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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스민과 이민사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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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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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렬 / 계명대 교수

   
 

이주민으로 처음 국회의원이 되었던 이자스민이 8년 만에 다시 국회로 돌아왔다.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이던 류호정의 탈당과 이은주의 사퇴로 공백이 생긴 비례대표직을 양경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함께 이어받았다. 남은 기간은 단 4개월이지만 벌써 ‘이민사회기본법 제정안’을 발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이던 2016년 이미 ‘이민사회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당시에는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하고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폐기되고 말았다. 얼마 전 법무부가 이민청을 설립하자고 제안했지만, 철저하게 국가주의 시각을 드러낼 뿐 이민사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부족하다.

이자스민이 다시 발의할 이민사회기본법 제정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까? 2016년 대표 발의한 법안을 살펴보자. ‘이민사회’를 “다문화가족 및 재한외국인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등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아니하고 평등한 대우를 받으며, 대한민국의 전통 문화뿐만 아니라 각각의 다문화가족 및 재한외국인이 가진 문화를 함께 계승·발전시켜가는 사회”로 정의한다. 이러한 정의는 큰 틀에서는 다문화주의 담론과 일치한다. 문화적 소수자가 문화적 다수자와 마찬가지로 동등한 시민적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정의의 정치학을 주장한다. 더 나아가 이러한 토대 위에 문화적 소수자는 자신이 가진 문화를 공적으로 인정받고 지원받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특수한 인정의 정치학을 주장한다. ‘보편적 정의의 정치학’ 위에 ‘특수한 인정의 정치학’이 더해진 것이 바로 다문화주의 담론이다.

이는 달성하기 매우 어려운 이상이다. 우선 보편적 정의의 정치학이 실현되려면 민주주의가 고도로 발전해야 한다. 시민권 제도를 통해 온 국민을 직업, 젠더, 학력, 종교, 나이, 출신지, 몸, 섹슈얼리티 등 사회적 범주와 상관없이 공동의 법적 권리와 의무를 갖는 시민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삶은 사회적 범주에 따라 갈가리 찢겨 있다. 이를 뚫고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게 얼마나 험난한 과정인지 우리 모두 잘 안다. 일단 민주주의가 성숙해야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이라는 새로 도입된 사회적 범주로 대표되는 문화적 소수자를 시민으로 받아들일 토대가 마련된다. 시민은 모든 사회적 범주를 벗은 인간 그 자체로서의 보편적 개인이다.

인정의 정치학은 이러한 보편적 정의 위에서 발전한다. 기본 단위가 보편적 개인이 아니라 특수한 집단이다. 우선 자신의 공동체 안에서 자기 음식 먹고, 자기 언어 말하고, 자기 옷 입고, 자기 종교 믿는 등 실존적 안전을 누릴 문화권을 추구한다. 자기 문화 안에서 유의미한 타자와 호혜적 인정 관계를 통해 자아를 실현한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자신의 집단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전체 사회의 공론장으로 나와 특별한 신분집단의 명예를 요구한다. 이때 무엇을 근거로 그런 요구를 하느냐 하는 것이 핵심 문제가 된다.

2016년 발의된 법안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된 것은 한국사회가 국민국가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음을 드러낸다. 국민국가 프레임에선 오직 국민만이 시민이 될 수 있는데, 이민사회는 국민이 아닌 사람도 시민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국민국가 프레임을 벗어나지 않는 한 문화적 소수자를 품는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문화적 소수자가 인정의 정치학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없도록 강제한다. 기껏해야 그 집단이 가진 도구적 속성을 인정받아 살아갈 수 있을 뿐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줄 도구적 속성을 지닌 것으로 상상되는 다문화가족이 대표적 예다. 8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거의 안 변했다. 그런데도 이자스민은 협소한 국민국가 프레임을 넘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한결 발전시키는 이민사회를 제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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