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언론인, 본지 편집위원 ] 


지자체 선거를 10여일 앞둔 시점에서 판세가 요동을 치고 있다.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야당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의 선거 전략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국민 한사람,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라도 건드리는 자, 우리 바다를 넘보는 자, 그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재선을 노리는 한나라당 김문수 경기도 도지사 후보자가 내건 선거 광고문구이다. ‘나라가 없으면 선거도 없다.’는 어느 한나라당 후보자의 선거 카피도 눈에 띤다.

물론 김문수 후보가 이런 식의 광고를 신문 지상에 게재한 이유는 상대 후보자에 대한 공격용이다. 천안 함 사태가 북한의 어뢰 공격 때문이라고 정부가 증거물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자인 유시민 후보는 계속 북한 소행 자체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의 선거 전략이 과연 득표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물론 안보와 관련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이런 식의 광고로 일부 보수층의 지지를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득보다는 실이 많지 않을까 싶다.

우선 이번 선거는 지방 행정을 책임지는 단체장을 선출하는 것이지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 대한 선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더구나 국방권이나 외교권도 없는 도지사의 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북한의 도발 행위를 응징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 혹시 이번 선거를 차기 대권 선거를 위한 예비 전 정도로 잘못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스럽다.

여하튼 이번 선거를 지켜보면 한나라당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선거 전략은 천안 함 사태가 아닌가 싶다. 그들이 생각하듯 천안 함 사태가 보수층 결집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또 득표로 연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선거 전략으로 천안 함 사태를 이용하는 만큼 민심은 한나라당으로 부터 등을 돌릴 가능성은 많아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대한민국의 민심은 좌와 우, 그리고 진보와 보수라는 형태로 극명하게 갈라져있는 상황이 아닌가?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국민들은 객관적 사고보다는 자신들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 경향이 농후하다. 여당이 제아무리 객관적인 물증을 제시해도 좌파 또는 진보성향의 인사들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려는 노력보다 의문부터 제기하는 이유이다.

정부는 북한의 소행을 증명하기 위해 어뢰의 일부분을 국민들 앞에 물증으로 내놓았다.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아니라고 우길 그들이 과연 승복을 할까?
사실 정황상 증거물은 법정에서도 인정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한국의 정치판에서 정황상 증거를 인정 할 리가 만무이다.

문제는 현재 천안 함 사태를 두고 정부가 정황상 증거 이상의 증거물로 북한의 소행을 입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기해가며 민심을 선동하는 일은 손바닥을 뒤집는 일만큼이나 쉬운 일이고 보면...

정부는 북한의 소행이라며 증거물로 ‘1번’이라는 글씨가 쓰인 북한산 어뢰의 파편들을 공개했다. 헌데 국민들은 안보라는 심각한 명제 앞에 오히려 조롱 일색이니 안타깝다는 말이다. 푸른 매직펜으로 쓴 1번이라는 글자의 의미는 한나라당의 기호인 1번 그리고 푸른색 또한 한나라당의 고유 색깔이기 때문에 정부의 의도가 따로 있다는 식이니 말이다.

물론 신뢰가 상실된 정부 탓이다. 천안 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면 당연히 초기 단계부터 걸맞은 강력한 대응조치를 마련했어야 한다. 군사적 조치는 신중을 기해야 할 일이지만 최소한 북한 선박들이 대한민국의 영해를 통과하는 문제 따위는 이미 초기단계에서 금지조치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또 작전 중인 해군 함정이 그것도 우리영해 내에서 북한 잠수정에게 기습공격을 당했다면 국민들은 군 수뇌부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을 당연지사로 여긴다. 헌데 MB 정부의 관계자들은 국민들의 생각과는 달리 오히려 반대의 모습을 연출했다. 더구나 상대는 선동 정치의 귀재들이 아닌가?
한나라당의 생각처럼 과연 천안 함 카드가 선거에서 약효를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