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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의 소울푸드 라면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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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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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희 / 논설위원

   
 

"짙은 김 속에 얼굴을 들이밀고 뜨거운 국물을 마시면, 콱 쏘는 조미료의 기운이 목구멍을 따라가며 전율을 일으키고, 추위에 꼬인 창자가 녹는다." 소설가 김훈의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에 등장하는 라면 국물에 대한 묘사다.

대한민국 국민의 라면 사랑은 못 말리는 수준이다. 라면 봉지 뒤에 표준 조리법이 적혀 있지만 상당수가 자신만의 라면 끓이기 비법을 갖고 있을 정도다. 김훈은 '대파의 하얀 밑동만 세로로 길게 쪼개 라면이 2분쯤 끓었을 때 넣는 것'을 추천하며 라면 맛의 '공업적 질감'을 순화시켜준다고 했다.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는 1958년 일본 닛신(日淸)식품 창업자인 대만계 일본인 안도 모모후쿠가 개발한 '치킨 라면'이다. 한국에 라면이 도입된 것은 1963년 삼양식품 창업주 고 전중윤 명예회장이 일본의 묘조(明星)식품과 제휴해 '삼양라면'을 출시한 게 시작이었다. 음식 찌꺼기로 끓인 5원짜리 '꿀꿀이 죽'을 사 먹기 위해 사람들이 늘어설 정도로 식량 사정이 안 좋던 시절이었다. 한 봉지 가격은 10원. 처음엔 반응이 냉담했지만 미국에서 밀가루 원조를 받게 된 박정희 정부가 혼분식 권장 정책을 펴면서 라면은 한 끼 식사로 자리 잡았다.

지금 라면 인기는 해외에서 더 펄펄 끓고 있다. 올해로 출시 60주년을 맞은 라면 수출액이 사상 처음 1조원을 넘어섰다. 10월까지 라면 수출액은 7억8525만달러(약 1조208억원)로 해외 공장에서 생산해 현지에서 판매하는 것까지 합치면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환갑을 맞은 K라면의 힘이다. 해외에서의 라면 열풍은 K콘텐츠와 한류 영향이 크다. 라면의 해외 판매는 영화 '기생충'을 통해 짜파구리가 소개된 2020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외국인 유튜버들이 눈물, 콧물 흘리며 매운 라면을 먹는 장면을 줄줄이 올린 데다 BTS 등 한류스타들의 라면 먹방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유행한 매운 라면 먹기 '챌린지'도 수출 증가를 견인했다. 한국인의 허기를 달래던 라면이 이제 전 세계인의 소울푸드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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