치적인 용어가 아니라 법적명칭이다.

지구촌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재외동포의 수는 720만 명이고 5대주 4대양에 분포되어 있다. 그런데 전 세계 각 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겨레 중에 유일하게 중국동포만 거주국에서 법적명칭을 부여받았다. 이를테면 대한민국이 가장 아끼고 받들어마지 않는 미국이나 일본에 살고 있는 겨레들은 거주국의 법적명칭이 없기 때문에 그냥 미국에서 산다는 뜻으로 재미교포, 일본에서 살고 있어 재일교포라고 부를 수밖에 없다. 러시아 및 CIS지역에 살고 있는 겨레들을 ‘까레쓰끼(고려인)’라 부르는데 이 호칭은 거주국의 법적명칭이 아니고 역사적으로 정서적으로 이렇게 불러왔을 뿐이다.

왜 중국만이 유일하게 우리 겨레들에게 법적명칭을 부여하였을까?

중국은 56개 민족이 더불어 살고 있는 다민족국가이다. 중국에서 인구수가 많은 몽골족, 쫭족, 장족, 위구르족, 회족 등 소수민족은 역사가 길면 수천 년이고 짧아도 1천 년이 된다. 기타 민족들도 마찬가지로 1천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조선족은 이들 기타 소수민족들에 비해 역사가 새 발의 피다. 19세기 60년대 만주이주가 시작되었으니 기껏해야 150년이다. 게다가 조선족 다수는 일제 강점기에 건너갔기 때문에 다수의 가문의 이주역사는 1백년도 안 된다. 더욱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정부 수립 때를 계기로 하면 조선인의 중국 거주 역사는 20~30년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듯 짧고 짧은 역사를 지닌 조선인에게 공산당정부가 호적(호구)을 부여하고 토지소유권을 부여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뭐가 예뻐서?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 조선인이 호구를 부여 받고 토지소유권을 부여받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조선인 1세대들이 만주로 이주해간 주요 이유가 배불리 먹고 살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죽기 살기로 개간한 토지가 한반도 2배인 40만 제곱킬로미터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불법개간이란 것이다. 국민당정부한테 토지소유권을 박탈당할 위기에 봉착했다. 그때 공산당이 조선에게 약속했다.

“우리 따라 적극 항일하고 우리를 적극 지지한다면, 나중에 우리가 정권을 잡으면 호구를 부여하고 토지소유권을 부여해 줄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젖 주는 게 어미라는 말이 있다. 조선인은 공산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항일에 적극 나섰다. 중국 유명 군인 문학가 하경지(賀敬之)는 연변 시찰 시 ‘산마다 진달래요, 마을마다 열사비(山山金達來, 村村烈士碑)’라는 시문을 남겼다. 항일뿐만 아니라 국공내전, 항미원조까지 수많은 목숨을 바쳤다.

모택동 주석은 ‘오성홍기에는 조선인의 피가 물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에 조선인의 헌신이 담겨있다.
모택동 주석이 이끄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약속을 이행하여 조선인은 호구와 토지소유권을 부여받았다. 따라서 1952년 연변조선족자치구, 1955년 연변조선족자치주로 변경되었고 조선인이 공식적으로 하나의 중화인민공화국의 가족이 되는 소수민족인 조선족으로 법적으로 등록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조선인이 조선족이 되기까지 그럴만한 대가를 치렀고 그 대가는 영광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선조들의 그 영광스러운 대가를 소중히 간직하고 마땅히 조선족이란 호칭을 영광스럽게 여겨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오늘 날 재한조선족사회에는 조선족 호칭에 내포되어 있는 이런 영광스러운 역사를 모르고 쥐뿔도 모르는 한국 일부 학자들의 얼토당토 한 요설에 동조하여 ‘재미교표, 재일교포라 부르면서 왜 우리를 조선족이라 부르는가?’고 한국사회에 외치고 있다. 참으로 웃지도 울지도 못할 노릇이다.

사실 조선족사회의 최대 비극은 자민족집단의 역사를 모른다는 것이다. 자기네 가문이 언제 어디서 만주에 이주해갔는지? ‘밀양 박씨’ 하면 밀양이 무슨 의미인지? 민족의 풍속, 가문의 유래 등에 까막눈이다.
감히 장담하노라. 재한 조선족 중에 자기네 가문의 이주 역사나 유래를 알고 있는 조선족이 거푸 몇 명 안 된다. 물론 이것은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들의 탓이 아니다. 우리 조선인 1세대들의 잘못이다. 1세대들은 정부에서 학교를 세워주고, 출판사, 신문사, 방송국을 세워주어 우리말과 글을 유지해왔다지만 자민족집단의 역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았다.
한 마디로 우리 조선족은 뿌리가 없는 부평초 같은 존재이다. 뿌리가 없는 그 집단이 힘이 있을 수가 없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조선상고사』의 저자 단재 신채호의 말이 생각난다.
“역사를 잊은 민족은 희망이 없다.”
우리 조선족은 역사를 잊고 자시고 할 가치도 없다. 애초에 모르니 뭘 잊을 것도 없다. 나는 단재 신채호의 말을 바꿔서 말하고 싶다.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희망이 없다.”

코로나 전에 있었던 일로 기억된다. 한국사회에서 깊숙이 활동하고 있는 후배 하나가 있다. 그는 한국 공무원 대상으로 중국동포 현황 주제 강의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충분히 잘할 수준이 되지만 나를 찾아와 자문을 구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낌없이 도와주었다. 물론 조선족 호칭 논란도 강의 내용 중 한 부분이었다.
‘아는 길도 물어 가라.’ 충분히 잘할 수 있음에도 자문을 구하는 자세는 배움의 열망이 높다는 표현이다.

세상에는 모르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모르면서 아는 체 하는 사람이 가장 위험하고 두렵다.

조선족 호칭 유래를 모르면서 한국사회에 대해 조선족이라 부르지 말라고 외치는 행위는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심하게 말하자면 목숨을 바친 조선인 1세대들에 대한 배신이다. 물론 전혀 의도적인 것이 아니겠지만 결과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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