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때, 교토부 단바(丹波) 분지에 있는 광산지역에는 약 3천명이 가혹한 채굴 노동을 강요당했고, 그 결과 돌가루 흡입에 인한 직업병인 진폐증을 앓은 이가 많았다. 특히 각종 무기와 포신을 만들 때 쓰는 전략 물질인 망간을 채굴하기 위해 수많은 조선인과 중국인이 강제동원 됐다.

망간 광산지대에 자리 잡은 '단바(丹波) 망간기념관'은 1989년 강제징용 2세인 이정호(1995년 사망) 씨가 진폐증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남기기 위해 사재를 털어 1989년 개관한 곳이다. 작고한 아버지 이정호 씨를 이어 아들 이용식 관장이 그동안 단바망간기념관을 운영해 왔지만, 일본정부의 비협조와 사재로 경비를 충당하다 만성적자에 견디다 못해 2009년 5월 폐관하기에 이르렀다.

망각 속에 잊혀 가는 단바망간기념관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한국과 일본에서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남경필 의원(한나라당)과 강창일 의원(민주당), 박선영 의원(자유선진당)을 비롯해 흥사단, 지구촌동포연대(KIN) 등 5개 시민단체 및 고등학생, 대학생을 포함한 100여명의 각계 시민들이 참가한 「단바망간기념관 재건 한국추진위」가 결성된다.

단바망간기념관은 갱도 등의 현장보존을 통해 '강제징용의 역사를 증언하는 유일한 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한국추진위는 일본의 역사적 망각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의 참상과 억울하게 희생된 조선인의 고통을 기억하기 위한 범국민적 운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11월 24일 흥사단(서울 동숭동)에서 ‘단바망간기념관 재건 한국추진위 발족식 및 기자회견’을 갖는 한국추진위는 기념관 재건을 위해 이미 1차 시민모금운동에 돌입한 상태다.

앞으로 한국추진위는 재개관 이후 필요한 운영비의 연간 적자 분 500만 엔(6천만 원)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후원회원을 모집해, 내년 3월 재개관 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모금운동은 많은 함의를 지니고 있고 향후 전개과정에 따라 큰 판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모금운동은 일본정부(지자체)가 정식으로 기념관의 운영비를 보조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펼쳐진다.

24일(수) 한국 추진위 발족식에는 16년간 단바망간기념관을 운영해왔던 이용식 관장이 직접 참석, 일본 재건위의 활동상황을 알리고 한국국민들에게도 기념관 재건을 위해 함께 뜻을 모을 것을 호소할 예정이다.

한국정부나 일본정부가 나서서 기념관을 재건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바망간기념관은 개인이 개관을 한 역사적 장소라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단바망간기념관은 한일 양국 정부나 시민 간 강제징용의 역사를 따지고 다투는 장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단바 망간 광산에는 강제징용으로 끌려와 고생한 조선인만이 아닌 그 지역의 부라쿠진(부락인, 일본의 전통적 피차별 집단)도 포함되어 있다. 배덕호 KIN 대표는 “단바라는 곳은 강제징용의 폐해뿐만 아니라 국가라는 거대세력에 희생된 약자들의 기억을 보존하는 장소임과 동시에 인권옹호와 인간애라는 보편적이고 따뜻한 틀 안에서 강제징용의 역사와 만나는 곳”이라고 밝혔다.

향후 한국추진위는 소액 후원제(월5천, 학생 월3천)로 모금운동을 전개하여 가능한 최대한의 시민들을 모금운동에 동참시킴으로써, 재일조선인 문제를 우리사회의 문제로 인식하는 계기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한국 국민들의 광범한 모금 참여의 힘을 바탕으로 일본정부(지자체)에 단바망간기념관 운영비의 예산지원을 매년 정기적으로 요구하고, 일본정부의 역사인식에 관한 근본적 수정을 요구하는 활동을 통해 진정한 한일 간의 연대 및 동아시아의 평화를 추구하는 활동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