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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기지개의 후폭풍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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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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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경제부 부장

   
 

오랫동안 일본은 세계 경제에서 ‘잊어진 국가’였다. 1980년대 미국을 위협하며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군림했던 일본은 1980년대 말 ‘거품 경제’가 붕괴하면서 30년 이상 곤두박질쳤다. 일본의 거품 경제 붕괴가 확인된 1998년쯤 영국 런던 일식당에서 일본 종합상사맨이 술에 취해 “일본 경제는 끝났다”고 한탄하는 모습을 목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본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 자리를 중국에 내준 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일본은 선진국이지만, 세계 경제의 중심에서는 한 발짝 뒤로 밀려난 채로 30여 년을 살아왔다. 그런데 최근 나락까지 추락했던 일본 경제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눈여겨보지는 않았겠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7월 25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수정(World Economic Outlook Update)’을 보면, 올해 일본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로 4월 전망치(1.3%)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4월 전망치(1.5%)보다 0.1%포인트 낮아져서 1.4%로 떨어졌다. 올해 우리나라와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동일할 것이라는 뜻이다. IMF의 전망이 현실이 될 경우, 올해는 우리나라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한국 성장률 -5.1%, 일본 성장률 -1.3%)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나라 성장률이 일본 성장률을 앞지르지 못하는 해가 된다. 경제 발전 단계가 다른 한국과 일본의 성장률 전망치가 동일하다는 것은 일본 경제는 나름대로 선방하고 있다는 뜻이고, 한국 경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정책금리는 2016년 9월 이후 -0.10%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일본은 양적완화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정책금리가 큰 의미는 없다. 미국, 유럽연합(EU), 한국 등 세계 주요국이 일제히 금리 인상을 통해 돈줄 죄기에 나서고 있는데도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정책금리를 다른 나라들과 반대로 낮게 유지하면 그 나라의 통화 가치는 희생될 수밖에 없다. 최근 엔·달러 환율이 140엔대의 고공행진(엔화 가치 하락)을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 일본은행이 지난 7월 28일 수익률곡선통제(YCC) 정책에서 허용하는 장기금리 상한을 종전의 0.5%에서 1.0%로 높였다. 외부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시장에서 ‘스텔스 (통화) 긴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이 조치는 미세한 움직임이었지만, 이미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당장 돈값이 싼 일본에서 자금을 조달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돈이 다시 일본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국채 장기물 금리가 급등하고, 시중에서 일본 엔화 ‘강세(가치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급증하고 있다. 30여 년 만에 기지개를 켜는 일본 경제의 변화는 국제금융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세계 경제에도 큰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굼뜬 성장과 일본 경제의 기지개 등 세계 경제의 새로운 움직임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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