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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주의와 미국의 불평등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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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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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민  /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 반(反)유대주의 논란을 빚은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을 "국가적 수치"라고 비난하는 광고판을 단 트럭이 1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주변을 돌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끝이 안 보인다. 초반에는 하마스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루더니, 가자지구 지상전 이후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내 상황도 비슷하다. 특히, 이스라엘에 책임을 묻는 수준을 넘어 반(反)유대주의로까지 번지고 있다. 750만 명의 미국 내 유대인들은 크게 불안감을 느끼며 정부와 공공기관, 특히 교육기관의 적극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5일 연방하원에서는 반유대주의 청문회가 열렸다.

   
 

그런데 청문회에 참석한 하버드, MIT, 유펜 총장들의 발언이 화근이었다. "유대인을 학살하자는 학생들의 주장이 대학의 징계대상이 아니냐?"는 공화당 의원의 질문에,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면 표현의 자유로 인정된다"고 답변했다. 즉각 이들 대학에 큰돈을 기부해온 인물들을 중심으로 총장 퇴진운동이 일어났고, 실제 유펜 총장이 9일 사퇴했다. 하버드도 11일 이사회를 급히 열었으나, 총장을 재신임하며 사태 조기수습에 힘을 쏟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점이 눈에 띈다. 첫째, 미국에서 유대인의 영향력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슬람에 대한 증오와 혐오 발언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그 대응은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 내 인구가 6,000만 명을 훌쩍 넘는 히스패닉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대우도 노골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의 판례에 따라 종교 혐오행위와 특정 인종에 대한 위협적 발언도 수정헌법 1조에 따라 보호받는다는 원칙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힘 있는 유대인들이 헌법 원칙을 넘어서는 강력한 대응을 원했고 연방하원과 명문대학들은 받아들였다.

둘째, 미국에서 돈과 로비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이익단체가 정당과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기부하며 로비하는 것이 폭넓게 허용된다. 미국 중서부는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43%를 차지하는데, 옥수수 농가의 끊임없는 로비 덕분에 정부가 매년 22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며 불필요한 생산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만 상공회의소(600억 원), 부동산협회(400억 원), 제약협회(300억 원) 등이 큰돈을 연방정부 로비에 사용했다. 이번 반유대주의 청문회 사태도 수십억 원을 하버드에 기부해온 유대인 기업가가 주도했다.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미국에서 그 기준이 모든 인종에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 것도 분명하다. 돈으로 너무나 많은 것을 살 수 있는 미국의 모습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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