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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세계화의 버팀목은 '공짜 노동'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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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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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 기자

   
▲ 이달 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전 세계 한국어교원을 위한 '2023 세계 한국어 교육자 대회' 개막식이 열렸다. 이날 축사를 맡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전 세계 한국어 학습자에 대한 지원을 강조한 반면 교수자의 노동 환경 개선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여기 정부가 개최한 국제행사가 또 있다. 바로 전 세계 한국어 교육자들을 위한 '2023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다. 4년 만의 대면행사로 열린 올해 대회는 지난 7일부터 나흘간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렸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원들이 서로를 격려하고 경험을 나누는 자리로, 올해로 15번째다. 첫 회(2009년) 때와 비교하면 한국어의 국제적 위상은 상전벽해 수준이다. 일명 K브랜드를 단 한국 문화의 인기는 한국어 학습 열기로 이어졌다. 그만큼 양질의 한국어 선생님에 대한 수요도 늘었다.

이 대회는 그런 분야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행사기도 하다. 실제 개회식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해외 한국어 교육의 중추인 세종학당을 현재 248곳(85개국)에서 2027년 350곳까지 확대하는 등 한국어의 세계화를 위한 전략들을 발표했다. 축사를 맡은 박보균 문체부 장관도 학습자들을 위한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다.

   
▲ 진달래 기자

그늘 하나 없이 밝은 행사처럼 보이지만, 한국어 교원들의 열악한 실상을 떠올리면 겉만 화사한 잔치라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2만~3만 원대 시급에 3개월(10주)짜리 단기 계약이 예사인 일터에서 한국어 교원들은 일반 유급휴가나 출산휴가는 꿈도 못 꾼다. 10년을 넘게 일해도 퇴직금을 기대할 수 없다. 이 모든 게 국내 한국어 교육 현장의 민낯이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가족지원센터 등은 물론이고 석사 학위에 국가 자격증(국어기본법상)을 소지한 '고스펙' 교원이 대다수인 어학당(대학교 한국어교육 부설기관) 상황도 크게 낫지 않다.

열악한 처우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 온 건 4년 전쯤이다. 처음으로 한국어 강사들로만 이뤄진 노동조합(민주노총 대학노조 연세대학교한국어학당지부)이 설립된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무기계약직 전환이나 임금 인상 등의 성과도 있었으나 일부 어학당에 국한된 변화였다.

   
▲ 대학부설 한국어교육기관에서는 학기별로 각종 특별활동 수업을 진행하는데 그 운영을 돕는 교원 대부분은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지난 4월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문화교류 행사에 한국어문화교육원 외국인 학생들이 참여한 모습.[뉴시스]

현재 한국어 세계화의 버팀목은 '공짜 노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 1인당 30분씩 무조건 상담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상급자에게 제출까지 해야 하는데 아무런 수당이 없다." "학기마다 특별활동을 하러 외부로 나가서 더 오래 일해도 근로시간으로 산정되지 않는다." 최근 민주노총의 관련 연구보고서에는 이런 사례가 한가득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교원의 80% 이상이 수업 시간에 따라 급여를 받는데 수업 준비, 시험 출제 및 채점, 학생 관리 등 수업 외 업무에는 금전적 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한국어 교원의 평균 연 수입은 1,357만 원(2021년 기준)에 불과하다.

정부도 그 심각성을 알고는 있다. 문체부는 작년에 처우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도 진행했다. 대학에서 가르쳐도 고등교육법상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국어 교원의 법적 지위 등 물 새는 곳들은 이미 확인이 됐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문체부 외에도 교육부, 외교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 한국어 교육과 관련된 부처는 많으나 근본적 개선을 위해 총대를 멜 부처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저임금·고용불안 구조에서 베테랑 선생님을 바라는 건 참 염치없는 일이다. 한국어로 한국 사회·문화를 세계인에게 정확히 알리고자 하는 그들의 사명감을 볼모로 삼는 현실을 외면하는 일은 그만하자. '공짜 노동'으로 지탱한 K브랜드의 미래가 밝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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