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2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서울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재일민단 확대간부회의 포럼(‘한일강제병합 100년, 조국과 함께한 재일본대한민국민단 65년’)에 참석해 특별강연을 했다.

‘한일신시대와 동아시아공동체에 관하여’란 주제로 강연을 시작한 하토야마 전 총리는 “재일민단은 일본 민주당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을 뿐만 아니라 ‘일본정치를 바꾸라’는 메시지로 민주당에 활기를 넣어주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본 강연에 들어가기에 앞서 하토야마 총리는 북한의 연평도 폭격 사태를 야만적 행위라고 규탄하고 희생된 장병과 유가족, 부상당한 장병들에 대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는 뜻을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는 “자신이 총리로 있던 지난 5월 천안함 사태가 발생해 47명의 한국군 장병이 목숨을 잃었는데, 북한이 왜 또 폭격사태를 야기 했는지, 또 전 세계를 향해 왜 그러한 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일본정부는 한국정부에 적극적인 협력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과 만남을 통해 동아시아 협력을 위해 한일양국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며 김치를 통해 나눈 한일양국 정상의 친밀성을 소개하기도 했다.

우애와 상생, 협력, 자립이라는 주요 키워드를 강조하며 본 강연에 들어간 하토야마 총리는 “나라와 나라, 인간과 인간, 자연과 자연은 대립이 아닌 협력을 통해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조부인 이치로 전 총리 통해 배운 우애(Fraternity)사상을 역설했다.

할아버지 하토야마 이치로의 우애론(友愛論)은 쿠덴호프 칼레르기의 범유럽주의 근간인 우애사상을 아시아에 접목한 것으로, ‘자립과 공생의 원리’였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21세기의 우애사상은 각자가 자립한 상황에서 상호존중과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유착이 아닌 공생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반민족적, 독재에 대한 극복이 필요하며, 과도한 자본주의도 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동서냉전이 끝난 후 일본에서 좌우 이데올로기가 종지부를 찍었다고 생각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해 활동해 왔다”고 밝히고, “그 새로운 패러다임의 근저를 ‘우애정신’에 둔다며, 지난 100년간 무시돼 온 우애정신을 살리기 위해 서로 다름을 존중하고 공감해 상생할 수 있는 일치됨을 찾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자립, 상생, 평등, 자유, 우애정신을 나라와 개인, 자연 속에 일관되게 관철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화라는 시장원리를 “인간을 수단으로 취급하고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도의와 절도를 잃은 금융자본주의 관계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해야 할 일은 우애정신을 바탕으로 한 동아시아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유럽 통일의 역사적 배경을 볼 때, 동아시아공동체도 어려움은 있겠지만 역사적 필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당분간 지속될 미국의 독주와 중국의 급격한 부상은 동아시아공동체의 지역적 통합의 당위성을 말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토야마 총리는 동아시아공동체 협력분야로 경제, 문화 교육 분야를 들었다. 하토야마 이니셔티브(발기, 주도)는 동아시아만을 한정하는 것이 아닌 러시아까지도 포용하는 것임을 밝혔다. 환경 분야나 자연재해 분야에서도 각 나라의 장점을 활용하면 서로 윈-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이 앞장서 나갈 수 있느냐는 의문에 대해서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의 폐쇄성을 지적하고, 일본은 관료사회를 열고, 나라를 여는 열린 사고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일관계는 우애, 협력관계의 시금석이 될 수 있는 만큼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직시해 미래를 위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일본에 소장하고 있는 조선왕실의궤 반환이 연내에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한류를 통해 한일양국의 의식도 많이 변한 것 같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복잡한 방정식을 푸는 것처럼 어려운 문제이지만, 북한을 고립시키지 않고 6자회담에 끌어들여야 한다.”고 밝히고, “중국이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중국의 정면대처를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에 거주하는 정주외국인에 대한 지방참정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기본적으로 찬성한다.”면서, 일본인의 자신감 상실이 다른 나라 사람들을 배척하는 위험한 발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 민주당과 연립정권 내에서도 반대하는 사람이 있어 밀어붙일 수는 없지만, 참정권이 부여되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할 것”임을 밝혔다.

하토야마 총리는 끝으로 “꿈과 이상이 유토피아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실현될 것인가는 실행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좌우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며 한일신시대를 향한 동아시아공동체에 관한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