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동원 한국인 노무자 개인별 공탁서 사본

한국정부는 지난 2004년 11월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당시 한일정상회담(노무현 대통령-고이즈미 일본 수상) 합의에 따라 한일정부간 협의체를 발족하는 한편, 2005년 5월 ‘제1차 한일유골문제협의회 수석대표회의’에서 공탁금 및 후생연금 명부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제기했다.

이후 우리정부의 줄기찬 요구에 따라 2007년 12월, 일본정부는 군인·군속 공탁금관련(11만여 명 분) 자료를 넘겨주었다. 정부는 이에 대해 2008년까지 공탁금 자료를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마무리했다.

한편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조사및국외강제동원희생자지원위원회(위원회)’ 올 4월, 일본 법무성이 보관하고 있던 한국인 노무동원자 등의 공탁금이 기록된 17만 3,213명(공탁금 1억 2,661만 엔)의 기록사본을 인수해 8개월간에 걸쳐 자료 분석과 DB작업을 완료했다.

그러나 이 자료에는 지난 2007년 말 일본정부로부터 받은 군인·군무원 자료 108,934건(공탁금액 9,144만 엔)이 포함되어 있어, 새로 확인된 한국인 노무자는 64,279명(공탁금액 3,517만 엔)으로 밝혀졌다.

공탁금 자료내용을 보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기간 중 일본 기업 등이 노무자 등에게 지급해야 할 급여, 상여금, 수당, 원호금, 각종 저금 및 채권, 현금보관금 등 총 148종으로 전후 일본정부와 미군정에 의해 각 기업이 해당 지역별로 공탁한 기록의 사본이며, 일본 본토와 홋카이도(北海道) 지역 작업장에 해당된 것들이다.

이들 노무자의 공탁금액을 1947년도 일본 내 소비자물가지수와 최근소비자물가지수(약 17배, 2008년도 기준, 일본은행)를 비교 환산할 경우, 현재 가치 약 5억 9천만 엔에 정도로 1인당 평균 550엔(110만원) 이다. 한국정부는 이들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지원’명목으로 1엔당 2,000원으로 환산해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65년 한일협정 당시 한국정부가 개인청구권을 포기함에 따라 이 금액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일본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분석하고 이들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미수금신청 접수를 받아 확인 후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2008년 9월부터 시작된 군인ㆍ군무원ㆍ노무자에 대한 미수금지원금 지급신청은 지금까지 총 1만6천여 건이 접수 돼, 군인ㆍ군무원의 경우 1만3천3백여 건 접수 중 1만1천1백여 건이 심의가 완료(약 83%)된 상태다.

정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법 준비할 당시 예산을 약 5천억으로 상정하고 12월 현재 총 2,528억 8천만(미수급 367억 3천 7백만)원을 지급 결정했으며, 금년 12월말까지는 2천 700억 원을 지원금으로 지급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노무자의 경우 공탁금명부의 입수가 늦어져 지급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나 노무자공탁금 명부입수 및 DB구축이 완료된 만큼, 접수된 2천6백여 건에 대해서는 조속히 심사처리 한 후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위원회의 자료 분석에 따르면, 노무동원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작업장 696개소를 확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새로 확인된 한국인 노무자는 64,279명은 60~80만 명으로 추정되는 강제동원 피해자의 10%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이번 자료에서는 일본정부와 일본 대기업의 강제동원 개입이 드러나기도 했으며, 공탁금자료가 없다며 이 문제를 계속 숨겨왔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고마자와(駒澤)대학 교수를 역임한 고쇼 다다시(古庄正)는 2007년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정부가 한반도 거주 일본인의 재산 몰수 조치에 대항하기 위해 재일한국인(조선인)의 재산을 몰수한 것과 패전 직후 공탁과정에서 일본정부가 미수금 피해자를 일괄적으로 '거소불명' 처리하여 실질적으로 공탁금을 몰수했다는 것과, 일본기업들이 대부분 공탁에 소극적으로 임했을 뿐 아니라 허위로 적은 액수를 공탁했다는 사실을 연구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또 1946년 당시 일본정부가 점령당국(미군정) 관리계정과 별도로 후생성 계정을 개설하고 여기에 미지급금을 예치하도록 한 소위 공탁조치에 대해서 점령당국이 암묵적으로 승인한 것과 일본정부가 예치된 미지급금으로 일본기업에 대해 '손해' 보상을 한 것 등을 밝혔다.

한편 미쓰비시(三菱)와 미쓰이(三井), 아소(麻生) 등 일본 대기업의 경우, 강제 동원된 피해자의 극히 일부 미불금만을 공탁했음이 드러났다.
특히 일본 전 수상이었던 아소집안이 경영한 아소그룹은 후생성 자료를 근거로 하면 한국인 10,623명을 동원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공탁된 인원은 140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대기업별 공탁 현황>

대기업	공탁 자료 기재 내용	계열사 현황	조선인 동원 추정치
미쓰비시(三菱)그룹	5,298명. 772,500엔 65전	계열사 10개소	1만 명
미쓰이(三井)그룹	1,668명. 500,578엔 47전	계열사 5개소	33,000명 (일본석탄통제회자료)
아소(麻生)그룹	140명. 10,260엔 83전	계열사 2개소. 7개 광산 운영. 1개소분(구바라광산만) 공탁	10,623명 (후생성자료)

이번 자료 분석과 조사결과를 놓고 볼 때, 아직도 공개되지 않는 자료(사할린 포함)가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일본정부가 넘겨준 자료는 2007년 자료와 중복되거나 판독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아 위원회는 강제동원 관련 추가 문서 제공을 일본 정부에 요구한 상태다.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현재 일본 민주당 집권이후 일본정부의 변화 분위기는 느낄 수 없다는 것이 한국정부의 판단이다. 한국의 일부 정치권에서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한 법 제정과 한일공동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일본정부와 강제동원 관련 일본 대기업들의 대응 추이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