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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日, 위안부 배상 책임” 2심 판결… 외교로 얽힌 실타래 풀어야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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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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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법원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은 23일 이용수 할머니 등 16명이 낸 소송에서 “일본 정부는 피해자에게 청구 금액(1인당 2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21년 4월 이 소송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렸던 1심 판결을 2년 7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다.

1, 2심의 판단이 바뀐 핵심적 이유는 국제관습법상 ‘국가면제’ 법리에 대한 해석이 달랐기 때문이다. 1심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를 적용해 한국 법원에 위안부 소송 재판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국제 협약이나 해외 판결에서 “사망이나 상해를 야기하는 등의 불법 행위에 관해 가해 국가의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 다수 확인된다”고 했다. 일제가 한국에서 여성을 납치하거나 속여 위안부 생활을 강요하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만큼 재판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본 정부로부터 배상을 받아낼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2021년 1월 다른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도 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지금까지 배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재판 관할권을 부정하면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피해자들이 한국 내 일본 정부의 재산을 찾아서 강제집행을 하려면 복잡한 사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강제징용 판결이 일본 민간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이번 판결은 일본 정부가 당사자여서 재산 압류가 이뤄질 경우 차원이 다른 파장이 일수도 있다.

한일 양국은 올해 7차례 정상회담을 갖는 등 최근 관계가 개선되는 흐름이다. 한일 관계가 과거사에 묶여 있어선 안 되겠지만, 과거사를 묻어둔 채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가기도 어렵다. 위안부 문제를 풀기 위한 양국의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한국 정부는 일본과의 안보·경제 협력 강화와는 별도로 위안부 문제의 해법을 찾으려는 외교적 노력을 한순간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 일본 정부도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판결이 나온 이후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과거사를 전혀 반성하지 않는 듯한 행태는 얽힌 실타래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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