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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K푸드’ 열풍에도, 엔저-경쟁 격화로 韓음식 수출은 둔화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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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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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 도쿄 특파원

“드셔 보세요. 정말 맛있습니다.”

   
 

5일 일본 최대 국제 전시장인 도쿄빅사이트. 서울 코엑스의 2.4배 규모의 전시장에서 아시아 최대 식품 박람회 ‘도쿄 국제 식품 박람회’가 개막했다.

전시장 가운데에 70여 개 한국 업체 등이 부스를 마련한 ‘한국관’이 보였다. 단일 국가로는 미국, 대만과 함께 ‘빅3’ 규모로 꼽힌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한국관은 ‘K스트리트 푸드’를 테마로 떡볶이, 꼬치어묵, 호떡, 핫도그 등을 선보였다. “길거리를 걸으며 먹는다”는 뜻의 일본어 ‘다베아루키(食べ歩き)’ 명소로 한국이 주목받고 있는 점을 노렸다.

현장에서 떡볶이를 맛본 한 일본인은 “일본에서도 한국 떡볶이는 익히 알려져 거부감이 없다. 조금 맵지만 맛있다”고 했다. 다만 유통업체 바이어라는 다른 일본인은 “맛있지만 매장에서 어떻게 소개해 팔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는 애매한 답을 했다.

韓 길거리 음식 인기

길에서 음식을 먹는 풍습이 거의 없는 일본에서는 한국의 길거리 음식 문화를 신선하다고 여긴다. 일본 최대 코리아타운인 도쿄 신오쿠보에는 떡볶이, 치즈핫도그, 호떡 등을 길에서 먹는 10, 20대 도쿄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맛집 포털 ‘핫페퍼’가 지난해 9월 20, 30대 남녀 2075명을 상대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한국 길거리 음식 ‘10원빵’을 모방한 ‘10엔빵’이 일본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유행 음식 1위로 꼽혔다.

틈새 시장인 길거리 음식까지 주목하는 건 그만큼 일본에서 ‘K푸드’가 명실상부한 주류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날 한국관 부스에는 버터구이 오징어 업체 정화식품, 황태 가공식품 업체 선해수산, 냉동 호떡을 선보인 디앤푸드 등 군것질용 식품을 들고 참가한 중소기업들이 주목을 받았다.

길거리 음식만 인기인 것도 아니다. 최근에는 전통적 불고기집과 10대를 겨냥한 떡볶이 핫도그 정도였던 기존 일본의 정형화된 한식에서 벗어나 세련된 레스토랑 음식으로 발전하고 있다.

도쿄의 젊은이 거리 ‘시모기타자와’에 등장한 한식당 ‘한쉐프’는 ‘프랑스식 코스 한식’이라는 이색적인 콘셉트를 내세웠다. 모둠나물, 간장 절임 새우, 보쌈, 김치, 삼계탕, 냉면 등을 프랑스 요리처럼 조금씩 담아 코스로 내놓는다.

유명 음식 칼럼니스트 오제키 마나미(大関まなみ) 씨는 “지난해부터 한식에 와인을 곁들인 한국 식당이 도쿄 곳곳에 등장하고 있다. 실력이 탄탄한 요리사가 제대로 만드는 세련된 한국 음식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커지는 K푸드 유행

일본의 1차 한식 유행은 과거 재일교포들이 식당을 운영하며 소개한 불고기, 부침개, 김치 등에 의해 발생했다. 2차 유행은 2000년대 초 대히트한 드라마 ‘겨울연가’ 등 ‘한류’의 덕을 많이 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2020년 이후에는 앞선 두 차례와는 또 다른 3차 한식 유행이 나타나고 있다. 당시 외출하지 못했던 일본인들은 ‘이태원 클라쓰’ ‘사랑의 불시착’ 등 인기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순두부찌개, 김밥, 치킨을 먹고 초록색 병에 담긴 한국 소주를 마셨다.

과거 코리아타운 한국 슈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신라면, 참이슬 소주, 김치 등이 일본 주요 편의점의 필수 상품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때다. 이때 한국 대기업 또한 인스턴트 제품, 냉동 식품, 배달 음식 등을 일본 현지로 적극 수출했다.

올 1월부터 민방 TBS가 방영 중인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에 등장하는 한국인 남자 주인공은 비빔밥, 라볶이, 삼겹살, 잡채 등 한국 음식을 배달한다. 그러다 초콜릿 가게 주인인 여주인공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드라마는 ‘한식 바이럴 마케팅 드라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음식이 핵심 소재다. 여주인공이 상대방의 눈을 보며 ‘텔레파시’로 마음을 읽는 능력이 있다는 설정이어서 제목에 ‘나(I)’ 대신 ‘눈(Eye)’을 썼다.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현지 10대들 사이에서는 삼겹살의 ‘겹’의 일본식 발음 ‘교푸’와 동사 어미 ‘루(る)’를 합성해 ‘삼겹살을 먹는다’는 뜻의 ‘교푸루(ギョプる)’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세련된 인테리어에 한국어 간판을 내걸고 한국 음식을 파는 가게를 최근 일본에선 ‘포차(ポチャ)’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일본풍 술집을 ‘이자카야’라고 부르듯 일본에서는 포장마차 줄임말인 ‘포차’를 번역 없이 고유명사로 쓴다.

日기업과 경쟁 격화로 수출 주춤

다만 K푸드가 일본인 입맛을 사로잡은 것과 별개로 코로나19 때 급증했던 한국 식품의 대(對)일본 수출은 최근 주춤하고 있다.

재무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한국산 식품 수입액은 2021년 2729억 엔(약 2조4300억 원)에서 2022년 3479억 엔(3조900억 원)으로 27.5%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3518억 엔(약 3조1200억 원)으로 1.1% 성장하는 데 그쳤다. 특히 미 달러화로 환산하면 오히려 수출액이 소폭 감소했다.

이는 거시경제 환경 변화, 일본 현지 기업과의 경쟁 격화 여파 등에 기인하고 있다. 권오엽 aT 수출이사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지난해 한국산 수출 식품의 가격이 많이 오른 데다 엔저 현상까지 겹쳐 한국 수출품의 일본 내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일본 요식업체가 직접 한국 식품을 선보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대 라면업체 닛신식품이 지난해 출시한 ‘볶음면’은 용기 디자인이 한국 삼양식품 ‘불닭볶음면’과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다. 한국인 입맛에는 매운 강도가 덜해 어중간한 맛이지만, 한국 음식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인 입맛에는 오히려 맞는다.

햄 가공업체 닛폰햄 또한 올 초 한국 불고기 맛이 나는 ‘불고기풍 샌드’를 선보였다. 한국식 양념치킨은 닛폰햄, 닛스이 등 일본 주요 냉동식품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CJ 비비고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식품 대기업의 한 주재원은 “몇 년 전까지 틈새 수준이던 한국 식품 시장이 커지면서 일본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자국민 입맛에 맞춘 제품 물량 공세는 당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내 한식당이 늘어나며 한국 음식을 즐기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가정간편식(HMR) 위주로 일군 한국산 식품 수출은 오히려 축소될 수 있다. 한식당 대표 메뉴인 불고기, 삼겹살, 김치 등도 마찬가지. 많은 일본 내 한식당은 소스, 양념 정도만 한국산 제품을 쓰고 주재료인 고기, 야채 등은 현지에서 조달하거나 미국, 호주 등에서 수입한다.

식품업체가 농산물 등을 구매하는 이른바 ‘바잉 파워(Buying power)’는 ‘규모의 경제’에 비례하는데 한국 식품 업체의 구매 경쟁력 또한 일본 현지 기업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열세다. 과거 수출 효자 농산물이었던 파프리카, 딸기, 참외 등은 최근 국내 생산원가 상승으로 일본 내 가격 경쟁력이 대폭 떨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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