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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번째 수교국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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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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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원 / 기자

   
 

1990년대 중반 한국의 한 여행객이 쿠바를 방문했을 때 가이드는 김일성대 출신이었다. 북한식 억양이 묻어나는 한국말로 통역했다. 하루는 그가 호텔 방으로 전화해 “피델 카스트로가 호텔에 왔다”며 빨리 내려오라고 했다. 뛰어가 보니 카스트로가 탄 차를 60~70대로 보이는 자원봉사자들이 어슬렁거리며 경호하고 있었다. 삼엄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공산주의 국가지만 북한과는 다른 체제라는 감이 왔다. TV에선 “생필품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카스트로를 비판하는 방송이 자주 흘러나왔다.

쿠바는 공산당 독재체제에 후진국 중 후진국이지만, 이상한 매력이 있는 나라다. 여행 사이트엔 바닷가 선술집, 물라토(혼혈) 여인들 사진과 ‘찬란한 매혹 쿠바’ ‘낭만이라는 매력 가득한 여행’ 등의 수식어가 넘쳐난다. 아바나에 실재했던 음악 클럽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은 영화화된 후, 독특한 쿠바 음색을 알리며 전 세계를 관통하는 문화 코드가 됐다. ‘노인과 바다’로 노벨문학상·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집필실 핑카비히아는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다.

하지만 쿠바의 경제 상황이 좋아지지 않자 외국으로 탈출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미국 통계로 2022년 미국에 불법 입국하기 위해 조국을 등진 쿠바인이 25만명이다. 쿠바 인구 2.5%가 한 해에 떠난 것이다. 니카라과가 2021년 쿠바 국민에 대한 무비자 입국 정책을 실시한 것이 쿠바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전에는 플로리다 해안에 불법 상륙하는 위험을 감수했는데, 이젠 합법적으로 니카라과에 입국 후, 미국·멕시코 국경을 육로로 넘는 이들이 늘었다. 코트라는 “대부분의 탈출자가 젊은층·고학력·기술 보유 고급 인력으로 장기적인 경제성장 잠재력이 우려된다”고 했다.

쿠바가 14일 북한과 수교한 지 64년 만에 우리와 외교 관계를 맺은 것은 심화된 경제 위기가 배경이다. 쿠바는 한국의 경제성장을 눈여겨보며 끊임없이 관계 정상화를 저울질해왔다. 쿠바가 2005년 현대중공업의 진출을 허용한 것은 양국 관계가 확대되는 계기였다. 현대중공업이 소규모 패키지형 발전소를 쿠바 전역에 설치할 때 피델 카스트로가 공사장을 방문, “쿠바도 한국을 빨리 배워야 한다”고 했다. 카스트로는 아예 10페소짜리 지폐에 현대중공업이 수출한 이동식 발전설비(PPS) 도안을 집어넣어 ‘한국 배우기’를 장려했다.

우리 정부는 2015년 ‘젊음의 쿠바, 한국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쿠바 문화예술 축제를 서울에서 공동 개최하며 수교의 문을 계속 두드렸다. 2022년 쿠바가 핼러윈 참사 때 생각지도 않은 위로 메시지를 보내자 이를 놓치지 않고 193번째 수교국으로 만들었다. 북한의 김정은은 왜 아바나 한복판에 태극기가 휘날리게 됐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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