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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입국심사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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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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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 / 논설위원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을 방문하려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입국심사 규정이 대폭 강화된 탓이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로스앤젤레스(LA) 공항 입국심사장은 늘 문전성시를 이뤘다. 입국장을 빠져나가려면 2∼3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했다. 직원들의 고압적인 눈빛과 태도도 생생하다. 여행객은 지쳐 주저앉았고 일정 변경은 다반사였다. 이후 개선될 조짐을 보이다 2017년 중동·아프리카 7개 이슬람 국가 국민의 입국을 일시 중지시킨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반(反)이민 행정명령’ 여파로 다시금 피해가 속출했다. 그렇게 미국의 이미지와 위상도 추락했다.

지난해 10월 태국 사람들이 한국의 까다로운 입국심사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태국의 한 인플루언서가 한국에 입국했다가 구금된 뒤 하루 만에 출국 조치됐다는 글을 올리면서다. 여러 사람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한국 여행 보이콧이 확산했다. 우리 정부는 불법 체류자 관리를 위해 입국 절차를 엄격하게 운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나 태국인들 눈엔 미국과 별반 다를 바 없을 게다.

황당한 경우도 있다. 2004년 베트남 호찌민 공항에서 겪었던 일이다. 수하물 검사 도중 세관 직원이 여행 가방 안에 있던 기념품을 꺼내 보이며 반출이 불가하다고 했다. 분명 시내 기념품 가게에서 산 토산품이었다. 상호명이 적힌 영수증까지 꺼내 보였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포기하고 공항을 떠나야 했다. 귀국 후에 현지 교포와 통화하면서 “세관 직원들에게 몇 푼 찔러줬으면 될 일을 괜스레 고집을 피웠냐”는 핀잔을 들었다.

지난달 24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랴오닝성 선양공항에 내린 70대 한국인 정모씨도 입국심사 도중 낭패를 당했다고 한다. 중국 세관원들이 정씨에게 여행 가방을 열라고 요구한 뒤 다이어리에 부착된 세계지도에 문제가 있다며 걸고넘어진 것이다. 이 지도엔 대만이 타이완으로 적혀 있었다. 세관원들은 “중국의 일개 성(省)인 대만이 독립국이라는 오해를 줄 수 있다”며 트집을 잡았다고 한다. 정씨는 억류 1시간쯤 뒤 지도를 뜯어내고 나서야 풀려났다. 정치 외교적 문제를 여행객에게 적용하는 입국심사. 아마도 중국에서만 목격할 수 있는 진풍경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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