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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을 사랑하는 남자
코리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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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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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 / 재뉴질랜드 칼럼니스트

   
 

반대편에 위치한 뉴질랜드로 이주해 살면서 흔히 부딪히는 말이 ‘고독’ 과 ‘외로움’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두 단어의 의미가 비슷하면서도 틀린 것 같아 망설이게 된다. 뉴질랜드는 한국으로부터 수만리 떨어진 남태평양 상의 외딴 섬인데다 생활 기반이 낯설고 구성원들이 다르며 언어가 다르니 고독과 외로움에 빠져들기 십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독과 외로움의 의미를 간파하고 우리의 처지를 어떻게 해쳐나갈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리라. ‘고독(孤獨, Solitude)’은 홀로 떨어져 있는 것을 의미하고 외로움(Loneliness)은 마음이 쓸쓸한 상태를 뜻한다. 세상과 떨어져 혼자 있으면 고독하지만 외로움은 사람과의 관계가 단절되면 마음이 쓸쓸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고독은 자의적으로 받아들여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계기가 되지만 외로움은 자기의 의지와는 달리 사람들로부터 관계가 단절되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상태이다. 따라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군중 속에서도 홀로 고립되어 있을 수 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본질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개인화가 갈수록 심화되어 혈연, 지연, 학연 등 전통적인 관계의 속성이 변화되어 가고 있다. 한국에서 흔히 회자되고 있는 혼 밥 족, 혼 술 족, 독거 족, 고독 사 등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물론 개인이 처한 상황이나 개인의 성향에 따라 집단으로부터 떨어져 혼자 있는 것이 더 행복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집단과 떨어져 홀로 되면 고독과 외로움에 빠져들기 쉬워진다. 관계의 단절로 인한 외로움이 심화되면 우울증을 유발하여 더욱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세상과의 단절 상태에 처한 로빈슨 크루소는 무인도에서 고독한 처지가 되었지만 외로움은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부부가 같은 집에 살면서도 상대를 하지 않고 있다면 외로울 것이다.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은 홀로 떨어진 고독한 상태는 아니지만 관계의 단절로 인한 외로움은 느낄 수 있다.

사랑할 대상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조선 시대에 당파싸움이 치열했고 그 소용돌이에서 귀향을 보내져 격리 수용되었던 선비들이 많았다. 그러나 외로움에 처한 자신의 처지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여 더욱 위대한 창조를 이루어 낸 경우가 많다. 윤선도 선생은 숱한 귀향 살이 중에도 자연을 벗 삼아 희열의 순간을 창조했다. 그의 시조 5우가(五友歌)는 너무도 유명하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유배되어 살았는데도 오히려 서예의 경지를 완성했고 그의 세한도(歲寒圖) 작품은 국보급으로 보존되고 있다. 정약용 선생은 유배 중에 더욱 값진 저서들을 저술해 후세들을 가르치고 있다.

피하지 못할 운명은 즐겨라. 우리가 외로운 처지가 되면 세상을 원망하고 사람에 대한 적개심을 가지고 비난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이 자기 앞길을 개척하기도 바빠서 타인을 배려할 여유가 없다. 외로움을 고독으로 받아들여 재충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쇼펜하우어는 “우리는 혼자 있을 때만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혼자 있게 되면 외부로부터의 간섭이나 방해 없이 오롯이 자기 자신과 함께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고독의 상태에서는 고독을 사랑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고 고독을 사랑하게 되면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고독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5가지를 소개한 글을 보고 인생 83년을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내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계기를 가져봤다. 첫째는 자신을 인정해주는 말을 해줘라. 돌아 보건데 지금까지 숱한 역경을 헤치고 여기까지 무사하게 살아온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일제 말기에 태어나서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이라고 하는 6.25를 겪었고 그 후로도 숱한 역사적 격변기를 몸소 체득하며 살아왔다.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과정과 함께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고 인생후반기에 접어들어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겠다고 뉴질랜드까지 와서 29년차 살고 있다. 그동안 별다른 사고를 당하지 않고, 특별히 아파본 일도 없이 지금까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을 온전하게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둘째는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라. 나이가 들면서 점점 타인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사회로부터 격리되어가는게 사실이다. 이런 때 사랑하는 대상이 있으면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셋째는 자신에게 선물하라 이다. 지금까지는 가족을 위해서, 체면을 유지하기 위해서 호의를 베풀어 왔다면 이제는 자신의 호강을 위해 돈을 지출하며 살 때이다. 넷째는 자기를 위해 헌신해보라 이다. 지금까지 가족이나 친지, 직장이나 사회를 위해 헌신해왔다면 이제는 자신을 위해 헌신해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귀중한 자기 자신인데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을 위해 헌신하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태도이다. 고도 성장기에 한국의 풍조는 국가에 대한 충성과 사회발전을 위한 개인의 희생과 봉사 정신을 강조해왔다. 다섯째는 자신에게도 신체접촉을 하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의 신체이다. 그 소중한 신체를 접촉을 통해 사랑을 베풀고 더욱 건강을 유지하도록 격려해주고 보살피라는 것이다.

고독을 사랑하는 자 만이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진정한 자유란 내 기준이 먼저 있고, 그것을 누릴 환경과 통제할 능력이 함께 존재할 때만 탄생한다고 말한다. 자유란 더 많은 것을 누림으로써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더 많은 것을 누리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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