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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200만 명 시대…동행의 조건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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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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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훈 / 기자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까맸다! 어미를 쏙 빼닮아 새까맣고 오종종한 아이가 벌써 눈을 뜨고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유난히 눈동자 검은 이 아이가 OO 이씨 28대손 OOO였다.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그는 엉거주춤 아이를 안은 채 화석처럼 굳었다.' 소설가 정지아의 단편소설 '핏줄'에서는 베트남 출신 며느리를 얻은 시아버지가 끝내 '얼굴 까만 손주'를 받아들이기 힘겨워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한국 사회에 이주민이 본격 유입된 지 약 30년이 흘렀다. 바야흐로 국내 이주민 200만 명 시대다. 공장, 건설 현장, 농어촌 등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다. 일손이 없는 공장, 소멸 중인 학교와 농촌의 빈자리를 채우는 사람은 외국인들이다. 인구 위기를 맞은 한국 사회에 이민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민정책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유입이 지역 소멸을 극복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유일한 대안이 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도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결혼 배우자 형태로 외국인이 계속 늘고 있다. 2021년 대구의 외국인은 5만1천 명, 경북은 9만8천 명으로 10년 전보다 90% 정도 증가했다. 이에 발맞춰 경북은 '아시아의 작은 미국'을 표방하고 나섰다. 외국인 유치, 정착, 통합으로 이어지는 지역 주도형 외국인 정책을 통해 인구 감소에 따른 공백을 메우려고 한다. 외국인 지역특화비자 시범 사업뿐만 아니라 지방정부가 설계, 추천하는 광역비자를 준비하고 있다. 또 지역특화형 초청 장학생 제도를 마련해 외국인들의 지역 정착 및 취업을 돕고 있다.

정부는 '이주민과의 동행'을 선언하면서 이주민들의 사회적 지위와 권익을 위해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정부 의견과는 달리 민심은 아직 외국인 이민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느낌이다. 한국행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을 우리나라 국민으로 수용하는 정도 추이는 5.3점(10점 만점)에 그친다. 이주민과 동행하는 한국 사회는 아직 모두에게 낯선 새로운 사회로 다가온다. 소설 속 시아버지처럼 눈동자 검은 아이는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들에게도 낯선 존재다. 이주민을 향한 배타적인 시선은 조금씩 수그러들고 있지만 한국민의 인식은 아직 이주민에 대해 개방적이지는 않다. 이주민을 '일손'으로 인정하지만 '이웃'으로 받아들이기는 거부한다. 이주민이 기피 일자리를 채우길 바라면서도 완전히 동등한 사회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이주민을 향한 배타적인 시선은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법원 판결과 유엔 인권위의 공식 서한에도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된 이슬람 사원 등은 한국 사회에서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이다. 이슬람 사원 건립은 무슬림 유학생 대 지역 주민의 갈등으로 나타났지만 앞으로 이민자가 늘면서 갈등 주체와 양상은 달라질 수도 있다.

이주민을 저출산과 노동력 부족 해결의 손쉬운 대안으로 생각하다가는 자칫 큰 사회갈등과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낯선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선 더 많은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다. 외국인 이주민을 단순한 '일손'이 아닌 같이 살아가는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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