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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언론 문제에 대한 고찰(考察), 재외언론진흥재단 설립이 필요하다?-(1)
김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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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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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오 / 커뮤니케이션학 박사, 전 국립호주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1. 서론

위 부제는 필자 게 아니고 한참 전에 오마이뉴스 (2022년 9월 21일자)에 실렸다는 미국 거주 세계한인언론인협회(이하 세언협회)의 김명곤 회장의 기고에 붙여진 것이다. 여기 시드니의 한호일보(동년 9월23일자)에 전재된 전문을 읽었다.

시간이 좀 지났으나 시사성 시비는 있을 수 없다. 한국언론의 중요한 장르인 교포언론(우리말 언론을 한국언론과 교포언론으로 나눈 30년 전 나의 2분법에 따른 용어다)은 과문인지 몰라도 한 번도 총체적으로 다뤄진 적이 없을 만큼 사각지대로 묻혀 온 것 같다. 드물게 나온 이런 장문의 건의문을 계기로 이제부터라도 이 분야가 언론과 학계 그리고 교포정책 담당자들의 새로운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김 회장의 기고에 따르면 한국의 중앙 언론사가 2020년까지 10년간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이 매년 각각 2억-4억1천만이었다. 놀랍다. 내가 아는 언론의 지식과 신념으로는 독립성이 생명인 이 지식 산업이 관에 구걸해도 되는가. 한 예로 내가 한국을 떠나기 전만 해도 정부 지원으로 직접 운영된 <서울신문>은 언론으로 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교포언론에 관한 한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일단 예외를 인정하고 싶다. (1) 서로 멀리 흩어져 있는 커뮤니티 단위로 운영 되는 이 언론은 교민인구가 많은 LA와 뉴욕을 빼고는 시장이 너무 작고, (2) 교포언론은 정치보다 고비용 리서치를 필요로 하는 교육과 현지 생활정보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이건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다.

교포언론의 실태와 이슈를 포괄적으로 다뤄보려는 이 글은 길어질 수밖에 없어 (1)과 (2) 연재로 나누고 전체를 다섯 개 소제목으로 나눠 펴나가기로 했다. 그에 앞서 밝혀 두어야 할 몇 가지 대전제인데 첫째로 이 글의 논의는 활자 중심 종이와 디지털 신문이 주로다. 유튜브 말고는 해외 전체 한인사회를 아우르는 강력한 지상파 방송 채널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 교포언론은 해방 후 자유이민으로 조성된 서방지역이 대상이다.

둘째는 교민언론의 고찰이라고 할지라도 연구 자금을 받을 처지가 아닌 필자로서는 광범한 지역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조사할 수는 없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직접 집어오는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보게 되는 신문이 주로지만 미주의 한 두개 신문사를 빼고는 환경이 비슷하니 그것만으로도 좋은 샘플이 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아래 기술(記述)과 대안 제시는 교포신문에 반평생을 보낸 사람으로서 하는 현장 경험과 이론을 융합한 필자로서는 뼈아픈 지적이다. 한때 무슨 짓을 했든 서울의 큰 중앙 언론사에서 이름을 날린 사람만을 큰 언론인이라고 보는 한국인 대중의 시각을 생각할 때 오랜 교포신문의 경윤이나 지식은 결코 자랑이 아니고 왜소하게 만 보일 게 분명하나 굳이 밝히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위에서 말한 대로 적당히 쓴 게 아님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어떤 계기로 이 분야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게 되었나를 설명하는 개인 이야기를 하게 되지만 이 글 전체 문맥과 무관하지 않으며 앞부분에서 다룬 이슈들을 보충한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2. 라스웰의 환경감시 기능

본론이다. 원래 특수 산업인 언론사는 일반 기업과 달라 이윤을 내게 경영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다. 그저 간행물이라면 몰라도 언론이라고 불리려면 이 분야 이론의 창시자의 하나인 라스웰 (H. Laswell/1948)의 용어인 환경감시 기능이 빠져서는 안 된다 (후에 슈람(W. Schramm/1964)은 이 말을 파수꾼 역할 /The watchman function이라고 불렀다.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전쟁의 발발, 몰려오고 있는 태풍을 경고하는 건 대표적인 사례이며 아주 중요하면서도 단순보도 (Straight news)만으로 큰 언론, 작은 언론 모두 잘 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그러나 복잡다단한 정치와 사회 아젠다를 설정하고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보도는 다르다. 숙련된 편집장과 기자와 시간이 걸리는 리서치를 필요로 한다. 고국 언론에서도 그렇지만, 한두 사람의 인원에다가 이직이 흔하여 훈련이 어려운 교포언론의 경우에는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되고 만다.

이러한 심각한 실태에 있는 교포언론의 경우 금전 지원 하나로 크게 달라질 게 없다는 게 필자의 지론이다. 이건 이미 지적한 외국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처해 있는 커뮤니티의 특수한 언론의 필요와는 달리 작은 시장이라는 제약점 때문인데 그럴수록 커뮤니티에 대한 강한 애착, 언론에 대한 투철한 정신과 열의와 그걸 실천에 옮길 지식을 갖춘 사명감 있는 사람이 신문의 경영인이 되어야 하는데, 그건 5천만 인구의 고국에서도 어려우니 해외 한인사회에서라면 말할 것 없다. 몇 가지 구체적 건의와 그와 관련된 배경 설명이다.

(가) 현재 지원을 맡고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나 앞으로 생길 동종의 기구나 단체는 지금과 같은 백지 지원이 아니라 수혜 언론사가 그 돈을 어떤 기획 기사 취재에 쓸 것인가에 대한 자세한 제안 설명서를 받아 결정해야 한다. 영어로 표현한다면 Projects-specific grants 방식이다. 이건 얼마 전 현 윤석열 정부가 민간단체에게 과거 방만하게 나간 국고지원금을 앞으로 잘 챙기겠다는 정책 발표하고도 일맥상통한다.

그런 게 있어도 잘 된다는 보장이 없지만 아예 없다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는 언론사들은 돈이 생기면 일반 경비로 써버리게 될 확률이 크다. 그런 면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현재 “가짜 뉴스는 범죄다”와 같은 표어로 된 큰 광고 형태로 나가는 현금지원은 효과적일 수 없다. 지금과 같은 정치와 사회 환경에서 표어 하나로 해결책이 될 일이 몇이나 있겠는가. 관건은 투자의 우선순위다.

영세한 각 언론사가 실제 그런 세부 작업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므로 세언협회와 같은 협의체가 가이드라인을 내 놓고 따르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만하다. 이런 연합회 기구의 존재이유가 바로 그것 아니겠는가.

(나) 모든 해외 한인사회가 내세우는 발전목표는 같다. 소수민족사회로서의 위상제고,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 이를 위한 효과적인 대(對)거주국과 고국 정부 로비로 집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게 바로 위에서 언급한 구체적 취재 계획에 따른 지원 방식의 테두리가 될 것이다.

그런 관점에 본다면 지원 방식을 사전 보도기획에 따른 지원뿐만 아니라 이미 제작, 보도된 동종의 우수 작품에 대한 포상도 같거나 더 큰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그런 노력을 가만 두어도 비교적 잘 될 수 있는 문학 분야 현상 모집에 치중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 인터넷의 발달로 영세한 미디어 하나 만드는 게 아주 쉽게 된 상황에서 무조건적 외부 지원은 이미 포화 상태인 매체의 수를 더 늘리는데 기여 할 수 있다. ‘세언협회’의 기고만 보더라도 교포언론의 수는 세계적으로 이미 360개로 과잉상태이다.

(라) 대부분 경영이 어려운 교포언론의 지면은 광고 말고는 행사보도(Event-oriented news, 반대는 이슈 보도 Issue-oriented news)와 외부인 기고가 주로다. 행사기사는 비교적 쓰기가 쉽고, 보도를 원하는 주최자 쪽의 열의도 있어 매부 좋고 누나 좋은 상황이어서 그렇게 된다. 외부 기고도 마찬가지다. 개인 홍보가 필요한 직종인 변호사, 카운셀러, 목사, 새 사업을 구상하는 일부 기업가, 문사철을 공부한 인사 등 고국과 해외 모두 고려 없이도 읽을거리 글을 쓸 사람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기고 물도 반사적으로 정보가 되고 또 습관상 읽을거리를 찾는 독자들에게는 괜찮을지 모르나 우선 되어야 할 정보와 교육과 이슈 보도를 소홀이 하게 만든다.

(마) 대부분 한정 된 부수로 찍혀 무료로 배포되는 교포신문은 내용이 좋든 싫든 소모되니 경영인은 어렵게 비용을 들여 신문 질을 높여 질적 경쟁할 필요가 없음을 알게 된다. 이런 타성 또한 현금지원만으로는 크게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3. 세계언론인대회

매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언론인대회의 현장을 보면 교포언론인들의 안일한 태도를 잘 엿볼 수 있다. 나는 1985년, 그러니까 거의 40여년 전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같은 이름의 행사에 참석했었다. 한국을 떠난 이유이기도 하지만 호주에서 처음인 교포신문 <호주소식>을 하면서 정권에 호의적인 기사를 쓴 적이 없는 내가 초청 된 것은 의외였다.

하지만 모처럼의 기회인 이 모임에서 내가 직접 겪는 교포신문의 참상을 알리고 다른 지역의 실상도 듣는 자리가 될 수 있다고 믿고 토론 자료를 준비하고 갔었다. 그러나 현장은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매일 짜여진 일정에 따라 교포언론과는 무관한 밖에서도 다 아는 정부 시책을 일방적으로 들어야 하는 일방적 강의가 주였다. 강사는 대부분 내가 과거 한국에서 중앙부서를 출입할 때 계장, 과장을 하다가 차관 또는 청장이 된 고위 공무원들이었다.

참가자도 마찬가지. 준비해온 것은 거의 없고 강의가 끝나기 바쁘게 친지 만나러 자리를 떠버리는 것이었다. 한 가지 비상한 관심이라면 대회의 위상을 위해서라며 축사자의 직함, 예컨대 대통령이면 좋고 아니면 국무총리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이었다.

지금 매년 계속 되고 있는 같은 대회가 같은 이름인지 모르겠으나 그건 중요하지 않다. 보도되는 걸 보면 크게 달라진 건 없어 보인다. 이름 있는 호텔에 체류하면서 이따금 참가자나 외부 언론학자들의 주제발표 시간이 있으나 대부분 현지 언론의 참혹한 현실과는 너무 거리가 먼 대학 강의실에서나 논할만한 사치스런 원론적 이슈들이다. 그리고 고국 정부의 정책 지지 성명 등 정치성 행사로 끝나는 건 여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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