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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청과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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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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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정 / 인천대 문화대학원 지역문화학과 교수

'이민 역사 숨쉬는 곳' 인천 유치의 큰 원인
최근 논란 '플랫폼…' 유정복 시정철학 안보여
타지 거주 인천서 활동해도 시민으로 봐야
한걸음 물러서서 합리적 방향 논의했으면

   
 

'750만 재외동포와 300만 인천시민을 합친 1천만 시민'. 재외동포청을 유치하며 유정복 시장이 직접 언급한 문장이다. 국경 너머 있는 이들이지만 마치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인천시민인 것처럼 품에 끌어안겠다는 시정철학 아닌가. 인천이 정말로 디아스포라들의 마음의 고향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 가슴 한구석이 뿌듯했다.

사실 그동안, 인천이 접하고 있는 1천만의 두 광역자치단체, 서울시나 경기도에 비해 작은 인구 규모의 결과 같은 협소한 품이 맘에 들지 않았다. 명함을 주고받다가 조금 더 이야기할라치면 인천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또는 대학교 출신이라며 쌓아놓은 관계를 자랑하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저렇게 인사하면 다른 지역에서 인천으로 들어와 생활하는 사람들은 좀 섭섭할 텐데. 인천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어서 뭐가 좋을까. 결과적으로는 인천의 마음을 점점 더 작게 만들어가는 것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민선 8기 공약 사업이었던 재외동포청 유치를 위해 서울, 제주와 경쟁하면서 인천이 내세운 건 '이민의 역사가 숨 쉬는 곳'이었다. 인천이 이런 도시라는 것이, 해외동포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서울을 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이 유치해 올 수 있었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이민의 역사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쉰다는 것은, 떠나야만 했던 괴로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삶을 일궈야 했던 힘겨움을, 우리 인천만큼 잘 아는 도시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게 잘 알기에 재외동포들을 대상으로 지친 마음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정책을 내오는 중앙행정기관이 머무르기에 적당하다고 판단한 것일 테다. 재외동포 누구라도 재외동포청이 있는 도시가 일종의 고향처럼 포근하기를 바라지 않겠는가. 그들을 인천시민과 똑같이 보듬어주는 도시가 인천이라면, 다른 말로 인천행정이자 인천시민들이라면, 그리고 750만 동포가 인천을 그렇게 생각하게 된다면, 인천은 정말로 글로벌한 천만 도시의 커다란 품과 시선으로 세상을 더 크게 바라보게 되지 않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유정복 인천시장과 인천시 행정이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세간의 평처럼 유정복 시장의 훌륭한 치적이자 오래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에는 이 훌륭한 시정철학이 보이지 않는다. 재외동포를 인천시민으로 끌어안겠다는 철학이, 인천 출신이 아닌 예술가에게 인천시 세금으로 레지던시를 제공할 수 없다고 급선회하는 셈이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다른 도시에 산다는 이유로 이들만은 인천시민으로 끌어안을 수 없다는 것일까. 아니면 해외 거주 작가 또는 외국 작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일까. 인천에 와서 인천에서 활동하면 적어도 그 기간만은 인천시민으로 생각해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현실적으로 시정철학이 모든 곳에 동등하게 발휘되긴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예술계야말로 가장 국경이 중요하지 않은 분야이자 모든 국경을 쉼 없이 뛰어넘어 상호확장되어가는 영역이다. 인천 예술가들을 인천에만 활동하게 가두어 둘 게 아니라면 다른 지역에서 다른 국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게 만들려면, 인천도 레지던시를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문제가 있다면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머리를 모으면 될 일이다. 정해진 게 없다, 다른 장소를 물색하면 다시 시작하겠다는 기묘한 잠정 중단이라든가, 이미 스타벅스 입점을 제안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기능 폐지는 정해놓고 시간 끌기를 하는 게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폐지는 하루아침에 할 수 있어도 다시 세우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원래 민간이 말이 많기 마련이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한걸음 물러서서 차분히 되짚어보고 조금 더 합리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논의의 장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그것이 공공의 도덕적 책무 아닌가. 드높은 도덕적 합리적 행정, 그리고 재외동포청을 유치하게 만들었던 훌륭한 시정철학이 문화예술영역에서도 빛을 발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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