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6.25 화 18:35
재외선거, 의료보험
> News Wide > 국내뉴스
세계한인회장대회 참가 5인의 목소리 "700만 재외동포는 자산"
주간조선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3.10.10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 지난 10월 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3 세계한인회장대회 및 제17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 참가한 각국 한인회장들이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의 기조강연을 경청하고 있다.[사진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10월 5일은 재외동포청 출범 이후 맞는 첫 ‘세계한인의 날’이다. 매년 열리는 ‘세계한인회장대회 및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이 재외동포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지난 10월 4일 진행된 개회식에선 세계 각국에서 온 400명의 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애국가를 부르고,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기철 재외동포청장은 이날 “재외동포에 대한 일방적 보호·지원에서 호혜적 동반성장으로 재외동포 정책 기조가 바뀌었다”며 “정부는 재외동포가 거주국 주류사회에 진출하도록 지원하고 재외동포는 높아진 영향력으로 다시 모국을 지원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재외동포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현지에서 할 수 있는 역할도 커졌지만 무엇보다 세계 각국의 한인들 스스로가 민간외교관으로 활용되길 바라고 있다. 오는 11월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지 투표를 앞두고 정부가 각 나라를 직접 찾아가 외교전을 펼치는 것을 두고 오만에 거주하는 김점배(66)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장은 “현지 한인들을 활용해서 공공외교를 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와 중동만 해도 37개의 표가 있다. 지난해 엑스포 담당자에게 BTS 표 200장만 (제가) 받아다가 유력 인사 자제들에게 주면 그들이 부모에게 ‘한국 가보니 좋더라. 엑스포 한국으로 해달라’고 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732만 재외동포가 있다고 말만 할 게 아니라 공공외교에 정말 필요한 존재로 생각하면 좋겠다.”

김 회장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개최지 선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투표가 1국 1표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동과 아프리카 전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의 수는 미국이나 중국과 비교하면 많지 않지만, 엑스포 개최지 투표는 국가 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민간외교를 활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한인회에서 아프리카 오지에 있는 초등학교에 우물을 파주는 ‘평화의 샘물’ 지원사업을 했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한인회와 현지 사람들의 관계도 가까워졌고, 사업 지속성도 있었다”며 “이처럼 정부가 일회성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보다는 각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과 협력하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현지 한인들이 민간외교관 역할을 잘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향(57) 미동북부한인회연합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모국이 재외동포를 필요로 할 때 쓰임 받고, 한국이라는 뿌리를 미래 세대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인들이 거주 지역에서 민간외교를 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등 자료를 제공하거나 재정적 지원을 늘려주면 차세대 한인들에게 힘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실제로 재외동포청이 출범 100일을 맞아 지난 9월 13일 발표한 7가지 로드맵 중 하나는 ‘재외동포와 모국 간의 교류협력 강화 및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 청장은 “재외동포청은 재외동포와 함께하는 공공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간조선은 10월 5일 세계한인의 날을 앞두고 지난 9월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에 걸쳐 세계 각국에 거주하는 한인회장들을 인터뷰했다. 앞서의 김점배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장, 이주향 미동북부한인회연합회장을 비롯해 홍승필(60) 뉴질랜드한인회총연합회장, 이승철(52) 재일본가나가와현 한국인연합회장, 최진영(33) 캐나다 캘거리한인회 부회장 등 5명에게 현지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과 재외동포청에 바라는 부분을 들었다. 한인회장들은 재외동포청 출범으로 현지 한인들이 지속적으로 건의해왔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재미동포 “선천적 복수국적법 바꿔달라”

한인 공식 이민의 역사는 1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03년 인천 제물포에서 배를 탄 이민단이 미국 하와이에 도착한 것이 시작이었다. 역사가 긴 만큼 미국에 거주하는 동포의 수가 가장 많다. 외교부의 2021년 재외동포현황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263만여명으로 전체 재외동포 732만여명 중 약 36%를 차지한다. 미국 한인사회에선 ‘선천적 복수국적법’ 개선 요구 목소리가 높다. 선천적 복수국적법은 부모 중 한 명이 한국 국적자일 때 태어난 아이가 18세가 되기 전 한국에서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한국 국적이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다. 지난 2005년 홍준표(현 대구시장) 당시 의원이 미국 시민권 취득을 통한 병역기피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대표 발의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40년 넘게 살아온 이주향 회장은 “(선천적 복수국적자인지) 자신도 모른 채 한국에 갔다가 미국으로 돌아올 수 없거나 아예 모국에 갈 수 없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모국의 저출산 문제 해결 대안”

한국은 단일국적을 원칙으로 하지만 2011년 국적법 개정 이후 한국으로 귀국하려는 65세 이상 재외동포에 한해 ‘외국 국적 불행사 서약’을 전제로 복수국적 취득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만 65세 이상인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55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복수국적 허용 연령을 50세 이하로 더 낮춰서 모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면 좋겠다”며 “해외에서 공부했어도 모국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하는 재외동포들이 많다”고 했다. “차세대 한인들이 모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문을 좀 더 열어줬으면 좋겠다. 한국에선 아이를 안 낳아서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데 재외동포 수는 어마어마하지 않나. 재외동포를 인력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주간조선이 인터뷰한 재외동포들은 현지에서 태어난 한인 2·3세들을 위해 한글학교 확대, 모국 연수 등의 교육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홍승필 뉴질랜드한인회 총연합회장은 “여기서 태어난 한인들은 ‘너 키위(뉴질랜드 사람을 뜻하는 말)야, 한국 사람이야’ 하면 대답을 못 한다.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것”이라며 “자신의 뿌리 찾기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차세대 한인들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아이들은 부모의 조국에 관심이 많다”며 “모국 연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다녀올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면 자신의 뿌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10월 4일 개회식에서 이 청장 또한 “우리말을 배운다는 것은 ‘나의 뿌리는 한국’이라는 걸 배우는 것”이라며 “여기에 ‘나의 뿌리인 한국은 매우 위대한 나라다’가 되면 정체성이 훨씬 더 강해진다”고 말했다. 한국 정체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승철 재일본가나가와현 한국인연합회장은 “차세대 한인들이 한국에 대해 더욱 자긍심을 가지고 생활할 수 있도록 재외동포청이 일본 내 ‘한국학교’ 건설에 박차를 가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회장에 따르면 초·중·고 정규교육과정으로 인정되는 한국학교는 도쿄와 오사카 두 곳에만 있다. 그는 “앞으로 2·3세들이 나올 텐데 여기서 태어나면 모국에 대한 정체성이 부족할 수도 있다”며 “모국어와 역사를 가르치는 교육 시스템이 있어야 한국의 정체성을 계속 계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지난 10월 4일 ‘2023 세계한인회장대회 및 제17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재외동포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일본 민단·한인회 화합 어떻게

일본에는 ‘재일본대한민국민단’과 ‘재일본한국인연합회’ 이렇게 두 개의 한인 조직이 있다. 민단은 일제강점기를 전후해 일본에 정착한 ‘올드커머’ 중심이다. 한인회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유학, 사업 등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뉴커머’들이 2001년 출범시킨 조직이다. 이승철 회장은 “같은 한인인데 조직이 나뉘면 구심점이 약해지지 않겠느냐”며 “민단과 한인회가 언젠가는 합쳐져야 하는데 어떻게 합칠지가 이슈”라고 말했다. “같은 한국 사람으로서 차이를 두는 것부터가 잘못됐다. 저는 한인회장이지만 민단에서 감찰 일도 맡고 있다. 민단이 오래된 만큼 중심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 많지만, 민단 회원 수는 계속 줄어드는 반면 한인회 회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재외동포청이 민단과 한인회가 같이 갈 수 있도록 대화 발판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이 회장은 “재일동포들은 한·일 관계가 안 좋으면 바로 피부로 느낀다”며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본 업체와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서 LED 투광등 사업을 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 5년 동안은 정말 힘들었다. 그때는 한국 이름이 적힌 제 명함을 내밀기가 껄끄러웠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상당히 분위기가 좋아졌다. 지금은 한·일 공동 브랜드임을 드러내도 입찰에 문제가 없다.”

그는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정리할 부분은 정리하고 미래를 위한 발전적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본 입장에서도 관계가 좋아야 미안한 감정도 생기는 것이지 적대적인 상황에서 서로의 입장만 말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히로시마평화공원 안에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 위령탑이 들어간 지 얼마 안 됐다. 나가사키에는 위령탑이 아직 공원밖에 있다. 한·일 관계가 안 좋으면 위령탑을 넣어주겠나. 한국이 힘이 세지고 관계가 좋으면 하나씩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내년 총선을 9개월 앞둔 지난 7월, 해외에선 모의 재외선거가 열렸다. 주재국 상황을 고려해 총 183개 공관 중 178개 공관에서 대사관 직원 등 재외국민 2661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오는 10월 13일부터 공관별로 재외선거관리위원회가 설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재외국민 투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우편투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 중앙선관위는 한국 선거에 투표할 수 있는 재외국민을 200만명 정도로 추산한 반면, 지난 20대 대선에서 재외선거인 등록을 한 사람은 22만6162명밖에 되지 않았다. 투표에는 이 중 16만1878명이 참여했다. 실질적으로 투표할 수 있는 재외국민 중 약 8%만 선거에 참여한 것이다.

8%만 선거 참여… “우편투표 필요”

홍승필 회장은 “지난 선거에서 뉴질랜드의 재외투표소는 웰링턴 공관에 한 곳 설치됐다”며 “오클랜드에 사는 사람들은 투표하기 위해 700㎞를 비행기를 타거나 차를 끌고 9시간 가까이 가야 했다”고 지적했다. “여기 사는 한인들은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다. 인터넷의 발달로 한국 뉴스를 실시간으로 바로 볼 수도 있다. 그런데 비행기 티켓을 사고 시간을 내서 투표하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재외국민이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 우편투표가 가능해지면 재외국민의 투표율도 높아질 것이다.”

최진영 캐나다 캘거리한인회 부회장은 “캘거리 인근에 있는 한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영사관이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넓은 캐나다 땅덩어리의 왼쪽만 보면 총영사관이 밴쿠버에 하나뿐이다. 캘거리에서 밴쿠버까지 험한 산맥을 뚫고 12시간을 운전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한다. 순회 영사가 지역으로 오긴 하지만 5분 만에 예약이 꽉 차서 업무를 보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업무를 꼭 봐야 하는 분들은 혹시라도 빈자리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침부터 줄 서서 기다린다. 순회 영사가 하루에 150명 정도 보는데 이틀 정도만 있다 보니 필요한 사람들을 다 봐주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그럼 밴쿠버로 가야 하는 것이다.”

여타 한인회와 다르게 캘거리한인회는 청년들이 주도하고 있다. 최 부회장과 함께 일하는 구동현 캘거리한인회장 또한 30대다. 최 부회장은 “구동현 회장 전에는 50·60대 회장이었다”며 “연세가 있으시고 지역에서 성공한 사람이 아닌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회장이 들어오니까 한인회를 비롯해 여성한인회·한인노인회 등의 단체들에서 처음에는 지지를 잘 안 해주셨다”고 털어놨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게 캐나다에서 오래 사신 분들께서 어린 친구와 의견을 나누고 확인을 받아야 하는 게 마음에 안 드셨을 것 같다. 구동현 회장과 마주쳐도 인사를 안 해주시거나 저희를 불편하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셨다. 그때 저희는 좀 더 노력해서 보여드리면 지지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3년 정도 지나니까 이제는 노인회장님도 저희를 참 좋아해주시고 여성한인회장님도 많이 도와주신다.” 최 부회장은 “한인사회 내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 또한 한인회장의 업무”라며 “주재관 등 제3자가 관여하기보다는 내부적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청년으로서 재외동포청에 바라는 점을 묻자 최 부회장은 재외동포청이 출범한 지 100일이 훌쩍 지났지만 최근에서야 이 사실을 알았다고 답했다. “재외동포청이 생겼다는 소식을 못 들었는데 이는 다시 말하면 현지 한인들과 (재외동포청의) 소통이 끊겼다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많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하나 만드는 등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면 좋겠다”고 했다. 최 부회장은 2·3세 젊은 한인들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재외동포청의 방향성과 역할을 보다 많은 동포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연진 / 기자]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종로19(르메이에르 종로타운) B동 1118호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아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 | 편집인 : 이구홍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혜민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