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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조선籍 동포>-③합리적 해법(끝)한국국적 취득 가능하나 강제는 거부..일부는 국적확인 소송 준비 / 일부 인사들 "특수지위 국민으로 인정 필요"..정부 "현 안보상황서는 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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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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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적 동포들이 친북 논란에서 현실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것은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길뿐이다.

일본 오사카총영사관에서 조선적 동포들과의 면담을 전담하는 손중기 영사는 "비록 부모 세대가 총련계였거나 자신이 총련계 조직에 몸담았어도 한국 국적을 취득하겠다고 하는 경우 우리 정부가 이를 거부한 예가 없다. 100% 취득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국적 취득을 권할 때 `그래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대답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에게는 여행증명서를 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조선적 동포가 한국에 드나들려면 한국 국적을 취득하거나 앞으로 취득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재일동포의 98%가 남한에 고향을 두고 있어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부 조선적 동포들은 `국적을 강요하지 말라'며 항변한다.

재일동포 대부분이 남한 출신이지만, 일본에서 우리말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북한과 총련이 지원하는 조선학교뿐이었고 분단 반세기가 넘어가면서 이미 많은 이들이 북한에도 가족을 두게 돼 어느 한 쪽의 국적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남한에 조상의 묘가 있고 가족이나 친지들이 있지만, 분단이 60여년이나 되면서 북한에도 가족이나 친지가 생겼을 수 있다는 말이다.

조선적 동포 B씨는 "과거 한국 정부가 재일동포들에 대해 사실상 `기민(棄民. 백성을 버림)정책'으로 일관했고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유학생간첩단 사건이 터지는 등 재일동포들에게 한국은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나라였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새 정부가 다시 옛날의 `기민정책'을 답습하면서 동시에 국적 취득을 회유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재일동포 1세이자 조선적 보유자인 김석범(77) 씨는 "한국의 민주화가 진척되면서 많은 재일 조선인 젊은이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있는데 대해 칭찬은 안 해도 용인한다"면서도 "조선적 동포들에게 한국 국적을 강요하거나 국적 취득을 회유하는 처사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해서 당사자가 온전한 `한국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 급박한 사정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들의 심경은 매우 복잡하다.

몇년 전, 한국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얻은 C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래 국적 취득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서 "나의 정체성이 `한국 국민'과는 거리가 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영사관의 무례한 태도를 접하고 나니까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C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전 `조선적'을 갖고 세 차례 한국을 방문하는 과정에서 세 번째 들어올 때는 도쿄대사관 영사 담당자와 심한 언쟁을 벌인 끝에 지인의 소개로 오사카총영사관으로 가 가까스로 입국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는 "이런 경험 때문에 막상 한국 국적 취득 절차를 밟을 때는 국가에 굴복하는 느낌이 없지 않았고, 이후에도 한동안 이 선택이 옳았는지 고민이 많았다"며 "특히 결혼을 계기로 부모 모두 한국 국적을 취득했기 때문에 그것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밝혔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심경이 어떠냐는 질문에 그는 "한국 여권이 나와 입국이 자유롭다는 점에서 너무 편하고 좋다"면서 "한국 국민이라는 사실에 익숙해졌지만 지금도 심경은 복잡하다"고 말했다.

지구촌동포연대의 배덕호 대표는 "단지 국가안보와 공공질서를 해칠 우려라는 막연한 기준을 갖고 조선적 동포의 입국을 거부하면서 국적 취득을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면서 "조선적을 유지하면서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이들 몇몇이 조만간 국적확인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적자들도 넓은 의미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사법적 심판을 통해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조선적 재일동포 정영환(29)씨 상고심이 주목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씨는 지난해 4월 한국에서 열리는 한일 공동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오사카총영사관에 여행증명서 발급을 신청했다 거절당하자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말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정부가 항소, 얼마 전 열린 2심에서는 패소했다.

사건을 맡은 윤지영 변호사는 "상고심은 1, 2심과 달리 국적확인 소송의 성격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조선적 신부 1호' 리정애 씨가 외국인 배우자 비자(F-2-1)를 신청한 데 대해 얼마 전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조선적은 외국인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구두로 밝혀와 조선적 동포도 한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법으로 확인받을 수 있는 한 가닥 실마리가 생기기도 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 제2조 1호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자는 외국인이며, 무국적자도 외국인으로 취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조선적자들의 국적 확인 소송은 이들을 대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측의 움직임으로, 조선적을 고집하는 다수는 이런 절차가 왜 필요하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 평생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는 김석범 씨는 "통일되기 전이라도 남북한 당국이 합의해 `준(準)통일국적'을 부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와 견해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조선적 동포들의 특수한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의미에서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도 있다.

한국 국적을 갖고도 북한 축구팀 대표로 뛰고 있는 정대세 선수와, 조선적을 유지하면서 국내 K리그에서 활약했던 안영학 선수가 대표적이다.

두 축구 스타는 자신의 조국 또는 정체성에 관한 물음에 "일본 속의 또 다른 나라 `자이니치'(在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 선수는 재일동포 3세인 스포츠전문 언론인 신무광 씨가 쓴 <우리가 보지 못했던 우리 선수>라는 책에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북이나 남, 일본 등 어디라고 규정짓고 싶지 않다"면서 "굳이 한다면 나는 `자이니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어머니가 조선적인 정 선수 역시 "내 모국은 일본 속에 있는 또 다른 나라 `자이니치'"라며 "골을 통해 `자이니치'의 존재를 널리 알리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남북 간 정치 체제와 무관하게 `자이니치'로서의 정체성을 찾으려 하거나, 남북 분단 현실을 심정적으로 거부하는 조선적 동포들의 모국 방문 기회를 가능한 넓게 열어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외교통상부 산하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을 지낸 이구홍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이사장은 "과거에는 총련계 동포 모국방문까지 허용함으로써 대한민국이 정치.경제적으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총련계를 자처하는 이들은 제외하더라도, 스스로 총련계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에게는 자유왕래를 허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백주현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영사국장은 "조선적을 유지하면서 자유왕래를 허락해 달라는 것은 현재의 한반도 안보상황에 비춰 앞뒤가 맞지 않으며 특히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사건이 터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또 리정애 씨의 경우를 들어 "북한과도 관계가 없고,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에 살려 하면서도 한국 국적 취득을 거부하는 것은 국가와 개인의 관계를 무시하는 비현실적 태도"라면서 "여행증명서를 여권처럼 사용하겠다는 것은 전자여권 등 여권에 대한 보안 규정을 강화하는 국제사회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여행증명서 유효 기간을 현재의 '1년 이내'에서 3년으로 연장해 장기간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중재안에 대해서도 백 국장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연합뉴스 / 강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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