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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한 겨울 장마철
코리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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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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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 / 재뉴질랜드 칼럼니스트

   
 

장마철이 계속되다 보니 대외활동이 제한되고 찾아 갈 곳도 또한 찾아 올 사람도 마땅치 않아 할 일 없이 집에만 있게 되는 날이 많아지게 되는 요즈음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은 울적해지고 고향 생각에 잠겨 멜랑콜리한 기분에 사로잡히기 쉬운 계절에 처해 있는 우리들의 신세이기도하다.

원래 멜랑콜리(Melancholy)라는 말은 그리스 어인 멜랑(검다)와 콜레(담즙)의 합성어로 우울 또는 우울증의 뜻을 담고 있다.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 Hippocrates, BC 460-370년)는 인간이 정액이나 자궁의 체액에서 탄생하고 자라는 점을 근거로 4액체 설을 정리하였다. 사람의 몸은 차갑고 열이 있고 건조하고 습한 성질을 가진 4가지 체액(體液) 즉 피, 점액, 노란 담즙, 검은 담즙으로 이루어졌으며 이것이 균형을 이룰 때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학설이다. 멜랑콜리는 이 중 검은 담즙 과잉으로 인한 질병으로 그 특징은 건조함과 차가움이다. 보통 서양의 문화적 전통에서는 검은 색은 상복(喪服)이 검은 색이듯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멜랑콜리(검은 담즙)는 자체가 부정적인 요소로 이루어진 단어이다. 그러나 멜랑콜리가 철학이나 문학, 예술과 결부되어 ‘걸출한 인물은 모두 멜랑콜리이다’라는 사회적 인식이 퍼지기도 하였다.

지금 서울 마로니에 공원 맞은편엔 학림다방이 자리하고 있었고 1960년대 초 천상병, 유홍준, 김승옥, 김지하 등 작가들이 드나들었다. 그 때 자의식이 강한 영원한 자유인, 고독한 천재, 불꽃같은 초월 감성의 방랑자 전혜린이 한 쪽 창가에서 담배를 뿜고 있었던 기억을 되살리게 된다. 전혜린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혜린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항상 성적은 수석을 유지했고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에서 아버지의 권유로 자기 적성과는 거리가 먼 서울법대로 진학했다. 그러나 법대를 중퇴하고 그 당시 여자로서는 최초로 독일로 건너가 뮨헨대학 독문과를 졸업하고 돌아와 서울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는 한편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 가운데’,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등을 번역하는 일을 했다. 그녀의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그녀가 31세의 나이로 자살한 이듬해에 간행됐다. ‘신은 그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상에 오래 머물게 하지 않고 있다’, ‘한 인간은 자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말이 맞는다면 바로 전혜린을 두고 한 말일 것이다. 젊은이들이 한번 쯤 푹 빠지고 싶어 하는 멜랑콜리한 감성, 농밀한 우수, 압도적인 슬픔, 형이상학적인 고뇌를 품어내는 그녀의 글을 읽고 특히 사춘기의 소녀들은 정신을 잃었다. 그녀는 원피스에 검정 스웨터, 그리고 검정 머플러를 두른 채 서울 시내를 활보했다. 검정엔 고독과 죽음의 냄새가 드리워 있다.

모든 괴짜가 천재인 건 아니지만 천재는 괴짜가 많다.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창작물을 남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며 개인의 인생은 불행하게 진행된 경우도 많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생활인으로서 사는 동안 행복을 추구하고 나름대로 가치를 발휘하며 삶을 영위할일이다. 그렇다면 멜랑콜리한 기분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장마철에 감성이 변화되고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정신질환이 증가하는 것은 뇌에서 분비되는 멜라토닌(Melatonin)이라는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서이다.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눈에 들어오는 빛의 양에 따라 분비량이 조절되는데 밝으면 분비가 억제되고 어두우면 많이 분비되면서 몸 안의 활성 산소를 제거하고 몸의 활동주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장마철에는 낮을 밤으로 착각하게 되어 졸음을 유도하며 자신감 저하, 우울증, 불안과 권태감 등을 유발한다. 특히 여성은 잦은 호르몬의 변화 즉 월경, 출산, 갱년기 등으로 인해 몸의 평형 상태가 깨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성보다 더 우울증이 심하다.

날씨 탓만 하고 몸을 날씨에 맡겨버리면 뉴질랜드 같이 을씨년스럽고 우중충한 잿빛 하늘 아래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이하며 멜랑콜리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좀 더 긍정적으로 뉴질랜드 겨울을 대처해 나가면 어떨까? 지금 지구는 전 세계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폭염, 폭우와 홍수, 가뭄과 산불로 현대인은 한시도 편할 날이 없이 불안에 떨고 있다. 다행이 뉴질랜드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덜 받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한 겨울 추위라고 해야 12도 안팎이고 한 여름 더위라야 28도 내외이다. 울적한 기분이 들더라도 같은 지구촌의 다른 나라 사람들을 생각하며 이 겨울을 이겨나갈 일이다.

첫째, 햇빛을 찾아 나서자. 비가 하루 종일 오는 것도 아니고 간헐적으로 내리는 만큼 하늘이 열리면 바다나 들로 나가 마음껏 햇빛을 즐기자. 비가 개이면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환기시켜 습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둘째, 우중충한 날씨 일수록 밖에 나가 사람들과 접촉을 활발히 하고 행동 반경을 넓힌다. 날씨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실내 스포츠, 취미활동을 개발해 나간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수영이나 요가, 스트래칭, 댄스 같은 활동으로 무기력감도 날리고 몸도 관리하는 기회로 삼는다. 비즈니스도 남들이 위축되어 있을 때 좀 더 도전적으로 대처해 나간다면 성과가 올라 갈 수 있다.

우울증과 같은 위험한 질환도 없다. 사람의 몸에는 우울증을 심화시켜 자살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자살유전자’가 있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자살유전자가 정상인보다 2배 높으며 자살 충동을 느끼는 비율은 3배가 높다고 한다. 그러나 생활환경과 개인적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사회적 문화적 관습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우울증에 대처해 나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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