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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쿠바 관계, 새로운 지평을 열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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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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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인 / 전 주멕시코·아세안 대사

   
 

2월 14일 늦은 밤 전격적으로 한국과 쿠바의 수교가 이루어졌다. 멕시코 대사로서 쿠바 겸임을 하던 때의 기억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재임 시 쿠바 대사와의 접촉은 물론 쿠바 방문도 몇 차례 하고 직원들도 수시로 쿠바에 보내며 공을 들였다. 필자뿐 아니라 역대 대사들이 일관되게 열의를 보였으나 그동안의 성과는 없었다.

코로나 때는 유니세프 쿠바를 통해 교육 분야를 지원하고, 비상의약품 품귀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한인 후손들을 위해 의약품을 가지고 쿠바를 방문했다. 2022년 아바나 박람회 한국관도 열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쿠바는 움직이지 않았다. 북한 요인이 크다고 보았다. 필자는 쿠바 대사에게 쿠바가 북한과도 오랜 친구로 남아 있으면서 한국과 새로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렇지만 눈에 띌 만한 성과는 이루지 못했다.

코로나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겹치면서 쿠바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관광객이 끊겨 외화 수입은 줄고 생필품 품귀와 에너지 부족이 민생을 압박하고 있었다. 대사로서 아바나를 방문했을 때, 이른 새벽부터 슈퍼마켓 앞은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고, 호텔도 수시로 단전이 돼 비상 발전기를 돌리고 있었다. 청년들은 해외로 탈출하기 위해 여행사와 항공사 사무실로 몰려들었다.

필자가 2022년 말 멕시코를 떠나올 무렵보다 지금의 쿠바 경제 상황은 더 악화됐다. 도소매 연료비 2~5배와 관세 60% 인상이 겹쳐 연 30%대 인플레이션이 500%로 높아질 것이라는 뉴스가 나왔다. 배급량이 줄고, 주유소의 대기줄은 길었으며, 상시 단전도 심각하다. 이런 경제위기에 연 약 50만명이 해외로 탈출한다고 하니, 쿠바 경제의 어려움이 어떠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우리가 20년 가까이 쿠바에 수교를 제안했으나 그토록 미온적이었던 쿠바가 이번에는 수교에 응했다. 경제난이 전격 수교의 동인으로 보인다. 쿠바의 기대치가 높아졌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 is the economy, stupid)'라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캠페인 슬로건이 생각난다. 사면초가에 빠진 쿠바는 글로벌 중추국가(GPS)를 지향하는 한국의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을 바라고 있다. 우리가 유·무상 원조를 포함해 진지하게 고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쿠바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한인 후손 5·6세대 1000여 명이 어렵게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부모들이 오매불망 그리던 한국을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부모들은 멕시코 유카탄에 이민을 간 후 계약이 끝나자 돌아갈 조국이 없어 1921년 300여 명이 쿠바로 재이민을 갔다. 지금의 후손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독립자금을 보낸 1세대의 후손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빚이 있다. 이제 우리가 그들을 보듬어줄 때가 되었다. 코로나도 끝나 이제 다시 우리 관광객이 찾는다면, 보다 실질적으로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외교적으로도 중남미 33개국 중 유일한 미수교 국가였던 쿠바와의 수교로 중남미 외교 체제가 이제야 완결되었다.

어렵게 한국과 쿠바의 수교가 이루어진 만큼 이제 하루빨리 쿠바에 상주 대사관을 열어 양국 간 경제 관계는 물론 한인 후손 지원 및 우리 여행객 보호, 한류 촉진까지 포함한 양국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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