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지난 6월 12일 정부의 허가 없이 북한을 찾아간 한상렬 씨가 20일 판문점을 통해 귀환한다고 한다.

그는 백악관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돈키호테와 같은 모습을 연출하며 나 홀로 시위를 펼친 바가 있다. 그러나 몇몇 재미 친북 인사 외에는 누구도 그의 시위에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한국으로 귀국하자 공항에서 한국내의 친북 인사들에 둘러싸여 개선장군에 버금가는 환대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실소를 금하지 못했던 일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듯싶다. 범법자인 그를 위해 6.15 북측위원회까지 앞장서며 환영 행사를 주문하는 꼴불견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만약 한국 정부가 북측에 같은 요구를 했다면 어떨까? 분명 내정 간섭을 운운하며 발끈했을 것이다. 여하튼 한 씨는 자신이 평양을 찾아간 이유가 무산된 6.15 행사를 되살리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평양에서 6.15 공동 선언을 실천하는 길만이 마치 우리 민족이 살길인양 주장한다. 직업이 목사라는 사람이 왜 하나님의 말씀이 아닌 6.15 공동선언문에서 우리 민족의 살길을 찾고 있는 것인지 안타까울 뿐이다.

평양에 도착한 그는 우선 이 대통령을 향해 일갈을 하고 있다. “장차 통일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이 대통령이 떠들어 대고 있다”고 말이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주장인데 왜 그에게는 문제가 되는 것일까?

혹시 자신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근간으로 삼는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 북조선인민공화국의 인민이라는 생각 때문은 아닐까?

사실 그가 6.15 공동선언문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DJ와 김정일이 공동 서명한 6.15 성명에 담긴 내용이 그동안 김일성이 주장해온 고려 연방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입만 열면 주장하는 ‘외세를 배제하고 우리 민족끼리 대화를 통해 남북으로 갈린 한반도를 통일하자’는 주장은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실상은 한마디로 양의 탈을 쓴 이리의 속삭임에 불과하다.

한 씨는 자유민주주의식 통일은 경제력을 앞세운 흡수 통일이라며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를 한다. 그러나 북한은 강성 대국을 꿈꾸며 핵폭탄을 개발하고 있건만 북한을 향해서는 입도 뻥끗하지 못한다. 흡수 통일은 안 되지만 무력을 앞세운 적화 통일은 괜찮다는 것인지...

그의 부인인 이강실 씨의 모습 역시 부창부수라는 말을 증명하듯 한 씨와 한 치도 다를 바가 없다. 그녀 역시 6.15 행사를 되살리는 길만이 우리 민족이 살길이라는 식이니 말이다. 민주도 그리고 통일을 이룰 수 있는 방법도 6.15 행사를 되살리는 것뿐이고 한다.

목사라는 사람들이 왜 하나님이나 예수님이 아닌 6.15 행사만 추종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또 자신의 남편 되는 한 씨가 목숨까지 걸고 평양을 찾아갔다는 헛소리는 무슨 코미디인지.
허긴 한상렬 씨의 방북은 이 시절 하늘에 외치는 예언자의 소리라고까지 하는 이상한 사람들까지 출현하고 있는 판국이니 그럴 만도 할 것이다.

여하튼 합의한 6.15 성명서를 이행하지 않는 책임이 그들의 주장처럼 과연 한국 정부에 있는 것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정일은 분명 가까운 시일 내에 답방 형식으로 한국을 찾겠다고 했다. 하지만 DJ가 이미 저 세상 사람이 된 이 시점까지도 답방문제에는 일언반구도 없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남북 교류가 중단된 책임도 마찬가지이다. 서해 교전을 그리고 관광 목적으로 금강산을 찾은 민간인을 향해 총질을 해댄 사람들이 누구냐는 것이다. 비록 불법적으로 만들어진 6.15 합의서이지만 그나마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책임 당사국은 북한이라는 말이다.

한 씨가 정상적인 사고의 소유자이고 또 최소한 종교인으로서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이번 방북을 통해 김정일 정권에게 북한 주민들의 인권 그리고 그동안 이루어진 무력 도발 행위를 두고 항의부터 했어야 했다. 그런데 한 씨는 김정일에게는 꼬박 꼬박 국방 위원장이다.
반면 한국 대통령에게는 장로라는 호칭만으로도 부족한지 천안함의 살인 원흉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다.

그토록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대한민국이 싫고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이 이끄는 북한이 맘에 들면 그곳에 그대로 눌러 사는 것이 어떨까 싶다. 더구나 목숨까지 걸고 어렵게 찾아간 평양이 아닌가 말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절을 떠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