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김정일 정권은 입만 열면 외치는 구호가 통일이다.
그 때문인지 한국의 종북 세력 역시 자신들은 통일 세력 그리고 김정일 정권에 대해 비판이라도 하는 사람들은 반통일 세력으로 간주한다. 통일이라는 단어가 김정일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의 선점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의 김정일 정권 그리고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원하는 진짜 속내가 통일된 한반도의 모습일까 하는 점이다. 그러나 절대로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들이 외쳐대는 평화통일이라는 구호는 자신들의 체제 유지를 위한 구호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 혼란을 획책하기 위한 하나의 전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판문점 출입을 당당했던 모 기자의 전언이다.
판문점 출입 기자들은 북한 측 기자와 단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종종 있다고 한다. 당시 북한 측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가 있다고 한다.

특히 통일 문제와 관련된 대화를 주고받을 경우가 그렇다고 한다. 주변의 시선이라도 있으면 북한 측 기자들의 모습은 단호하다고 한다. 고려연방제 통일론을 앞세우며 하루빨리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고 한다. 그러나 단둘만의 대화로 이어질 경우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고 한다. 솔직한 그들의 속내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우선 통일이 되면 자신들은 남한 사람들의 종살이를 할 것이 뻔하다는 걱정을 한다고 한다. 또 북한이 경제적으로 남한에 비해 엄청 낙후 된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자신들은 북한 내에서 특권층으로 누릴 것을 누리고 살고 있는데 왜 통일을 원하겠느냐는 것이다. 솔직한 심경의 표현이 아닌가 싶다.

사실 통일이라는 단어가 김정일 정권의 점유물처럼 변한지는 이미 오래이지만 실제로 통일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도 김정일과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아닐까 싶다.

북한이 중국식 개방을 통한 개혁 정책을 펼친다면 현재의 낙후된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정일은 물론 그의 추종자들 역시 이처럼 쉬운 문제에 대한 해답을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향한 구걸 행각에 나서며 거지 왕초의 길을 택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체제 붕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체제 붕괴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중국식 개방 정책도 마다하는 인물이 통일을 원한다면 그건 개도 웃을 일이다.

사실 그들이 현재 절실하게 원하고 있는 것은 한반도 통일이 아닌 것 같다. 그보다 급선무는 체제 강화를 통한 김 씨 왕조의 3대 세습 안착이라는 말이다. 사실 그들이 주장하는 고려연방제는 대외 선전용 평화 통일안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김일성이 사망한 직후 대홍수로 기근에 봉착한 북한은 수많은 구걸 사절단들을 미국에 파견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길포드 대학에서도 두 명의 북한 농업 전문가를 초청했다. 그들은 노스캐롤라이나의 농장 시설을 방문 견학하며 길포드 대학에 재학 중인 미국인 대학생들을 상대로 김정일 주체사상에 대해 소개했다.

그런데 이날 기상천외한 코미디 같은 장면이 펼쳐졌다. 미국인 대학생은 한반도 통일에 대한 북한 측의 입장을 두고 질문을 했다. 북한 측 인사는 자신 있게 김일성이 내세운 고려연방제를 그야말로 침을 튀겨가며 미국의 연방제에 비교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남과 북은 서로가 각각 지방 정부의 성격을 띠며 자치권을 행사한다. 고려연방제를 이끄는 대통령은 군사권과 외교권을 갖고 한반도의 대표자로서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고려연방제 통일 방안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던 미국인 대학생은 그렇다면 대통령은 어떤 방식으로 선출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여기서 내놓은 대답이 ‘대통령은 남과 북이 서로 돌려가며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순간 장내가 웃음바다로 변한 것은 물론이다. 군사권과 외교권을 쥐게 되는 연방제 대통령을 서로가 돌아가면서 하면 된다는 말이니 한심할 따름이다.

반통일 세력인 김정일과 그의 추종세력들이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반통일 세력’이라고 입에 담는 모습을 어찌 해석해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