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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과 날줄
코리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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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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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 / 재뉴질랜드 칼럼니스트

   
 

한국에 있을 때 읽었던 한 인용문을 떠올려본다. “하느님이 인간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려고 모든 사람들에게 실오라기 하나씩을 내려 보냈다. 사람들은 각자 실오라기를 붙들고 천국에 오르려고 시도했으나 중간에 떨어질 뿐이었다. 결국은 아무도 오르지 못하고 말았다.” 주어진 실을 이용해 천국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낱개의 실만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실과 실을 어떻게 연결해 모든 사람이 천국에 도달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실을 꼬아서 밧줄을 만들어 한 사람씩 올라타면 결국은 모든 사람이 천국에 올라갈 수 있는 일인데 사람들이 자기 오를 생각만 하니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옷감은 실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만들어 낸다. 베를 짤 때 가로 줄은 씨줄, 세로 줄은 날줄이 되는데 씨줄 혹은 날줄만 가지고는 천을 짤 수가 없다. 거미는 하찮은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씨줄과 날줄을 이용해 거미줄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씨줄과 날줄의 원리는 옷감을 짜는 데는 물론 인간사뿐만 아니라 세상사 모든 일에 적용된다. 지구 표면에는 본초 자오선을 기준으로 동쪽 혹은 서쪽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나타내는 세로의 선인 경도(Longitude)와 적도를 기준으로 북쪽 및 남쪽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나타내는 가로의 선인 위도(Latitude)가 있다. 태평양 상의 어느 지점을 얘기할 때 경도와 위도로 나타내면 정확히 찾아낼 수가 있다. 인생이라는 천은 개인의 노력과 재능이라는 씨줄과, 시대의 흐름과 시대정신 그리고 운이라는 날줄이 합쳐서 직조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자기인생의 씨줄만 믿고 미래를 기다리면서 날줄의 흐름을 생각지도 않으며 지낸다면 불안해질 것이다. 세상을 보는 공부, 시대를 읽는 공부를 함께해야 인생의 씨줄과 날줄이 촘촘해져 알찬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On line)이 씨줄이라면 오프라인(Off line)은 날줄이다. 온라인이 수평적인 세계관이라면 오프라인은 수직적인 세계관이 되겠다. 온라인 인맥의 대표적인 케이스가 페이스북(Facebook)인데 인터넷을 매개로 만들어지는 인맥이다. 인맥의 대표적인 예라면 혈연(血緣), 지연(地緣), 학연(學緣)등 3연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을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로 만들어 감으로써 전 세계인이 동일 시간대에 소통할 수 있는 구조이다. 우선 나를 중심으로 연결된 1레벨 인맥을 형성하고 그 인맥과 인맥을 연결하고 또 한 번 연결하면 2-3레벨 인맥이 형성된다. 2-3레벨은 나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페이스북은 메가 히트를 치게 된 것이다. 이민 생활이 외로워지기 쉬울 수가 있는데 인맥을 적절히 관리함으로써 전 지구촌에서 친구와 대화하고 유익한 정보를 교환함은 물론 삶의 재미를 찾을 수 있는 길을 개척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대는 네트워크(Network) 사회라고 한다. 네트워크 사회, 네트워크경제, 네트워크 개인주의 개념은 현대사회의 방향을 공통으로 강조하고 있다. 네트워크는 개인, 집단 등의 사회의 구성원과 그 구성원들이 맺는 관계로 볼 수 있다. 각각의 구성원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면서 다른 구성원들과 여러 관계를 맺는다. 구성원들은 다른 구성원들과 수평으로 연결되어 저마다의 역할을 하고 있다. 수평적 연결은 그 역할의 비중에 있어 동등한 무게를 가지기 때문에 중심을 잃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러한 특징은 경직되어 있는 관료제의 구조보다 훨씬 안정성이 있기 때문에 방대해져가는 조직을 유지하는 데에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독려하고 중요하게 여기며 쌍방향적인 소통이기에 구성원의 창의성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사회가 지향하고 있는 적절한 수평적 관계, 쌍방향 소통, 창의성 보호라는 세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소통의 본질은 남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의 텍스트를 이해하고 이것을 날줄로 삼아, 여기에 자신의 스토리를 씨줄로 끼워 넣어 새로운 맥락의 더 참신한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작업이라고 설명되고 있다. 오늘날에는 창의성이라는 말이 더욱 많이 대두되고 있는데 창의성이란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날줄로 삼고 또한 날줄로 있는 것들이 존재하는 이유인 목적을 씨줄로 삼아 새로운 맥락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려면 세상에 존재하는 것에 대한 이유인 존재 이유에 대한 성찰을 해내는 일이 선행되어야 새로운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연주자가 작곡가의 곡을 소화할 때 곡을 그대로 기계적으로 표현한다면 결코 유명한 연주자가 될 수 없다. 어떤 가수는 곡을 받으면 1000번 정도 듣고 나서 자신의 목소리 지문을 곡의 날줄에 어떻게 씨줄로 끼워 넣어 새로운 태피스트리(Tapestry)를 만들어낼까 고민한다고 한다. 여기서 태피스트리란 여러 가지 색상의 씨실과 날실을 엮어 그림으로 표현하는 직물공예를 말한다. 예술 작품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탄생되었지만 똑같은 작품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기가 자신의 주인으로 자신만의 태피스트리를 짜낸 결과이다. 세상에는 다름을 용납하려 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그러나 다름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른 것들이 융합하여 전체적인 아름다움을 창출할 때 인간 사회도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피아니스트가 어느 곡을 연주할 때 같은 곡을 연주하는 것이지만 피아니스트마다 연주하는 내용은 다르게 표현 되며 관객의 반응도 천차만별로 나타난다. 음악이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음색과 기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음악에 연주자의 영혼과 철학이 담겨 있어 관객이 해석을 할 수 있게 해야 된다는 것이다. 연주자의 영혼과 철학에 심취하기 위해서는 청취자도 연주자가 얼마나 고독한 시간을 갖고 고통을 감내해왔는지에 대한 이해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훌륭한 음악은 작곡가와 연주자, 청취자가 3위1체가 되어 탄생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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