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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 뒤흔드는 ‘이민 갈등’…한국도 남의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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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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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준 /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이민 문제 미국 대선 쟁점으로
대규모 난민 받은 유럽도 몸살
동화정책 실패 부작용 줄이려면
‘용광로’보다 ‘비빔밥’이 어떨까

   
 

오는 11월 치르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민 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가장 큰 쟁점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취임하면서 멕시코와 접경한 미국 남부 국경지대에 대규모 장벽을 건설해 불법 이민을 원천봉쇄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반대로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이후 국경 장벽 건설을 중단하는 등 줄곧 포용적 이민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유색인종 이민자들이 백인을 밀어내고 경제·사회 주류가 되는 것 아니냐는 이른바 ‘거대 대체 이론(Great Replacement Theory)’이 바이든 대통령의 유화적 이민 정책을 흔들고 있다.

미국 불법 입국자 하루 1만명 넘어

   
▲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외국 출신 이주민 대규모 추방에 반대하는 10만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휴대전화로 독일 연방 국회의사당 앞 광장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 집권 기간 미국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한 횟수는 점차 증가해 지난해 말 하루 1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민에 포용적이던 기존 정책 노선을 바꿔 중남미 이민자 차단을 위해 국경 장벽을 추가로 건설하고,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에 대한 강제 추방 조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심지어 이민자가 너무 많이 몰리면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이민에 유화적이던 민주당조차 여론에 밀려 보수적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을 그대로 계승했다며, 자신을 비판했던 바이든이 사과해야 한다고 조롱하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외치는 대표적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핵심에 반(反)이민자 정책이 있다. 이처럼 선명한 반이민 정책에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 유권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민자로 인한 범죄와 사회 불안, 일자리 잠식 등으로 불만이 커진 미국 중도층까지 결집하겠다는 선거 전략도 엿보인다. 2001년 알카에다의 9·11테러 이후 한층 강화된 안전 의식과 종교 및 문화 차이에 대한 이질감도 중도층 결집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이민’ 스웨덴민주당 선거 돌풍

이민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기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에서도 ‘스웨덴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는 구호가 나오고 있다. 스웨덴은 유럽에서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난민을 받은 나라로 유명하다. 인도주의에 따라 통 큰 난민 정책을 펼쳐 인구 1050만 명 중 외국 태생이 200만 명이나 된다. 그러나 난민을 대거 수용한 데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 발칸반도와 중동 출신 이민자들의 총기 관련 강력 범죄, 마약 밀거래 등으로 스웨덴은 ‘유럽의 총기 살인 수도’라는 오명을 얻는 지경이다. 이민자 수용 과정에서 반드시 함께 따라와야 하는 사회통합에도 실패했다. 사회 전반의 신뢰가 떨어지고 나라는 쪼개져 일체감 있는 국가로 존재하기 힘들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규모 이민에 너무 순진하게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선거에서 반이민 정책을 내건 극우 정당 스웨덴민주당이 표몰이를 하면서 우파 정당 중에 최대 의석을 차지했다.

이탈리아에서는 100년 만에 극우 성향 총리가 탄생했고, 독일에서는 소수정당이던 극우정당의 지지율이 2위까지 뛰어올랐다. 그 배경에는 빠르게 퍼지는 반이민 정서가 있다. 출발점은 시리아 난민이 유럽으로 몰려온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과감한 이민자 포용정책을 펼쳤는데, 지금 큰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달 독일에서는 극우정당이 이민자 추방 계획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었다. 혐오와 극단주의, 인종청소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물론 이런 움직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지난달 150만 명의 독일 시민들은 극우정당의 반이민 정책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고 “모든 사람은 이민자 배경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들은 ‘노 나치(No Nazis)’ 팻말을 들었다.

한국도 “이민 반대” 목소리 나와

한국 상황은 어떤가.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은 이미 200만 명을 넘어섰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이제 외국인 고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법무부는 가칭 ‘이민청’ 신설을 추진 중이다.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인도주의적 차원이 아니라 철저하게 국익에 부합하도록 대한민국에 필요한 이민자를 선별해야 한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갈등의 조짐이 없지 않다. 정부 과천청사 앞에는 이민청 설립 자체를 반대하는 피켓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민자 수용이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최선의 대안이냐고 반문한다. 이민 정책이 구체화하면 갈등이 구체적으로 분출할 수도 있다.

다른 문화·가치 인정하고 공존해야

이주민 정책과 관련된 우려는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일자리 경쟁이다. 외국인들이 국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외국인 유학생과 숙련 기술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조용하지만 치열하게 ‘우수 두뇌 유치 경쟁(Great Brain Race)’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도 우수한 인력의 유입과 국내 정착을 방해하는 요소를 찾아내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둘째, 외국인 범죄로 인한 사회불안이다. 대개 외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 범죄율에 비해 현격히 낮다. 국내 범죄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범죄비율은 2%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살인과 강도 비율이 내국인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은 향후 외국인 범죄의 예방과 원인 분석에 참고해야 한다. 셋째는 문화적 이질감이다. 유럽과 북미 등 이주민을 먼저 받은 국가의 사례를 보면 다양한 이주 배경을 가진 이들을 하나의 사회 문화 속으로 편입하는 동화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 ‘용광로(Melting pot)’ 안에서 모든 문화를 녹여 새로운 국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일방적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민자들과 함께 들어오는 새로운 문화와 경험, 가치와 지식 등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느냐가 성공적인 이주민 정책의 핵심이다.

다른 문화 가치를 인정하며 동시에 조화를 이루어 공존하는 것, 상대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흔히 샐러드 그릇이나 모자이크 등으로 표현되지만, ‘K이민 정책’에서는 비빔밥에 비유하면 어떨까. 각자 있는 그대로도 훌륭하지만 어우러지면 더 맛있는 비빔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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