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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파견, 더 이상 엘리트 코스 아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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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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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철 / 통일외교팀 기자

   
 

“정말 인사철마다 난리도 아니에요. 자신이 원하지 않는 나라로 내보내면 회사 그만두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외국 생활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과거보다 훨씬 커졌고요.”

한 외교부 관계자는 얼마 전 인사 관련 업무를 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이렇게 토로했다. 아이들 학업, 부부관계, 가족의 지병 등 다양한 이유를 대며 자신이 원하지 않는 나라로 발령 내지는 말아달라는 요청이 많았단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인사는 있을 수 없는 일. 결국 누군가는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사를 내야 했고, 그때마다 인사 담당자는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정말로 그만두면 어떡하지.’

직장생활을 하며 절반 가까이 외국에서 보내곤 하는 외교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해외 근무 선호도는 과거보다 많이 떨어졌다. 과거 선망받았던 유럽과 미국도 거리가 멀고 물가가 비싸다는 이유로 외면받는다고 한다. 언론계에서도 선망 대상이었던 특파원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1990∼200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 파견 근무는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증표와도 같았다. 출세와 승진의 지름길인 ‘엘리트 코스’에 조직 에이스들이 앞다퉈 지원했다. 게다가 외국 생활을 하면서 누릴 수 있는 혜택도 많았다. 양질의 선진국 인프라 속에서 생활하며 아이들을 키울 수 있어 가족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현지 체류수당 등이 지급돼 보수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었다. 외국에서 국제학교를 다닌 자녀들은 영어 등 외국어에 능통해, 재외국민 특별전형이나 영어특기 등으로 대학도 손쉽게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면서 어느새 상황이 바뀌었다. 해외 근무는 더 이상 혜택이 아닌 봉사가 됐다. 본부를 비우고 해외 근무를 가는 것은 오히려 승진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것을 뜻한다. 바뀐 입시제도 탓에 자녀의 유학 경험도 한국 대학 입학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외 파견을 가면 배우자가 일을 쉬어야 한다는 점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통계청의 ‘2022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가정의 맞벌이 비율은 46.1%다. 여성들의 사회생활 참여는 거스르기 힘든 대세가 된데다, 웬만한 외벌이로는 생활비·교육비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이들도 많다. 배우자가 커리어 관리가 중요한 대기업 직원 또는 전문직일 경우 해외 파견 근무는 더욱 고민될 수밖에 없다. 결국 배우자의 경력단절을 감수하거나 본인이 ‘기러기’ 생활을 택하느니, 차라리 해외 근무를 고사하고 만다.

고령화 문제와 마찬가지로, 해외 근무에 대한 태도 또한 일본은 한세대 앞서 비슷한 길을 걸었다. 일본의 유토리 세대(1987~2003년생)는 일본에서의 생활 여건이나 문화 환경이 외국보다 낫기에 외국에서 경험 쌓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런 흐름이 쌓이면서 최근에는 외국에서 일할 ‘해외통’이 크게 부족하다는 호소들이 여기저기서 나온단다.

한국도 남의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소규모 개방국가인 한국에 있어 개방과 소통은 필수다. 경력단절 문제 해소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든지, 국외에서 활약할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구성원들이 해외 근무를 희생이 아닌 커리어 개발로 여길 방법들을 머리를 맞대고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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