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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공공외교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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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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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혜 / 베이징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박4일(14~17일) 미국 방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만큼이나 눈길 끄는 일정이 있다. 미국 유력 기업 CEO들과의 만찬, 그리고 38년 전 첫 방미 때 인연을 맺은 아이오와 주민과의 만남이다. 그들은 1985년 허베이성 정딩현 당서기였던 시진핑이 미국 농업을 배우러 아이오와에 갔을 때 농장을 보여주고 파티를 열어줬던 사람들이다. 시 주석은 2012년 부주석 신분으로 미국에 가서 이들을 다시 만나 “내게는 당신들이 곧 미국”이라 했었다.

CEO 만찬에는 수백명이 참석한다. 시 주석은 평소 “미·중 관계의 기초는 민간에 있다. 중국은 미국 국민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고 했는데, 이번 방미에서 중국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공공외교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정상회담이야 시 주석과 바이든 대통령 모두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기에 성사된 이벤트다. 내년 11월 대선을 치르는 바이든은 정치적 외교적 시험대에 올랐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두 전쟁이 외교 전문가를 자처하는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와 이란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확전 방지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시 주석은 어떤가. 제로 코로나 3년간 무너진 중국 경제는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고 청년 실업률은 치솟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을 보고 자란 세대에게 지금의 경제 상황은 태어나 처음 겪는 위기다. 중국 내 외국인 투자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은 중국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두 사람 모두 관계 개선을 통해 위기를 타개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밑지고 돌아왔다는 내부 비판을 피하기 위해 회담 직전까지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실제로 두 정상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회담을 갖고 1년 만에 다시 마주 앉기까지 물밑에선 주도권 다툼이 벌어졌다고 한다. 어렵사리 회담이 성사된 뒤에는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에 앞서 기업인을 먼저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미측에 전달하면서 한번 더 삐걱댔다. 백악관은 정상이 다뤄야 할 쟁점이 많다며 거절했고 결국 만찬은 회담 이후로 정해졌다.

시 주석이 기업인들을 만나 대중 투자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애쓸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정반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중국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에둘러 비판하거나 중국과 디커플링하면 결국 손해보는 건 미국 기업들임을 각인시키려 들 가능성이 있다. 중국에서 계속 돈 벌고 싶으면 미 정부와 의회를 설득하라는 메시지다. 바이든 정부는 이런 상황을 우려했을 것이다.

시 주석의 오랜 친구들이 있는 아이오와주는 대두, 옥수수, 돼지고기 등 농축산업이 지역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다. 중국은 세계 대두 수입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졌을 때 중국은 미국산 대두 등 유지작물을 구매하거나 구매를 중단하는 방식으로 미국을 압박했다. 중국의 보복관세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곳 중 하나가 아이오와주다.

아이오와는 미 대선이 시작되면 첫 유세가 열리는 지역이자 선거 승패를 결정하는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이기도 하다. 중국은 이번 정상회담 직전 미국산 대두 300만t을 수입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바이든 행정부에 보내는 선의의 제스처로 해석됐다. 민주주의 정권의 최대 약점은 유권자 표심이라는 사실을 중국은 잘 활용해왔다. 시 주석의 이번 방미 행보 역시 정교하게 짜여진 그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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