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2.26 월 13:37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본국지논단
‘유럽 흑사병보다 더 심각할 수 있는 한국 저출산’
동아일보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3.12.04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송평인 / 논설위원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로스 다우섯은 2일 ‘한국 소멸하나’라는 도발적 제목의 칼럼에서 “흑사병 창궐 이후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르게 한국 인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근거는 한국의 합계출산율인 0.7명을 적용하면 한 세대가 200명이라고 할 경우 다음 세대에는 70명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합계출산율은 15세 여성이 가임 기간이 끝나는 49세까지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숫자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올 10월 발표한 추계에 따르면 합계출산율이 0.7에서 반등하지 않고 유지될 경우 2040년 0∼14세 인구는 2020년의 절반가량으로 줄어든다. 0∼14세 인구가 200명이라고 한다면 20년 만에 100명으로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우섯이 한 세대를 30년으로 봤다면 30년 만인 2050년에는 얼추 70명으로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흑사병은 1348년 이탈리아에 상륙해 4년 만에 유럽 총인구의 3분의 1을 사망케 했다. 파리 피렌체 런던 등 도시에서는 사망률이 50∼80%에 이르렀다. 전염병에 의한 단기간 급속한 인구 감소이긴 하지만 당시는 전염병 없이도 사망률이 높아 장기간 인구 회복이 쉽지 않았다는 점에서 낮은 출산율에 의한 장기간 감소와 비교하는 것이 꼭 어색한 것만은 아니다. 다만 한국의 총인구는 합계출산율 0.7이 유지되더라도 고령 인구로 인해 2040년에 2020년보다 5% 정도 감소한다는 사실은 기억해둬야 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8년째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도는 유일한 나라로서 꼴찌에서 두 번째인 나라와 압도적 차이로 꼴찌다.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도는 상황도 5년째 계속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나라 중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성공한 나라가 겪는 기록적인 저출산이 이제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음을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가 뉴욕타임스 칼럼일 뿐이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해 가공 무역을 통한 수출밖에는 먹고살 길이 없다. 그래서 우수한 인력을 키웠다. 인력을 키우는 데는 돈이 든다. 내부 경쟁은 점차 심해져 공교육으로는 따라잡지 못하고 사교육으로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비혼(非婚) 출산에 호의적이지 않은 문화 때문에 기본적으로 출산율이 떨어지지만 그중에서도 한국이 더 떨어지는 것은 사교육비 때문이다. 다우섯도 그 점을 지적했다. 성공한 그 이유 때문에 실패한다는 고대 그리스 비극의 공식을 피해 가야 진짜 성공한 나라가 된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종로구 종로19(르메이에르 종로타운) B동 1118호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아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 | 편집인 : 이구홍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강혜민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