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철 / 재미칼럼니스트, 본지 편집위원 ]


레임덕은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로 접어들면 늘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하지만 MB의 경우 아직도 임기가 2년이나 남아있다. 더구나 여대 야소의 정국이다. 그런데 설마 하던 레임 덕이 MB정권을 강타하고 있다. 역대 정권에 비해 MB의 경우는 조금 이른 감이 없지 않다.

여하튼 대통령이 임명한 감사원장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 자리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낙마했다. MB정권에 의해 새로운 다른 기록이 세워진 셈이다.

사실 여소 야대의 정치판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청문회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총리를 비롯해 장관 내정자들이 MB정권에서 상당수에 달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잘못된 MB의 인사 기준 때문이다. 그럼에도 MB의 경우는 도덕적 하자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다. 아마도 잣대가 대통령 자신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과거 한나라당은 인사 청문 대상자의 부동산 투기는 물론 자녀의 이중 국적 문제까지도 도덕적 잣대로 사용했었다. 요즘 국민들의 생각은 한나라당이 집권 여당이 되다보니 도덕적 기준의 잣대가 상당히 느슨해졌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조건으로 도덕적 기준보다도 중요한 것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이라는 소리를 공개적으로 외쳐대는 언론인까지 등장했으나, 이번에는 여당의 모습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대통령이 내정한 감사원장 후보자를 청문회 석상에 서보기도 전에 최고위원들이 자진 사퇴를 권고하는 결정을 내렸으니 말이다.

결국 감사원장 내정자는 자진 사퇴라는 형식으로 물러났다. 야당의 반대야 어떻게든 버티어 보겠지만 믿었던 아군까지 등을 돌린 상황에서 결과가 뻔하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감사원장 내정자의 사퇴 결정이 순수한 본인스스로의 결정이었다고 믿는 국민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형식은 자진 사퇴이지만 정동기씨의 볼멘소리를 들어보면 그것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자신은 재판도 받지 못한 채 사형 언도를 받았다고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정동기 씨의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무척 억울한 측면도 있을 법하다. 로펌으로부터 7개월 동안 7억 원의 급여를 받은 것이 무슨 엄청난 죄가 되며, 더구나 2억 원이 넘는 액수를 세금으로 납부를 했는데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자신처럼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 한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 정치권의 현실인데 죄인 취급을 받는다는 자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 일 테니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여의도는 물론 MB주변을 둘러보아도 자신보다 문제가 더 많은 인사들이 득시글거리며 득세를 하고 있는 판국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태는 정동기씨의 문제라기보다는 MB의 일방적인 자기 사람 챙기기에 대한 여당의 불만이 표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MB의 인사 정책에 대한 반감을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정동기 씨를 타깃삼아 표출한 것이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는 생각이다.

여하튼 그동안 MB만큼 인사를 둘러싸고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대통령도 드물 것이다. 출범초기부터 문제가 된 것이 대통령의 인사 정책이다. 능력에 대한 고려도 없이 대선 과정에서 자신에게 충성한 인사들에 대한 보은 인사 때문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애틀랜타 총영사관 내정 해프닝이 아니었나 싶다. 내정 당시 당사자인 이 모 씨에 대한 학력과 외교관으로서의 능력에 대한 검증조치가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당시 외교부는 미국 시민권자인 그의 국적만이 문제라고 생각한 듯하다.

때문에 그가 보유한 미국국적만 포기하고 대한민국의 국적만 재취득하면 아무런 결격사유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MB정권의 인사 시스템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라고나 할 수 있다.

이후라도 당연히 인사 시스템에 대한 보완책이 마련되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고장 난 MB정권의 인사 시스템은 제자리걸음이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인사 시스템이 고장 난 원인은 대통령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아직도 문제점을 자각하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는 말이다.

팔이 안으로 굽듯이 임명권자인 대통령 역시 자신과 가까운 사람을 기용하고 싶어 하는 심정은 백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자신은 특정 지역과 특정 계파만의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자기 사람 챙기기에만 열중하며 입으로는 공정사회를 외쳐대는 대통령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심경을 헤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