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World-OKTA)는 얼마 전 애틀랜타에서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개최했다. 행사의 개최 명분은 한미 FTA 비준 촉구였다.

그러나 이날 행사의 모습은 명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단지 행사를 위한 행사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우선 FTA 비준을 촉구하기 위한 행사였다면 최소한 미 연방의회 관계자들의 모습을 행사장에서 볼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붕어빵에 붕어가 없다’는 말이라도 증명하듯 정작 이날 행사장에서는 미 연방의원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행사장에 나타난 주류 사회의 관계자라고는 조지아 주의 카운티 관계자 몇 명이 참석했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도 회의가 한국어로 진행되고 10여명에 달하는 관계자들의 대회사, 환영사, 축사 등이 이어지자 이들 참석자들은 행사 중간에 행사장을 떠나고 말았다.

혹시 옥타(OKTA)의 관계자들은 FTA 비준을 촉구하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누구에게 전달해야 되는지를 몰라서 연방의회의 관계자가 아닌 카운티 정부의 관계자들을 초청했던 것일까? 아니면 연방 의원들과 연결된 커넥션을 찾지 못해서 일까?

그런데 일요일 어거스타의 골프장에서 있었던 옥타 관계자들의 친선 골프 대회장에는 미 하원 민주당의 원내 대표가 나타난 것을 볼 때 그것만은 아닌 듯싶다.

사실 애틀랜타 한인사회에는 부시 전 대통령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인사도 있다. 또 휴가 중인 민주당 하원 원내 대표를 행사에 불러 낼만큼 미 정치인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한인도 있다.

관계자들이 내세운 FTA 비준 촉구 행사는 행사를 위한 명분에 불과 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한나라당 의원들을 둘러싼 해프닝에서 이 행사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났다.
애초 옥타가 계획했던 이 행사의 개막식은 토요일이었다. 그러나 준비 막바지에 개막일이 금요일로 변경됐다. 행사일정을 옥타를 지원해 주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일정에 맞추다 보니 빚어진 현상이다.
더군다나 안경률 의원 등이 귀국한 다음날인 토요일 행사장의 분의기는 썰렁함 그 자체였다고 한다.

옥타의 관계자들을 위한 행사인지 한나라당 의원들을 위한 행사였는지가 헷갈리기 그지없다.

설령 옥타가 이날 행사를 통해 재미 한인동포사회의 목소리를 한국 의회 관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하자. 그렇다면 초청 대상도 한나라당 의원만으로 국한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한국의 여야 정치인을 초청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옥타의 경우 단체의 막대한 운영비 대부분이 한국 정부의 지원금이 아닌가?

여하튼 10월에는 해외동포들을 위한 행사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10월 5일에는 ‘세계한인의 날’, 19일부터는 대구에서 ‘세계한상대회’, 25일부터는 ‘세계한인경제인대회’가 한국에서 열릴 예정이다.

문제는 행사의 성격이다. 우선 며칠 간격으로 열리는 한상대회와 세계한인 경제인대회를 비교해 보자. 한상대회는 행사의 주체가 재외동포재단, 세계한인경제인대회는 옥타라는 사실과 대회가 열리는 장소가 대구와 경기도라는 점을 제외하면 무엇이 다를까 싶다.

두 행사에 참석하는 인사들의 면면은 한마디로 그 얼굴에 그 얼굴이다. 대부분이 두 행사에 겹치기 출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0년째 두 행사장에 얼굴을 내밀고 있는 인사들도 수두룩하다.

물론 옥타의 관계자들은 자신들의 단체에 속한 인물들은 무역인 이라는 사실을 강조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그들의 주장과는 사뭇 다르다. 일식집 주인이 어느 지역의 무역협회장 직을 맡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도 옥타의 주요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무역과 관련 없는 인사들이 태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두 대회의 성격은 크게 보면 해외에 흩어진 경제인들의 친목이 우선이라고 할 수가 있다. 또 행사를 통해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만들어 나가는 일은 바람직하다는 생각도 든다.

문제는 성격이 비슷한 두 대회를 일주일 간격으로 치루며 소요되는 엄청난 행사 비용이다. 더구나 두 대회를 위해 소요 되는 예산의 대부분이 한국 국민의 혈세라는 사실을 감안 한다면 말이다.

비슷한 성격의 행사는 통합하여 불필요한 혈세의 낭비를 막아야 함은 물론 행사를 위한 겉치레 행사는 이제 더 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 제8차 세계한상대회 모습

▲ 제14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 모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