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남 / 전 댈러스 한인상공회장 ]


20여 년 전 댈러스 한인상공회를 맡아 활동하던 때의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한해 한인사회가 두 한인회의 잡음으로 인해 활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보며 한인회 개혁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댈러스 한인상공회 출범 당시 경험을 비춰보면, 한인 주류사회는 한인상공회에 대해서는 즉각 공감을 표시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한인회에 대해서는 상당한 추가 설명이 요구된다는 점이 무척 이상했다.

당시 상공회장 임기1년 동안 시청과 경찰국, 흑인 단체(NAACP와 흑인상공회), 히스패닉 단체(LULAC과 히스패닉상공회), 유태인 단체, 중국인 단체 등으로 무던히도 뛰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상공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발견한 또 하나의 놀라운(?) 사실은 소수민족을 대표하는 유대인회, 멕시칸회, 흑인회, 중국인회와 같은 단체가 한인사회에는 전무하다는 사실 이었다.

이민의 베테랑이라는 유대인의 경우 유대인 단체 연합회 격인 ‘Jewish Federation’, 또는 ‘Jewish Community Federation’이 있으며, 중국인의 경우 중국인 단체 연합회인 ‘Organization of Chinese Americans(OCA)’가 있고, 히스패닉 사회에는 인권 문제를 다루는 ‘League of United Latin American Citizens(LULAC)’와 상공회가 있으며, 흑인사회도 인권 단체인 ‘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Colored People(NAACP)’과 상공회가 주축 돼 이었다.

반면, 모든 댈러스 한인들을 아우르는 단체로의 기대와 바람을 가지고 출발한 댈러스 한인회도 여타의 이민 사회와 같이 일반적으로 평상시에는 생업에 쫒기는 삶 때문인지 한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그러다가 한인회장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옛 상처가 도져나듯 파열음을 내는 비생산적이며 소모적이고 퇴행적인 면모만을 보여 왔던 것이다.

이런 한인회의 모습은 미주 어느 지역에도 대동소이한 현상으로 보인다. 작금의 상황에서 동포사회에 있어서 한인회의 존재는 없으면 섭섭하고, 있으면 더 귀찮아 지는 계륵 (鷄肋) 같은 존재인 듯하다. 그러하기에 해결 방법은 현재의 한인회를 현실성 있는 단체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즉, 지역 내 여러 한인 단체들을 아우르는 “한인단체연합”으로 개혁하여 회원단체 대표들이 돌아가며 상징적인 한인단체연합회의 장을 맡도록 하고, 회원단체들은 연합회 운영비를 분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상임직원을 두어 계속성 있게 사무를 관장함으로 한인회가 더 이상 실속 없는 감투싸움의 온상이 되는 것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한인회장 한번 뽑고 나면 그 후유증이 몇 년씩 이어지는 지금과 같은 경우를 감안한다면 우리 직능단체인 상공회, 무역인회, 노인회, 부인회, 교수회, 교회협의회, 목사회, 복지회, 유권자회, 한글학교, 의사회, 회계사회, 변호사회, 중개인회, 보험인회, 체육인회, 예술인회, 간호사회 대표를 중심으로 이사회를 구성해서 협의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취미 단체, 교회, 향토회, 동창회 등은 제외).

한인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지금의 댈러스 한인회는 이러한 연합회 성격의 단체를 통해 동포사회 전체를 묶어 한인사회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새로운 틀로 변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실 이제 댈러스 한인인구도 급속히 팽창하고 있어 이런 변화에 순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각개 동포들은 현재 한인회 회칙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한인회 회원인지 아닌지도 불분명한 입장에 있다. 그러므로 한인회를 한인 개개인이 각자의 생업을 중심으로 직간접적으로 연합회 회원이 되게 하는, 한인사회의 틀로 개혁 발전시키는 것이 타당하리라 본다.

필자는 현재의 댈러스 한인회(The Korean Society of Dallas)를 ‘(가칭)댈러스 한인단체연합회(Korea American Federation of Dallas)’로 개혁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인회가 한인단체연합체로 틀을 바꾸면 대내적 소통과 연계성을 한결 높일 수 있으며, 대외적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고, 한인 단체들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사무실과 상임직원을 통해 업무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다. 또 선거 시의 잡음도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체 한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봄, 가을 모금운동(바자와 뱅큇) 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재원 확보와 결속을 유도할 수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지금의 두 한인회가 순조롭게 통합되는 대로 이 일을 추진해서 차기 한인회 때부터 방향 전환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공론화를 거쳐 추진하기를 동포사회에 제언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