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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일 교과서 ‘과거사·독도 도발’ 가속화, 정부는 손 놨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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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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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로 초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 22일 중등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어 총 18종의 사회과 교과서 검정을 통과시켰다. 일본 중학생들이 내년부터 쓸 교과서엔 ‘종군위안부’ 표현이 삭제되고,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도 ‘강요받았다’는 표현을 지워 강제성을 약화시켰다. 독도를 “일본의 고유 영토”로 표현한 교과서는 4년 전 17종 가운데 14종에서 이번엔 18종 가운데 16종으로 늘었다. 4년마다 개정되는 일본 초·중·고 교과서의 역사 왜곡과 독도 도발이 노골화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뭐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

일본은 교과서 근현대사 기술에서 가해 역사를 지우는 역사수정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1년 각의 결정을 통해 조선인 징용의 강제성을 부정했는데, 이런 지침은 지난해 초등학교 사회교과서 검정에 이어 중등 교과서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3월 제3자 변제라는 굴욕적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을 내놓은 뒤로 12년 만에 정상 셔틀 외교가 재개됐다. 윤석열 정부는 한국이 선제적으로 양보하면 일본이 ‘나머지 물잔 절반’을 채워줄 거라고 기대했다. 미래의 환경 피해로 돌아올 수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사실상 묵인했다. 하지만 일본은 성의 있는 호응 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특히 과거사 문제에선 번번이 한국의 뒤통수를 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정부는 과거사에 대해 명시적으로 사죄하기는커녕 지난해 외교청서에선 과거사 사과 계승 문구조차 삭제했다.

외교부는 이번 중등 교과서 검정 결과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주한 일본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정부는 일본이 과거사를 왜곡할 때마다 이렇게 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일본의 선의만 바라고 과거사에 면죄부를 줘버린 탓에 일본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아니 빠르게 퇴행하고 있다. 관계 개선의 현주소가 이런 거란 말인가. 일본이 과거사를 제대로 인식하도록 하기 위해 정부는 그동안 뭘 했는가.

일본의 과거사 역주행은 한국 국민의 반감을 살 뿐이다. 일본의 미래세대인 학생들에게 왜곡된 역사관을 심어주는 건 한·일관계 미래에도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 한·일관계 개선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과거를 무작정 덮어놓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양국이 진정한 동반자가 되려면 한국은 일본에 할 말을 단호하게 하고, 일본은 책임 있고 성의 있는 조치로 화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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